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만드는 지역축제로 ‘업그레이드’
획일적인 행사 지양하고 지역민 참여형으로

전문가 중심의 통합 축제위원회 구성해야

지역축제가 가장 많이 열리는 10월이다. 이달 들어 광양시에도 크고 작은 축제가 곳곳에서 펼쳐졌다.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진월면에서 열린 ‘광양전어축제’에 이어 9일에는 금호동에서 ‘광양제철소 연리지 축제’가 진행됐다. 또한 10일부터 12일까지 3일간은 광양읍에서 ‘광양전통숯불구이축제’와 18일에는 중마동에서 ‘광양도깨비도로 장승문화축제’가 개최됐다. 비단 10월 뿐만 아니다. 매년 봄 옥룡면에서 열리는 ‘백운산 고로쇠 약수축제’와 다압면에서 개최되는 ‘광양매화문화축제’를 비롯해 옥곡면의 ‘국사봉 철쭉축제’와 광영동의 ‘가야산 영화축제’ 등 지역마다 매년 크고 작은 축제들이 앞다퉈 개최되고 있다.

이 외에도 ‘광양시민과 함께하는 동광양농협 문화축제’와 ‘광양국악난장’, ‘평생학습 한마당 행사’, ‘광양시여성문화축제’, ‘차 없는 거리 축제’, ‘광양백중축제’, ‘새싹 키움 열린축제’, ‘푸른성장 청소년 대축제’ 등 축제라는 이름을 내건 다양한 행사들이 연중 열리고 있다.

놀이ㆍ소비의 공간으로 변하는 지역축제
이렇듯 각 축제가 저마다 본래의 목적과 함께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거리공연과 전시행사, 체험행사를 비롯한 부대행사들로 시민들의 참여를 활발하게 이끌어 내고 문화예술에 대한 접촉의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의도이다. 그러나 시민들을 위해 여기저기서 물밀듯이 쏟아져 나오는 이러한 축제가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통합과 교류, 참여의 장으로 활용되는 소통의 공간이 아닌, 갈수록 놀이의 공간, 소비의 공간으로 변질되고 있어 축제가 주는 의미와 방향성에 대해 한번쯤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축제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축제의 생산자가 아니라 소비자에 불과할 뿐이며, 축제를 함께 만드는 것이 아닌 만들어진 축제를 관람하는 관중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 실정이기 때문이다. 참여 프로그램을 다양화해 체험형 축제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에 대한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으나 축제 주제에 대한 체험 프로그램 운영보다는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노래자랑이나 초청가수 공연 등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저마다 지역상권 활성화와 지역특산품 및 관광지 홍보 등을 명분으로 내걸지만 갈수록 획일적이어져 가는 행사들로 집중도나 초점이 흐려지고 있어 단체장의 단순한 업적 전시용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광양시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부분의 축제들은 주제와 관련된 특성화된 프로그램 보다는 관련성이 떨어지는 초청가수 공연, 가요무대, 불꽃놀이, 특산물판매점 등 획일적인 프로그램들로 채워져 축제 고유의 특성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수동적인 관중의 역할에 익숙한 시민들 또한 여기저기서 봇물처럼 개최되는 축제에 얼마나 더 유명한 가수가 초대되고 어떤 화려한 볼거리가 있는지 만으로 축제를 평가하고 있다. 이에 각 축제마다 많은 돈을 들여 유명 가수 모셔오기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고 상대적으로 체험형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예산 부족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전문가 중심의 통합 축제위원회 구성 필요해
전남도는 지난 2005년 봇물을 이루던 일선 시·군의 낭비성 지역축제를 ‘1시군 1대표 축제’로 과감히 구조조정 하겠다고 밝혔다. 광양시는 매년 전남대표 축제로 선정되고 있는 ‘광양매화문화축제’를 문화관광부 축제로 육성한다는 방침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같은 지자체 내에서도 각 지역별로 저마다 자신들의 지역내에서 한 두개씩의 축제나 행사를 개최, 유지하고자 함에 따라 나머지 축제들을 선뜻 통ㆍ폐합 하는 일도 쉽지 않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이러한 축제들에 대한 구조적인 혁신이나 경쟁력 제고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전문적인 통합 기구가 없다보니 지역 축제의 가치와 당위성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각 축제마다 해당 지역의 단체장을 중심으로 지역의 소상공인이나 주민들로 구성된 축제추진위원회는 전문성이나 객관성 면에서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축제추진위원회가 개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보니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축제들에 대한 연계성이 부족하고 민간단체 행사에 드는 무대소품이나 부대시설 등이 일회용으로 낭비될 수도 있어, 장기적으로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전문가 중심의 통합 축제위원회 구성이 무엇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파견 공무원이나 임시직, 자원봉사자 등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축제 전문가를 양성하고 정규 인력화해 축제의 문제점이나 호응도, 관광객의 다양한 요구 등을 데이터화 해 체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축제를 바라보는 시각부터 달라져야
지역축제의 의미는 주민통합을 통한 지역문화 육성과 발전이며 나아가 경제적 발전전략으로서의 관광 상품 개발이다. 지역축제의 성패는 주민들의 참여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갈수록 규모의 확대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축제의 초점이 외지인을 얼마나 많이 불러 들여 지역 소상공인 등에 경제적 이득을 얼마나 더 많이 창출할 수 있느냐에 맞춰져 있다 보니 관중의 역할에 불과한 광양 시민들 또한 소비의 주체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관주도형의 대규모 축제로 광양을 대내외적으로 알리고 경제적 이득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 주민들간의 소통과 갈등 해소의 장으로 지역 주민들이 만들고 참여하는 지역 밀착형 축제에 대한 발굴과 육성이 필요하다.
또한 이러한 축제를 통해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에게 활동의 장을 만들어 주고 이들을 양성 지원하며, 광양시만의 특색 있는 문화예술을 발전시켜 나간다면 광양시의 문화적 발전과 함께 외부에서 유명 연예인들을 초청하는 단발성 공연에 많은 예산을 소요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올해로 2회째 열린 ‘광양국악난장’은 광양 시민 전체가 전통 문화를 즐기고, 향유할 수 있는 축제의 장으로 우리 국악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개최됐다. 광양은 대규모 난장이 열렸던 대표 지역 중 하나로 이러한 역사적 배경과 전통문화인 ‘국악’이 맞물려 축제의 형태로 재탄생돼 높은 호응을 얻었다. 이러한 특색 있는 테마 축제를 기업이나 관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지역 예술인들이 주축이 돼 추진해 나간다면, 전국 예술인들과의 네트워크 구축과 지역 예술인들에 대한 인적 자원 양성으로 거시적으로 보다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지역의 평생 학습 성과를 발표 전시 시연하는 ‘평생학습 한마당 행사’나 청소년 문화의 다양성을 경험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청소년 문화축제’ 등과 같은 다양한 참여형 축제에 대한 시도도 필요하다.

