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태 균 본지 발행인

미국의 리먼 브러더스 은행의 파산을 시작으로 전 세계 경제가 겉잡을 수 없는 공황 상태에 빠져든 지 2년 째 접어들고 있다. 지금은 다소 진정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GM의 부도와 고질적인 경제 불황은 시시각각으로 위협하며 우리 곁으로 밀려오고 있다. 심지어 세계적으로 도시 경제력을 자랑하던 도요타 시도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지자체 도시 하나가 지속적으로 성장발전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피부로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요즘이다.

시대의 흐름이 이렇게 흘러가고 있는 데도 여전히 광양·순천·여수 간 통합문제를 거론하고 있는 모습을 볼 때,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 그지없다.
요즘 다시 광양, 순천, 여수 통합문제가 수면 위로 불거지고 있다. 도시규모를 생각한다면 당연히 통합을 추진해야 마땅하겠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 보면 그렇게 만만한 문제만은 아니다. 통합 이전에 먼저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적해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만약에 그런 문제를 간과한 채 외형적인 통합에만 치중한다면 향후 더 큰 문제를 불러일으킬 공산이 크다.

사실 순천과 여수는 인구와 도시규모에 있어서 광양을 압도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런 상태에서는 통합이 아니라 흡수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광양으로써는 당연히 반대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그런데도 마치 광양이 옹졸해서 혹은 자기들만 잘 살기 위해 그런다고 비난한다면 광양으로써도 할말이 참으로 많다. 솔직히 순천이 그나마 도시규모가 커지게 된 것은 광양의 후광 효과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광양시는 전국 246개 지자체 중에서 성장발전 부분 1위 도시로 선정된 것만 봐도 광양의 성장잠재력이 어느 정도인지 한눈에 가늠할 수 있는 좋은 본보기다. 이에 비해 여수와 순천은 형편이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상태에서 통합을 하자는 것은 광양을 발판으로 삼아 순천과 여수가 재도약을 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볼 수가 없다.

반대로 광양시의 자립도가 형편없이 떨어진다고 가정해 보자. 그래도 그렇게 서둘러 통합을 하고자 할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아니 백번 양보한다고 해도 ‘흡수통합’의 성격이 짙은 이상, 광양시로써는 당연히 쉽게 용납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 않겠는가.

광양이 통합문제를 반대하고 있는 것을 비추어 소탐대실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요즘처럼 다운사이징 시대에 구태여 도시의 덩치를 키우려고 하는 저의가 무엇인지 먼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세계 여러 나라 역시 큰 국가에서 작은 정부로 축소해 가고 있는 추세다. 미국은 물론, 유럽과 일본도 그렇게 국가체제를 바꾸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작지만 내실 있는 강한 로컬 시티를 표방해 가고 있다.

이런 추세는 대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공룡처럼 덩치를 중심으로 기업을 키웠다면 지금은 축소지향적으로 기업의 틀을 바꾸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굳이 3개 도시를 통합하고자 하는 것은 오히려 시대를 역행하는 일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만약 명분상 어쩔 수 없다고 한다면 더더욱 안 될 말이다. 자칫하면 3개 도시가 동시에 공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통합을 해서 얻을 수 있는 이점도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도시 통합 문제가 시기상조라는 점은 확실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중에 가장 시급한 문제는 광양시가 안고 있는 내부적인 문제다. 현재 관공서 하나를 배치하는 문제도 지역의 입장차이 때문에 쉽게 결론을 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인데 3개 도시가 통합을 한다면 그에 따른 행정적인 낭비는 어떻게 감당할 것이며 지역 간의 불균형은 또 어떻게 할지 답이 나오지 않는다. 혹자는 우선 통합하고 나서 하나하나 해결하면 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하지만, 그러기에는 지역 간의 입장차이가 너무 첨예하다는 것이 문제다.

지금은 순천과 여수가 마치 간과 쓸개를 다 빼줄 것처럼 제스처를 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더 큰 목적이 있다는 것을 광양시민들은 다 알고 있다. 광양사람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먼저 통합하고 나서 세부적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데 동조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차라리 그럴 바에는 서로 특색 있는 강한 도시를 만드는 게 훨씬 경제적이고 서로의 발전을 위해서도 이롭다.

만약에 통합 문제가 필연적이라면 광양시가 먼저 인근에 있는 하동과 남해를 통합하는 것이 바른 순서다. 그렇게 된다면 광양시도 순천 여수와 어깨를 견줄만한 위치가 됨은 물론, 영호남의 화합을 다지는 가교역할과 남해안 관광자원을 확보하게 되는 일석다조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정치와 힘의 논리에 의해 통합을 추진하게 되면 그 파장과 후유증은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한 때 광양시도 광양군과 동광양시로 양분된 아픔의 전례가 있는 만큼 먼저 내부적인 통합을 제대로 한 다음에 외부적인 통합을 고려해도 늦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지금은 도시 통합이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강한 광양을 만드는데 더 많은 힘을 쏟아야 할 때다.

광양제철소를 위시해 많은 산업체가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 이 때, 도시 통합문제를 거론 한다는 것은 시기적으로 보나 경제적인 여건으로 보나 적절한 일이 아님은 틀림없어 보인다. 이제 광양만권 통합은 정치권에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진행되고 있다.

최근 민주당 우윤근 의원을 비롯한 여야 의원들이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안 발의가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자율적 통합을 추진하게 되면 자칫 졸속으로 운영되어 되돌릴 수 없는 상황으로 빠질 수도 있다. 현재 국회특위에서 추진되고 있는 광역 행정도시 개편결과를 광양시민은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전국 시·군을 통합하고 道(도)를 폐지해 전국을 광역시 체제로 전환하는 안을 비롯한 현행 광역시의 자치구는 폐지하고 행정구로 축소 전환하는 등의 안건들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최근에 순천 여수가 주장하는 광양을 포함한 3개시 통합은 반쪽짜리 통합 안이 될 수밖에 없음은 물론, 실현가능성도 없다. 기어코 통합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면 광양·순천·여수·남해·하동을 광역시로 묶어 동서통합형 도시가 탄생될 때 진정한 통합의 당위성과 미래 성장잠재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이라 여겨진다.

지금 시점에서 광양은 무리수를 둬 가면서 통합을 추진할 이유가 없다. 국회특위법의 결과가 나오면 그 때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해도 충분하다. 광양시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광양이 가지고 있는 성장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새로운 광양만권의 중심도시로 발전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강한 광양 만들기에 앞장서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김태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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