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과 자부심을 동시에 갖게 만들어 준 책!

20대 초, 불투명한 미래와 한판 승부를 걸고 있을 때, 이 책은 하나의 경전처럼 내게 다가왔다. 아니나 다를까, 첫 장을 펼친 순간 내 의식은 단방에 감전되고 말았다. 이 저자의 언어는 신선했고 화려했으며 서러울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한국인에 관해 변변한 책 한 권 읽어 보지 못했던 나로서는 충격 그 자체일 수밖에 없었다. 막연한 애국심에 호소하는 것이 전부였던 그 때,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부끄러움과 자부심을 동시에 갖게 만들어 주었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수사학을 배웠으며, 시니피앙(겉말)과 시니피에(속말)를 확언하게 구분할 수 있었다. ‘울음’과 ‘굶주림’이라는 낱말 하나 속에도 5천년의 恨이 응축돼 있었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한 마디로 한국어의 DNA를 밝힌 책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어떤 말도 이 저자의 손길이 스쳤다 하면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드러났다. 물론 초판 발행은 1963년이지만 내용은 여전히 현재진행이다.

이 책이 대만에서 출간되었을 때는 임어당으로부터 ‘아시아의 빛나는 거성’으로 칭송받기도 했다고 하니, 그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으리라. 앞으로도 이런 책은 나오기 힘들지 않을까 싶은 생각마저 든다. 요즘처럼 삶이 어지럽고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느낄 때, 더 없이 좋을 것이다. 또한 잠시나마 언어의 연금술사로 변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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