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봉기기자

사람 사는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 라면 하나도 제대로 끓이려면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하물며 큰일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는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그동안 순천 공대 캠퍼스를 광양으로 이전하는 문제로 많은 진통을 겪었는데, 결국은 아무런 소득도 없이 끝나고 말 조짐을 보이고 있다. 딴은 아직 10월까지 시안이 남아 있어 한 가닥 기대를 품어본다고는 하지만 억지 모양새에 불과해 오히려 보기가 더 좋지 않아 보인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숱한 이유와 변명이 따르겠지만, 그래도 광양시청은 그에 따른 책임과 비난의 화살을 피해 갈 방법이 없어 보인다.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 했다고 손을 털 수는 있겠지만, 그동안 쏟아 부은 행정력과 예산을 생각할 때 누군가 책임을 지고 사과하는 사람이 나서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고 유야무야 넘어 가려고 한다면 안 될 말이다.

그동안 순천공대 이전 문제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에 대해 물어 볼 때마다, 현재로서는 기다리는 것 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빈 대답만 되돌아오곤 했는데, 막상 일이 이렇게 틀어지고 보니 ‘내 그럴 줄 알았다’하는 심정이 들었다. 행정이라고 하는 것이 그렇게 고무줄 늘어지듯 늘어지는 것인지는 몰라도 일을 추진하고자 하는 의지가 많이 부족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니면 오로지 ‘순천대학교가 알아서 하겠지’ 하는 느긋한 심정으로 그렇게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분명히 내부적으로도 모든 노력을 다 했을 것이다. 본 기자도 그렇게 믿고 싶다. 하지만 결과가 이렇게 나온 이상 고운 눈길로 바랄 볼 수 없는 것만은 확실하다. 문제는 오로지 순천대학교만을 대상으로 했다는데 적잖은 아쉬움이 남는다. 처음부터 2~3 개 학교를 상대로 경쟁을 붙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그랬다면 진즉 모든 일이 순조롭게 성사됐을지도 모르는 일 아니겠는가. 어쩌면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소리라고 핀잔을 줄지 모르겠으나 요즘처럼 대학이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시대에 있어서 충분히 가능하고도 남을 일이라 생각한다.

이왕 일이 이렇게 틀어진 이상, 빨리 미련을 버리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대다수 시민들은 우리 지역에 대학다운 대학이 하나 들어서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꼭 종합대학이 아니어도 좋다. 비록 단과대학이지만 우리지역에 맞는 특성화대학으로 키운다면 지역의 위상은 물론, 인재들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을 수도 있는 일석이조의 기회가 됨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하긴, 광양시청에서 베무니 알아서 할까만, 자꾸만 물가에 나 앉힌 어린아이를 보는 거 같아 마음이 조마조마해 견딜 수가 없다.

10개월 동안 비싼 수업료를 물었으니 그에 대한 값은 충분히 하리라 믿고 싶다. 올해 학교설립인가가 나지 않을 경우 내년에 신입생을 모집하기로 한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요즘처럼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1년의 시간은 엄청난 자본제적 가치를 갖게 된다는 사실, 잊지 말았으면 한다.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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