박 동 열 서양화가

서울 시립 미술관에서 르노아르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유화와 수채화작품 등 118점을 전시하고 있는 중인데, 이와 같이 백여 점을 전시하는 대규모는 서울이 두 번째라고 한다. 르노아르는 렘브란트 못지않게 유명한 빛의 화가다.

르노아르는 모네, 피사로, 세잔, 시슬리, 바질 등과 같이 인상파 화가로 불린다. 이들은 새로운 회화를 창조하는 수단으로 밝은 색조를 선택한 그룹들이다. 이들은 평생 어떻게 하면 신선한 색채를 포착할 수 있을까에 대해 몰두한 화가들인데 르노아르도 마찬 가지었다. 모네와 함께 부지바르에서 사생 공부를 했던 무렵에 르노아르는 인상파 화풍을 선택하게 된다. 이를테면 이 때 그렸던 <라 그르누에르>의 풍경 같은 작품은 센 강을 반사하고 있는 수면의 반짝임이 주제를 이룬다. 모네와 같은 기법을 사용함으로써 비로소 인상파 화가로 불리게 된다.

동료인 모네와 피사로와 시슬리 등은 인상파 화법의 본래의 방향을 지켜 자연을 테마로 삼았는데 비해 르노아르는 약간 취향을 달리하고 있다. 이러한 독자적인 걸음을 상당히 일찍부터 보여주고 있던 르노아르는 풍경화 보다 인물화에 두드러진 작품을 많이 남기고 있다. 특히 ‘부인상’ 같은 작품은 풍만함은 물론 요염한 관능에 도취 될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후기에 갈수록 르노아르는 프랑스 화단의 한 대표처럼 자리매김을 한다.

르노아르는 다른 인상파 화가에서 볼 수 없는 미묘하고도 다양한 색채를 통해 인간이 열망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그림으로 보여주는 뛰어난 감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감각은 르노아르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만큼 독특하다.

피에르 오귀스트 르노아르는 1841년 2월25일 중부 프랑스의 도시 리모지에서 출생했다. 파리에서 약 400Km 떨어져 있는 이 도시는 18세기 이래 도자기로 유명한 곳이다. 물론 지금도 리모지 도기는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다. 또한 이 도시는 중세 때부터 칠보기술과 직물 공장도 곳곳에 건립돼 있어 산업으로도 상당히 유명한 곳이다.

그러나 르노아르의 집안은 이와 같은 리모지 특유의 산업과는 전혀 관계없는 자그마한 양복점을 하고 있었다. 피에르 가정은 너무나 가난해 네 살 때 리모지를 떠나 파리로 갔다. 비록 가난한 빈민가에서 살았지만 일찍부터 그는 그림에 몰두했다. 소학교에 다닐 때는 너무 그림에만 열중해 교사들 애를 많이 태웠다고 한다.

하지만 그림 못지않게 음악에도 상당히 소질이 있어서 가수가 되라는 권유를 받았을 정도였다. 가난한 집안 아이들이 그랬듯이 르노아르도 초등학교를 마칠 무렵인 13살 때부터 도자기 공장에서 견습공 일을 하게 된다. 비록 견습공에 불과했지만 훗날 그림을 그리는데 적잖은 경험을 쌓게 되는 계기가 된다. 물론 기능공이 되기도 하지만 그는 끝내 화가로서 길을 내 딛는다. 결국 이런 경험들은 훗날 르노아르의 그림 세계에 많은 도움이 되었음은 당연한 결과다.

세잔은 <모든 것은 색채이다. 색채가 충실하면 형태도 충실해진다.>라고 말한 일이 있지만, 자연색이 관념적인 형태에 선행한다는 것을 지적하고, 회화 표현에 있어서 색채의 중대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회화가 번영한 것은 르네상스 이후 500년 동안의 일이며 즉 근세에 이르러 회화의 자리가 안정되고, 발전의 길을 열게 되었다. 말하자면 예술 형식 가운데서 가장 근세적인 것이다.

특히 색채감각이 풍부하고 섬세한 점에 이르러서는 다른 민족의 추종을 불허하는 색의 조화와 대비 등에 대한 감각능력에는 일품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뛰어난 능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어디 르노아르만 그러하겠는가.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을 색칠해가고 있는 것이다.
르노아르가 아무리 힘들어도 화가의 길을 포기 하지 않고 자기만의 색채를 발견했듯이,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인내하면 반드시 자기만의 개성 있는 인생의 그림을 그릴 수 있지 않을까?

데스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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