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현 덕 순천대 교수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바뀌면서 컴퓨터와 인터넷의 보급은 제2의 산업 혁명이라 불릴 만큼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디지털 시대는 전 세계를 연결하고 있는 인터넷을 통해 빛의 속도로 교환되는 정보가 최대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대이다. 디지털 시대의 모태는 정보통신 기술이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접근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무한대로 늘어가고 있다.

요즘 정보를 얻기 가장 쉬운 방법은 인터넷과 미디어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정보를 인터넷과 미디어로부터 얻는다. 특히, 인터넷을 통한 실시간 정보 전달·공유가 가능해짐에 따라 개인이나 기업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건이 발생할 경우 이러한 정보를 은폐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게 됐다. 정보 배포·공유와 여론형성에서 인터넷의 영향력이 엄청나게 증가한 것이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사람들이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가상공동체를 만들어 정보를 생산하고 전달하고 공유하고 있다. 가상 공동체에서 대중의 힘이 파격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2008년 11월 기준 우리나라의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수는 1546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총 가구 수 대비 92.7%의 보급률로 거의 모든 국민이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지난해 기준 만 3세 이상 인구 중 76.5%가 인터넷을 이용했고 주당 평균 이용시간은 13.7시간으로 조사됐다. ‘2007년 국가정보화백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인구 100명 당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는 조사대상 50개 국가의 평균 가입자인 3명에 비해 월등히 많은 26명으로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정보검색과 공유가 우리 일상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서비스로 확고히 자리매김 했음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터넷 보급은 생활에 편리함을 제공하는 동시에 폐단 또한 초래했다. 미국의 한 매체는 오늘날 한국의 자살률이 높아지고 있는 현상을 다루면서 인터넷의 발달도 그러한 원인의 하나가 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인터넷을 통해 악성 루머 혹은 왜곡된 정보가 확대 재생산됨으로서 개인을 파멸에 이르게 하기도 한다. 정보를 생산·공유·전달 할 때 신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계화 시대를 반영한 키워들 중에 하나로 악성 루머, 왜곡된 정보 등이 확대 재생산 돼 순식간에 사회·경제적 혼란을 가중시키는 현상을 정보전염병이라고 한다.

정보전염병은 정보(Informa tion)와 전염병(Epidemics)의 합성어로 단순한 정보의 확산이 아니다. 여과되지 않은 부정확한 정보가 인터넷과 휴대전화 등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돼 마치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전염현상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부정확한 정보 혹은 왜곡된 정보가 그릇된 목적으로 활용돼 개인을 회복할 수 없는 파멸로 몰고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보전염병은 생물학적 전염병보다 파급력이나 속도 면에서 빠르다. 생물학적 전염병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지만, 역학적 원인이 있고 식별 가능한 증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시간상의 문제이지 일반적으로 백신을 통해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며 예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보전염병은 시·공을 초월하는 파급력을 가진다. 따라서 순식간에 확산돼 해결책을 찾기 전에 개인을 파국으로 내 몬다. 또한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사회의 복잡성과 거미줄처럼 얽혀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말에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있다. 그릇되고 신뢰성 없는 정보를 아는 것보다는 차라리 모르는 게 낫다는 말일 것이다. 노전 대통령의 서거는 부정확하고 근거가 미약한 정보(?)가 개인에게 얼마만큼 큰 치명타를 줄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부정확한 정보의 확산과 왜곡을 통해 개인의 명예를 실추시켜 파멸로 이르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정보를 제공할 때 확실한 근거와 신뢰를 기반으로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이에 따른 책임도 수반된다는 것을 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보를 공유하고 전달할 때 이러한 신뢰에 기반을 두었는지 판단할 의무가 우리에게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지면을 빌려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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