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하면서 행복지수 훨씬 높아졌어요”

밀가루 한움큼으로는 빵만 구워내는 게 아니다. 고소한 냄새만큼이나 구수한 사람 사는 냄새도 구워내는 것, 그것이 바로 김윤혜씨의 손맛이자 그녀의 빵 냄새였다. 그리고 살아가는 맛을 이제는 사회에 환원하고 싶다는 김윤혜씨, 아름답게 살아가는 그녀의 이야기를 취재하기 위해 광양 여성문화센터 제과제빵 강의실을 찾았다.

꿈은 노력하는 자에게 열리는 열매
“선생님 되는 것이 어릴 적 제 꿈이었어요. 그 꿈을 이제야 이룬 겁니다”
그러나 공짜가 어디 있겠는가. 꿈 역시 그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필요한 대가, 바로 값진 땀방울과 노력이 따를 테고, 이 역시 모르는 이는 없다. 문제는 실천의 어려움에 있다.

“처음 시작은 자격증에 도전하는 것부터였어요. 자격증을 취득하고 광주에서 서울로 새로운 작품을 배우러 곳곳을 찾아 다녔습니다”
중년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녀는 순천대에서 석사학위를 마쳤고, 현재 농협 주부대학에서는 폐백음식 지도를, 광양여성문화센터에서는 제과 제빵을, 순천대학에서는 조리과학과 강사 일까지 맡고 있다.

사랑의 천사들 현재 30여명 활동 중
이 많은 일터 중 어디를 찾아 갈까 고민하다 향한 곳이 바로 광양 여성문화센터였다.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이곳만의 따뜻한 냄새가 구미를 당겼기 때문이다. 이곳의 수료생들은 제과, 제빵 과정 자격증을 취득함과 동시에 한가지 숙제를 안고 간다. 수료생들만이 가입 자격이 주어진다는‘사랑 굽는 사람들’봉사회를 통해 그들은 그렇게 빵 굽는 천사들이 된다.

“2001년에 ‘사랑 굽는 사람들’이란 봉사동호회를 만들었어요. 처음에 1기생 8명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해 현재 30여명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랑 굽는 사람들’은 광양시에 거주하는 독거노인, 장애인 가족들, 소년소녀가장 등 총 30여 세대에 무료로 빵을 배달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복지원생들을 초청해 빵 만들기 체험행사를 실시하기도 하고, 수익금으로 소년소녀가장에게 도서, 학습비 등을 지원하거나 심장병 어린이 수술비 기탁 등에도 손길을 보내고 있다.

“제가 만든 빵으로 이웃도와 즐거워요”
케이크에 차곡차곡 크림이 쌓여 하나뿐인 케이크가 탄생하듯이 차곡차곡 고운 인생의 이력서를 써 가고 있는 김윤혜씨. 그 인생 케이크의 장식은 특별한 봉사활동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요즘 유행하는 된장쿠키와 녹차쿠키 등의 웰빙 건강식과 케이크, 피자 등은 기본이고 새로운 빵이 나오면 곧바로 전수에 들어간다는 그녀.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밀가루를 반죽하고 굽고 포장하다 보면 어느새 발이 부르트고 손과 팔의 근육에 마비가 올 정도다. 그러나 직접 만든 빵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즐거움에, 손을 잡고 감사의 눈물을 글썽거리는 할머니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의 흐뭇함에 그녀는 다시 힘을 얻어 빵을 굽는다고 한다.

“팔십이 넘는 나이에 손자, 손녀를 뒷바라지 하며 사는 할머니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울었던 적이 있어요. 또 먹을 음식 조차 없어 며칠을 혼자 지내고 있는 어린 소년소녀 가장 집을 찾아가 엄마 노릇을 해줄 때가 가장 보람이 큽니다” 한달 만에 찾아간 빵 배달에 돌아가신 분 소식을 들을 때 가장 가슴이 아프다는 그녀는 그때마다 더 자주 올걸 하는 후회와 아쉬움으로 가슴을 쓸어 내린다.

봉사하는 것은 재산
“살면서 좋은 사람들과 인연을 짓는 것은 재산이라고 하잖아요. 봉사활동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봉사하면서 행복지수가 훨씬 높아졌거든요”
집에 있으면 중년의 여자, 위기의 여자라는 칭호가 따라다닐 나이에 시간을 쪼개 쓸 정도로 바쁘게 뛸 수 있음은 그녀의 말대로 머물러 있지 않고 끝없이 노력한 결과이리라.

“앞으로의 계획은 지금까지 봉사활동을 해오며 터득한 것인데 가정 형편이 어려운 소년 소녀 가장들에게 공부할 수 있는 배움의 길잡이가 돼 주고 싶어요” 그리고 재료를 구입해서 빵을 굽듯 그 동안 있었던 소소한 이야기들을 모아 글을 써보고도 싶단다.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 음식 박람회에 전통요리와 폐백 음식으로 금상을 받은 경력이 있는 그녀는 이웃들이 배고픔만은 잊고 살았으면 좋겠다며 맑은 웃음을 웃는다. 사랑으로 반죽하고 정성으로 빵을 굽는다는 김윤혜 선생님. 그녀에게서 빵 냄새보다 더 고소한 삶의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조경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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