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평 섭 국민은행 동광양지점장

얼마 전 TV광고를 보다가 크게 웃은 적이 있다. 할머니의 100세 축하연에 참석치 못한 증손자쯤 되어 보이는 어린아이가 할머니와 영상통화를 하면서 “할머니! 백살까지 사세요.”라는 축하인사를 하자 “지금도 백살인디 이백살까지 살아야지” 라고 답하는 할머니의 즐거운 엉뚱함이 저절로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물론 장수를 염두에 둔 광고는 아니었지만 이젠 우리 주위에서도 아흔이 넘어 백세가까이 사시는 어르신들을 어렵지 않게 뵐 수 있는데 일흔이 넘으신 어머님께서도 노인정에 가시면 제일 막내라 하시는걸 보니 각종 매스컴을 통하지 않더라도 고령사회가 도래했음을 실감하게 된다. 80세까지 혜택이 보장됨을 장점으로 내세우던 보험상품들의 보장기간이 90세에서 100세 혹은 기간을 정하지 않는 상품으로 변화하고 있는데 지난달 세계보건기구(WHO)는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79세(남자76, 여성81)세라고 발표했다. 2007년 통계를 기준으로 했다니 앞으로 얼마나 더 평균수명이 길어질지 두고 볼일이다.

지인들과 평균수명 이야기를 하다보면 장생(長生)의 리스크란 이야길 종종 듣는다. 불로장생의 장생이라면 오래 산다는 뜻인데, 오래 살면 좋지 왜 그게 리스크란 말인가? 70~80세 정도까지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노후를 준비했는데 100세까지 산다면 준비하지 못하고 살아야 하는 기간은 보통 난감한 일이 아닐 것이다. 불의의 사고로 평균수명보다 일찍 사망할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생명보험에 드는 것처럼 이제는 너무 오래 살게 될지도 모르는 위험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의 표현이다.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이 그다지 새로운 뉴스가 아닌 것처럼 노후를 준비하는 방법들도 이미 너무나 많은 정보들이 있기 때문에 각각의 스타일과 재정여건에 맞춰 준비하면 된다. 연금이나 예금 등 금융자산을 늘려가는 방법도 있을 것이고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를 하거나 아니면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일거리를 미리 준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유럽에서는 최근 우리 생애를 네 단계로 나누는 것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는데 제1연령기(First Age)는 10대에서 20대 초반까지에 해당하는 배움의 단계이고, 제2연령기(Second Age)는 20대 후반에서 30대까지로 일과 가정을 위한 단계이다. 네 단계 중에서 가장 긴 기간을 차지하는 제3연령기(Third Age)는 생활을 위한 단계로 장수혁명으로 새롭게 생겨난 우리 생애 중간쯤의 시기로 새로운 자기실현을 추구하는 시기이며 40대에서 70대 중후반의 시기가 이 단계에 해당된다.

다음 제4연령기(Forth Age)는 80대 이후의 성공적인 노후를 의미하는 단계이다. 우리에게 아직 생소한 인생의 단계를 소개함은 여기서 서드에이지가 우리네 생애 주기 상 가장 오랜 기간 지속되는 단계이자 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의미를 갖는 여정임을 기억하자는 것이다.

직장과 가족을 책임지고 돌보느라 자신을 배려하고 돌보는데 무관심했던 마흔 이후 세대들이 중년의 피로가 극도에 달했을 때 여유를 주고 삶의 에너지를 재충전시켜주는 여가활동과 긍정적인 정체성 확립 그리고 타인과의 친밀한 관계 속에서 삶의 가치 발견하기 등은 서드 에이지의 일상 속에서 우리가 잊지 말고 실천에 옮겨야 하며 이러한 노력들이 금전적인 노후준비와 더불어 앞으로 주어질 행복한 인생의 준비임을 기억하자.

데스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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