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성 수 하늘씨앗교회 목사

지난 월요일이 29회 장애인의 날이었다. 현재 우리나라 장애인 수는 무려 200만 명에 가깝다고 하니, 정말 보통 일은 아니다. 이제 장애는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일이라 남의 일처럼 방관해서도 안 되는 시대가 되었다. 누가 언제 무슨 일을 겪게 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안타까운 문제는 마음의 장애다. 이 장애는 눈에 보이지도 않기 때문에 치료하기가 더 힘들다. 앞으로는 좋던 싫던 장애인들과 더불어 일상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된 것이다. 솔직히 우리 주변에 장애를 극복한 인간승리자들이 많다. 물론, 소수에 불과 하지만 그들을 적극적으로 돕고 협조를 한다면 더 많은 장애인들이 아름다운 성공스토리를 엮어 가리라 생각한다.

네 손가락만으로 피아니스트가 된 이희아 양도 그렇다. 엄마의 눈물겨운 헌신과 이를 악물고 피나는 노력을 한 결과 지금은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멜로디를 들려주고 있다. 가까운 이웃 나라 일본에 사는 오토다케씨도 빼놓을 수 없는 의지의 사람이다. 물론, 오체불만족이라는 책으로 이미 우리들에게 익힌 알려진 사람이지만, 그는 보통 사람들이 할 수 없는 일까지 도전하면서 불굴의 의지를 심어주고 있다. 아니, 산악인 김홍빈 씨도 열손가락이 없지만 에베레스트 산은 물론 7대륙 최고봉을 정복했다. 그의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한다.

이런 예는 수도 없이 많다. 헬렌켈러는 듣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하고 말하지도 못하는 삼중고에 시달렸지만 위대한 업적을 남긴 여인이다. 루게릭 병을 앓고 있는 스티븐 호킹 박사는 또 어떤가. 그는 휠체어에 앉아 우주의 물리를 연구하는 탁월한 업적을 남기고 있다. 심지어 몇 년 살지 못할 것이라는 의사의 진단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우주의 밤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물리학을 연구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을 볼 때는 도대체 사람의 능력은 어디까지일까? 하는 경외심을 갖게 만든다. 그들은 살아야할 존재의 이유를 분명히 알았던 것이다. 스스로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말이다.

니체는 이런 말을 남겼다. 해야 할 목적이 뚜렷한 사람은 운명도 피해가는 법이라고. 그들을 보면 그 말에 절로 동의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예수님도 말하기를 “할 수 있거든 무슨 말이냐, 믿는 자에게는 능치 못할 일이 없다”고 했다. 예수님은 그 전형을 보여준 사람이다. 죽은 사람을 살리기도 했고, 지체장애자를 걷게 만들었으며, 물을 포도주로 만드는 등, 보통 사람들이 할 수 없는 일을 너무 자연스럽게 해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믿음이 적은 자들은 결코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스스로의 능력을 제한하지 말 것을 부탁했다. 아닌 게 아니라, 사람은 자기 한계를 미리 정해놓을 때가 너무 많다. 물론, 자기 능력의 한계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한계를 뛰어 넘을 수 있는 능력을 아는 것은 더더욱 중요한 법이다. 바라기는 장애인의 날이 하나의 형식적인 행사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장애인을 고용할 의무가 있는 기업에서는 반드시 의무 규정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 선진국은 기업들이 사회적인 약자를 어떻게 대하는 가에 따라 기업의 신용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하니, 특히 유념해 둬야 할 것이다. 사실 장애인(障碍人)이라는 말 속에는 여러 가지 깊은 뜻이 함축 돼 있다. 장(障)은 막혀 있다는 뜻이다. 장은 흙이 쌓인 큰 언덕을 나타내지만, 누군가 거들어 준다면 아름다운 사람으로 우뚝 설 수(章)있음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흔히 글 장(章)이라고 읽지만 ‘큰 재목 장(章)’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애(碍) 자도 나름대로 의미가 깊은 글자다. 물론, ‘막힐 애(碍)’ 자로 알고 있지만 역시 언덕아래 떨어진 돌을 뜻하는 말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돌을 가지고 얼마든지 아름다운 조각품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다. 미켈란젤로는 어느 조각가 버린 돌을 가지고 그 유명한 다비드 상을 조각했다고 한다.

우리들에게도 그런 눈뜸이 중요하다. 이런 한자 풀이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만,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와 생각이 달라졌으면 하는 마음에 이렇게 풀어 본다. 아무쪼록 장애인(障碍人)을 장애인(張愛人)으로 볼 수 있는 눈을 갖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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