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명예, 명품은 결코 화려하지 않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보약은 밥상이라고 한다. 이 밥상을 채우는 찬거리 중 된장, 간장, 고추장 등 장이 들어가지 않은 음식은 별로 없다. 한국음식의 조미료이자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음식이 되는 장(醬), 그러나 담그기가 까다롭고 번거로워 요즘 장을 담그는 집이 그리 많지 않다. 손수 담그지 않아도 어머니의 손맛처럼 맛깔스럽고 구수한 옛 맛을 간직한 장이 있기 때문이다. 전통의 장맛을 내기 위해 고집하는 사람 나종년씨, 그를 만났다.

신지식인이며 벤처농삿꾼인 그
먼저 그의 이력을 들춰보자. ‘고로쇠된장영농조합법인’ 대표인 나종년씨는 행정자치부가 선정한 신지식 농업인이다. 또 고로쇠 수액을 이용해 간장을 개발해 특허등록을 낸 벤처 농사꾼이기도 하다. 그는 자랑스런 전남인상, 전남도지사상, 농림부장관상은 물론 국무총리상까지 받았다. 또 있다. ‘광양시특산물유통사업연합회’ 회장직을 맡아 13개 업체의 광양시 특산물을 알리고 판매하는 일을 맡고 있으며 광양문화원사무국장과 전라남도 문화관광해설사로도 일한다.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만큼 맹렬히 뛰고 있는 그야말로 자랑스런 광양인이다.

‘장(醬)이 익어 가는 것은 자연의 조화’
고향인 광양시 옥룡면 추산리 양산마을에서 11년 째 고로쇠 된장만들기를 고집한 그, “땅에 기온, 음양의 위치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게 장맛입니다. 한 사람이 담가도 해마다 맛이 다르고 독마다 맛이 달라요. 우리 입맛에 꼭 맞는 맛있는 장맛을 한결같이 살려내는 장맛 비결은 공기, 바람, 자연의 조화와 좋은 제품으로 정성껏 만드는데 있습니다” 그는 콩은 물론 모든 재료는 직접 구입을 한다. 혹시라도 잘못 살까 염려 때문이란다. 그가 만드는 제품은 100% 국내산 재료와 방부제, 색소를 전혀 넣지 않은 천연식품이다. “장은 발효식품이기 때문에 오래 숙성될수록 좋으며 잘 발효된 장으로 음식을 하면 보약을 먹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그래서 그는 2년 이상 숙성된 제품을 내놓고 있다.

명품은 거짓없이 만드는 것
“더러는 짜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방부제나 화학첨가물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짜지 않으면 변하죠. 소비자의 달콤한 입맛에 맞추기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소비자의 입맛에 맞추다 보면 편법을 쓸 수밖에 없어요. 생산자는 신용으로 만들어야 하며 소비자는 믿고 먹어주는 겁니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의식이 같아야 좋은 제품이 탄생하고 신뢰하는 제품을 먹을 수 있는 겁니다”

그는 포장할 때 본인의 얼굴을 넣어 포장한다. 그 이유는 제품 하나하나가 바로 신용과 믿음이기 때문이다. “명품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거짓없이 만드는 것이 진짜 명품입니다. 아무리 두어도 변하지 않고 노란 빛을 띠며 입에 척척 감기는 맛있는 된장은 절대 존재 할 수 없어요. 된장은 원래 햇볕을 보면 까맣게 변하는 게 정상이거든요”

소금을 우리는 짠 줄 알기 때문에 적당히 넣는 지혜가 있다. 된장도 싱겁게 만드는 것은 쉽다. 그만큼 방부제를 넣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 우리 입맛에 맞추어 달라고 주문하기 보다 왜 짜야 하며 왜 자연 그대로가 좋은지 우리가 충분히 알고 골라야 제대로 된 명품 음식을 만날 수 있음이다. “제품 하나하나에 긍지와 명예와 혼을 담아 광양고로쇠된장 하면 ‘아! 명품 된장’ 하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전통과 명예, 명품은 결코 화려하지 않거든요”

칼슘 많고 위염 균 억제성분 함유
광양 고로쇠는 이미 전국적으로 알려져 우수, 경칩 때가 되면 고로쇠 수액을 찾는 관광객들로 광양은 바쁘다. 하지만 성수기가 지나면 남은 고로쇠 수액은 천덕꾸러기 신세였다. 아까운 고로쇠 수액을 재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고로쇠 수액으로 간장 된장 담그는 아이디어를 생각했다는 나종년씨, 그는 물대신 고로쇠 수액을 넣고 발효시켰다. 결과는 대성공, 일반간장보다 뒷맛이 개운한 간장을 탄생시킨 것이다. 한국식품개발원의 성분 분석결과 고로쇠 간장은 일반 간장보다 칼슘성분이 많이 함유돼 있고 위염을 유발하는 헬리코박터균을 억제하는 항균성분이 들어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뉴욕과 아틸란타에 수출도 한다
“뉴욕에 수출한지는 7년 됐습니다. 수출로 큰 돈을 벌기 보다는 우선 세계시장을 넓혀가며 고로쇠된장의 우수성을 알리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멜라민 파동으로 인해 먹을거리에 대한 우려가 이만 저만이 아닌 이 때 제대로 된 먹거리를 만난다는 것은 어쩌면 행운인지도 모른다. 그의 바람대로 자연이 내린 천연이온수로 만든 고로쇠제품들이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대표 전통식품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조경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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