경쟁력 있는 축제 육성해야
경쟁력 있는 축제의 선별 육성도 강조되고 있다.
매년 많은 관광객들이 다녀가고 있는 광양매화문화축제는 광양매화가 갖고 있는 역사와 문화적 이미지를 관광상품화 해 전국 대표축제로 육성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지리적 한계로 인한 열악한 교통조건과 기반시설 부족에 대한 문제점은 매년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아직까지도 매화문화축제를 다압면에 국한된 축제로 인식하는 시민들이 많아 광양시 전 지역, 전 시민이 호응하는 축제 분위기 조성 강화에 대한 필요성도 요구되고 있다.

지난해 8월 지역축제 구조혁신과 경쟁력 제고 방안을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던 광양자치포럼 박강현 사무국장은 “매화축제의 지역적인 제한을 풀어 다압면에 국한되지 않고 진월 돈탁마을에서 숲 해설을 함께 진행하는 등 인근 관광자원과 연계해 코스별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인근 계곡의 산장업소를 이용해 부족한 숙박시설과 식당으로 활용하고, 섬진강 관광자원을 활용해 섬진강 따라 걷는 건강걷기 대회 등을 실시한다면 관광객의 집중을 분산시킬 수 있을 것이다.

축제기간동안 도로를 일방통행으로 바꿔 교통을 원활하게 하고, 최참판댁이나 화개장터 등과 이어지도록 인근 도시와 협의한다면 서로 상승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고 전했다. 또한 “타 지역 축제 실무자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인근 도시의 축제기간 동안 그곳을 찾는 외지 관광객들이 광양까지 함께 둘러볼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사무국장은 또 “매화 축제 기간에 전통숯불구이와 연계해 소상공인의 이익을 창출하고, 연리지와 전어축제 등 인근 지역에서 시기나 내용적으로 함께 개최할 수 있는 축제와 국사봉 철쭉축제와 면민단합대회 등 지역민의 소통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행사들은 통합해 개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고 덧붙였다.

또한광양매화문화를 전국 대표축제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앞서 말한 전문가 중심의 축제위원회의 내실화로 타 지역 축제 벤치마킹과 교육, 관광객 요구에 맞는 서비스와 데이터 구축 등을 장기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렇듯 관람객 수와 경제적 파급효과만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는 기존 축제에 대한 시각과 단체장의 업적 전시용 축제의 거품을 빼고, 광양시민들이 관중이 아닌 축제의 주최자로서 역할 할 수 있는 축제, 자발적으로 추진하고 운영해 나가도록 민·관이 함께 노력해 나간다면 광양시 축제를 더블어 외지 관광객들이 저절로 찾아 오는 특색있는 축제로 거듭날 것이다.

주현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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