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열 서양화가

개인적으로 판화에 대해 관심을 갖고 심취했던 일은 꽤 오래된 일이지만 수년 동안 손을 놓았다가 작년부터 현대 판화에 관심을 갖고 작업하다 보니 또 다른 재미를 느끼게 되어 요즈음은 꽤 많은 시간을 판화 작업에 몰두 하고 있다.

판화란 원판에 새겨진 이미지를 다른 종이에 옮겨서 찍는 그림을 가리킨다. 많은 사람들은 리히텐슈타인과 함께 팝아트의 창시자 앤디 워홀의 마릴린 먼로, 케네디 대통령의 사진 등을 여러 장 색상만 달리해 한 화면에 반복해 구성한 작품을 기억하리라 본다. 이 그림 모두가 판화의 특징을 활용해 만든 작품이다. 이처럼 판화는 참으로 독특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또한 판화 작업은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연륜이 짧아도 제법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장르라 매력이 크다. 또한 찍어내는 형식이라 작품이 퍽 세련되어 보이는 장점도 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판화는 반듯한 판에 조각칼로 새기는 것으로만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이 방법은 전통적인 판화 기법이다. 하지만 오늘날은 판화의 기법이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는 추세다. 판화 종류는 대체적으로 볼록판, 오목판, 평판, 스텐실판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앞서 열거한 판화의 특색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볼록 판화는 판화의 가장 단순한 원리로 초등학교 때 고구마에 무늬를 새겨 찍던 것과 같은 원리이다. 즉 판의 볼록한 부분에 잉크를 묻혀 종이에 찍는 방법으로 양각과 음각의 원리를 이용한다.
이 판화의 특징은 흑과 백의 강한 대비 효과, 조각칼에 의한 칼자국의 효과가 뛰어나다는 점이다.

오목 판화는 판면에서 볼록한 면을 깨끗이 닦아내고 오목하게 들어간 부분에 잉크를 채워 찍는 방법이다. 때문에 오목하게 들어간 곳의 잉크가 종이에 돋아 오르게 찍혀 지는데 동판은 대부분 이에 속한다. 이 판화는 면 보다 선의 표현을 강조하기 때문에 예리하고 섬세하며 특수한 기계와 잉크가 필요하다. 특징은 세밀하고, 정교하고, 날카로롭다는 것이다.

평판화는 판을 새기는 것 없이 평평한 판면에 잉크를 묻히고 종이를 덮어 찍는 것으로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는 성질을 이용한 것인데, 석판이나 아연판이 이에 속한다. 그릴 때의 붓의 터치가 표현되며 판을 깎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부드러운 느낌을 갖게 한다.

그리고 공판화(모노타이프)는 판에 구멍을 뚫고 이에 물감을 통과시킴으로써 종이에 묻게 하는 방법인데 일반적으로 등사판이라 한다. 인쇄의 효과를 내는 것으로 특히 손으로 그린 그림뿐만 아니라 사진을 사용 할 수도 있으며 기계 제작으로도 하는 실크스크린 같은 것은 첨단 기술의 도움을 받아 그 기법이 매우 다양하게 발전되고 있다. 특징은 좌,우가 바뀌지 않고, 그대로 찍히며 상업적 등사의 원리 종류로는 실크 스크린(silk screen), 스텐실(stencil)이며 다색 판화는 2색 이상의 색을 찍어내는 판화다. 찍는 부분의 색깔에 따라 각기 다른 모양의 판 을 만들어 찍으며 특히 두 판을 겹쳐 찍을 때는 어긋남이 없도록 세심한 주의를 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기 때문에 원그림을 그릴 때부터 계획을 철저히 해야 한다.

이러한 판화는 오랜 수련을 거치지 않아도 자기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권장할 수 있다. 요즘 대중적인 인기를 받으며 꾸준히 판매되고 있는 이철수 달력판화는 사람들로 하여금 깊은 선(禪)의 세계를 느끼게 한다.
이처럼 판화는 표현 기법에 따라 다양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정서를 환기시켜주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권장할 만한 장르다. 한 땀 한 땀 자신의 생각을 담고 마음을 담아 표현 할 때 자기도 모르게 깊은 사색의 세계로 빠져 들게 된다. 어디 예술 세계만 그럴까만, 우리는 모두자기 인생의 조각가들인 셈이다. 이처럼 판화는 관심을 가지고 충분히 도전해 볼만한 예술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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