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동 열 서양화가

요즘 클림트라는 화가의 그림이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 심지어 학생들이 쓰는 연습장 겉표지까지 클림트 일색이다. 유행이란 원래 대중을 선동하는 힘이 크기 때문에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미술 전문가가 아닌 이상 기껏해야 고흐나 세잔 또는 미켈란젤로 등을 가장 많이 떠올리게 되는데 비해서 대단한 이슈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사람들은 왜 클림트에 매혹당하는 것일까? 가장 표면적인 이유는 황금빛의 화면 장식과 묘한 에로티시즘을 갈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클림트의 작품을 대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그림풍에 스스로 매혹 당하게 된다. 클림트는 세기말과 세기 초, 낡은 전통과 새로운 도전이 혼재된 시기에 활동한 화가였는데, 주로 여성들을 구속과 억압으로부터 해방시키려고 노력한 화가였다. 그래서 그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묘한 감정이 교차하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비엔나 분리파의 선구자를 자차하며 시대정신을 대변했던 클림트는 1862년 7월14일, 오스트리아 빈의 근교였던 바움가르텐에서 태어났다. 비록 빈곤에 허덕이며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그의 데생 솜씨를 눈여겨본 친척의 도움으로 미술의 길을 들어서게 된다. 스물한 살이 되던 해부터 화가로서의 명성을 쌓아갔지만, 본격적으로 상징주의적 요소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서른 살이 될 무렵이었다.

이때부터 그의 작품은 강렬한 느낌을 자아내며 관객들을 사로잡기 시작했던 것이다. 1891년부터 1910년까지의 10여 년 동안 그의 작품에는 팽팽한 긴장감과 함께 구상적인 것과 추상적인 것이 공존하게 된다. 작품에서 보이는 부분 부분의 양상이 때로는 환상적이고, 때로는 평면 적인 면으로 혼재하는 것이다.
1897년 비엔나 분리파가 형성되고 회장으로 임명되면서 그는 국제적인 평판을 얻으며 화가로서의 명성을 떨치게 된다. 그의 작품에는 유난히 많은 여성이 등장한다. 그리고 표현된 여성상은 ‘요부’인 동시에 ‘어머니’라는 대조적인 상징성을 동시에 부여하는데, 이는 클림트가 개인적으로 갖고 있었던 어머니에 대한 고착현상과 여성을 통한 시대정신의 표출이라는 점에서 기인한다고 하겠다.

클림트의 화풍은 외설과 퇴폐적인 요소로 당대의 전통화단에서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독자적인 노선을 그려 나가면서 비엔나 분리파를 주도적으로 이끌기 시작했다. 그리고 분리파의 목적은 미술과 삶의 상호작용을 이룩하는데 있었다. 대중들에게 어떤 의미를 주고, 낡고 판에 박힌 사상에 의존하지 않는 작품을 제작하기 위한 것이다.

분리파 화가들의 가장 큰 특징은 풍부한 장식성에 있다. 당시 도형 미술을 비롯한 의복, 건축 등 모든 분야를 휩쓸며 유행했던 정사각형은 그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클림튼 역시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자신의 작품에 사용한 중요한 화면상의 규칙이 바로 정사각형이었다. 그 속에서 여러 가지 그림을 그려 넣는 일 뿐만 아니라, 정사각형 자체의 이미지를 여러 가지로 변형하여 시도하기도 했다.

당시 오스트리아를 비롯한 유럽은 말세적 비관주의가 휩쓸고 있었다. 1908년에는 8만 명이상의 생명을 앗아 간 지진이 일어났고, 2년 뒤에는 핼리 혜성이 나타나 많은 이들을 공포로 몰아갔으며 호화여객선 타이타닉 호가 침몰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느껴졌던 죽음에 대한 공포를 클림트는 죽음의 신에 직면한 사람들로 표현하였다. 그런 사회상에 클림트는 여성은 일종의 구원 같은 것이었다. 피카소를 위시해 많은 화가들에게 여인은 창조의 원천이었다.

이런 면에서 클림트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많은 여성의 사랑을 받았고 또한 여성들을 사랑했다. 하지만 세월의 무게는 누구도 막지 못하는 법, 결국 클림트도 뇌일혈 발작으로 오른쪽 반신불수가 되고 만다. 그의 부친도, 그의 동생도 뇌일혈로 사망하였으므로 클림트는 늘 자신도 그같이 될까봐 두려워했다고 한다. 하지만 60세까지 사는 게 소원이었던 그는 뇌일혈 아닌 스페인 독감으로 56세에 사망하게 된다.

필자도 화가의 한 사람으로써 늘 새로운 그림을 구상하는데 골몰하게 된다. 다만 그가 부러운 것은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예술의 세계를 과감하게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그 용기다. 어디 화가만 그럴까?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확고한 인생관을 바탕으로 한 자기 창조성이야말로 불후의 명작 인생을 사는 비결은 아닐까?

데스크  -

<저작권자 © 광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