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동 열 서양화가

색(色)이라는 한자가 참 재미있다. 풀이하는 사람들에 따라 조금씩은 다르지만, 대체로 어떤 빛깔을 나타내고 있다는 데는 모두 동의를 하고 있다. 물론, 요염하게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여자라고 보는 학자도 더러 있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색(色)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아닌 게 아니라 공자도 말하기를 젊었을 때는 혈기가 왕성하기 때문에 색을 경계(戒之在色)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사실 누구든지 자기만의 선호하는 색깔이 있게 마련이다. 옷을 선택할 때도 자동차를 구입할 때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색은 우리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화가나 디자이너에게 있어서 색은 가장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들은 색을 가지고 예술을 창조하기 때문이다. 물론 색을 사용하는 방식은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색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보편적이라 누구든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색은 사랑에서 미움, 낙관에서 슬픔, 우아함에서 천박함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선호하는 개인적인 취향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일생을 통해 다양한 삶을 경험하는 중에 조금씩 생겨나게 된다고 한다.

또한 색깔은 사람의 심리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적절하게 잘 활용하면 심리치료는 물론, 성격도 바꿀 수 있다고 하니, 색깔의 중요성이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알 수 있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신비 한 점은 색은 홀로 존재하지 않고 늘 다른 색들로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을 가리켜 배색이라고 하는데, 세상의 모든 색은 이 색채배색을 전제로 하고 있다. 색채배색이란 특별한 영향을 나타내는 여러가지 색의 조합을 말한다. 물론 색깔에 대한 연구는 지금까지 많은 학자들이 연구하고 있다. 다만 지금까지 연구된 결과를 보면, 비슷한 감정과 영향을 나타내는 일련의 색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선호하는 색깔만 보고도 그 사람의 취향이나 인격을 알 수 있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본인은 무의식적으로 선택한 색이지만 그 이면을 드려다 보면 마음속의 상태를 알 수 있는 것이다. 필자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인지라 특히 색채 배색에 지대한 관심을 쏟지 않을 수 없다. 더 재미있는 것은 필자의 감정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고, 계절에 따라서도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색깔은 자기 마음을 보여 주는 심리적인 거울과 같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작가가 무슨 색을 많이 선호하는지를 알게 되면 그 사람이 추구하고자 하는 예술의 세계도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필자가 단언하건데 세상에 무의미한 색은 없다는 것이다. 흔히 확실한 주관이 부족한 사람을 가리켜 회색분자라고 하는데, 그 회색도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색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사람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많은 다툼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이 세상이라고 하는 것 역시 한 폭의 그림 속에 들어 있는 다채로운 색깔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약간 두드러져 보이는 색은 있어도 불필요한 색은 없는 것이다. 세상사는 이치가 바로 그렇다. 세상에 태어난 사람치고 소중하지 않은 사람은 없는 것이다. 다만 색의 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을 때 균형이 깨어지듯이 적재적소에 있지 않을 때 문제가 될 뿐이다. 누가 뭐래도 사람들은 자기만의 고유한 색깔로 살아가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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