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 지자체들은 영어마을을 운영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하고 있다. 현재 운영 되고 있는 모든 영어타운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이에 아량곳 하지 않고 밀어 붙이기 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광양시도 2004년에 개소식을 갖고 현재까지 영어타운을 운영해 오고 있다. 타 지자체와 다른점은 100% 시비(市費)로 운영 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에 따른 관리감독은 물론, 실효성을 보강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영어타운의 현 실태
영어타운에 대하여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우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추진하고 있는 모든 영어타운은 적자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100% 시비로 운영되고 있는 곳은 적자와 상관이 없다고 하지만, 사후 관리문제는 전혀 이루어 지지 않고 있어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최대 규모인 파주영어마을은 무려 57억4900만원이라는 적자를 냈다. 인천은 45억 9800만원, 안산은 20억 등 국내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19개 영어마을 전체가 적자를 면치 못했다.

이러한 원인 중에는 영어마을은 초기 조성비용이 많이 들고 인건비 등 교육원가에 비해 낮은 수강료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상황이 이러한 데도 각 지자체들은 2011년까지 2080억의 비용을 들여 영어마을 23개를 추가 조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더 안타까운 점은 모든 지역의 교육청이 하나의 모형만 천편일률적으로 따라한다는 점이다. 어느 지역 한 곳이 영어 마을로 소기의 성과를 가시화 시켰다면 너나 할 것 없이 모든 지역 교육청이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에 대한 대안이나 사후의 문제점은 생각하지 않고 부화뇌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지역적 성격에 맞지 않는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지만 현재로서는 달리 뾰족한 대안이 없는 것 또한 현실적 문제다.그 리고 전남 원어민 교사 예산도 턱 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영어공교육 강화에 발맞춰 전국에 있는 모든 학교가 영어보조교사를 쓰고 있지만, 전남의 원어민 교사 실태는 타 지역에 비해 현저히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원인은 원어민 교사 채용에 대한 예산 부족이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되었다. 현재 영어보조 교사에 대한 예산은 전남이 22억7천만원인데 비해 경남은 122억9천만원, 부산은 106억 8천 만원으로 대부분 지자체들이 전남의 예산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이처럼 지역적 편차가 심한 것은 지자체의 지원액이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전남은 97명의 원어민 교사가 활동하고 있는데, 이 역시 타 지자체에 비해 아주 낮은 모습이다. 원어민 교사가 가장 많은 곳은 제주도였으며 전남은 38.8%로 전국 평균(56.5%)을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원어민의 자질과 수급문제
남의 나라 말을 배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님에는 틀림없다. 특히 외국인을 대할 때 느끼는 심정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원어민 선생을 통해 영어 대한 공포를 극복해 보자는 취지에서 영어마을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단기 교육프로그램으로 위주로 구성돼 있어서 지속적 어학능력 향상에는 한계가 있음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특히 원어민 수급 문제는 가장 큰 고민거리다. 대부분 1년 단위로 계약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원어를 습득하고 체계화 하는 데는 한계가 많다는 지적이다. 현재도 전혀 재계약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용강 어타운도 해마다 원어민이 교체되고 있어, 그 때마다 새롭게 바뀌는 발음과 수업스타일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 또한 원어민을 검증할 만한 구체적인 대안도 부족한 편이다. 현재 용강영어타운은 인터넷을 통한 공개 모집과 소개를 통해 원어민을 수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원어민 이력은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한 때, 광주 광역시에서 사설학원 원어민 조달 공급을 맡았던 조모씨(45)에 따르면 “솔직히 70%는 자격미달이라고 봐도 틀림이 없어요. 생각해 보세요, 우리나라에서 요구하고 있는 조건이 맞다면 구지 이역만리 남의 나라까지 와서 그런 생활을 할 사람이 있겠어요? 그래서 잠시 유학 중이거나 아니면 단기 여행 중인 외국인들이 많지요. 이런 문제는 공공연한 비밀이라, 학교나 사설학원도 다 알고 있어요.

그리고 재계약이 이루어 지지 않는 이유가 뭐겠어요? 혹시나 노출 될지 모르는 신변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죠.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현재 원어민 자격에 대해서는 관대한 편이라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들이 지는 셈이죠"라고 털어 놨다. 이런 문제는 이미 방송에서도 여러 차례 다룬 문제라 새삼스러울 것은 없지만, 비싼 세비를 지불하면서도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현실이다. 현재 광양용강 영어타운에 들어가는 1년 예산만 해도 7,500만원인데, 이는 결코 적은 액수는 아니다.

단순한 회화와 흥미 위주를 넘어야
현재 7차 교육과정의 핵심은 ‘생활 영어 중시'이다. 일상생활에서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생활 영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할 수 있게 하는 점에 가장 큰 중점을 두었고, 이런 취지로 실제 수업에서도 영어를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전혀 다른 데 있다. 바로 현행 수능이 문제다. 한글을 쓰고 읽지 못해도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당연히 우리나라 말을 잘 한다. 그렇다고 해서 국어시험을 잘 보는 것은 아닌 것처럼, 생활영어 몇 마디로는 현행 수능 시험을 따라갈 수 없다는 점이다. 당장 중학교에 들어가면 문법은 물론, 시험을 위한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 초등학교나 영어타운에서는 흥미와 놀이 위주로 이루어져 있어서 당장 문제가 되고 있다.

그래서 웬만한 부모들은 자녀 진로를 생각해서 또 다시 사설 영어학원에 보낼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원어민 강사들 대부분이 한국문화에 대하여 문외한이라는 사실이다. 심지어 전혀 한국어를 하지 못하는 원어민도 있다. 이런 현실에서 영어를 가르친다는 것은 비싼 예산만 낭비하고 있는 꼴이다. 그런데도 현재 영어마을은 무조건 원어민만 데려다 놓으면 마치 영어문제가 모두 해결 될 것처럼 여기고 있는 데, 대단한 착오가 아닐 수 없다.

언어는 그 나라의 말과 얼을 담고 있는 그릇이다. 우리가 애플(apple)이라는 단어를 배우는 순간 사과라는 개념이 머릿속에 떠오르게 돼 있다. 그래야 제대로 된 뜻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 영어강사는 우리나라 말은 물론, 한국의 문화사정을 전혀 모르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용강영어타운에 거주하고 있는 정소연 주부의 말이다" 우리도 그랬지만, 죽어라 영어회화를 배워도 체질화 되지 않는 이상은 불가능할 것 같아요. 그래도 원어민을 접하고 나면 조금이라고 영어 회화에 대한 자신감은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해요. 하지만 진짜 문제는 당장 중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시험을 치르게 되는데 그것도 걱정이에요"

광양용강영어타운은?
현재 광양시에서는 용강영어타운이 100% 세비로 운영되고 있는 유일한 곳이다. 용강영어타운은 2004년에 개소식을 갖고 본격적으로 출범되었다. 현재 초등.중등 그리고 성인반을 운영하고 있다. 초급반에서 성인반까지 나누어 운영되는데 현재 70여명이 하루 50분 수업을 받고 있다. 물론, 6개월 과정으로 끝이 나는데, 그 기간이 끝나면 재수강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100% 세비를 들여 실시하는 영어타운의 효과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아직 통계라고 할 수 있는 지표는 전혀 없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그런 지표를 산출할 법적인 근거도 없는 형편이라 모든 것을 개인적인 능력의 문제로 돌릴 수밖에 없다. 일반 사설 학원이 치르는 각종 자격증 시험에 대한 산출도 전혀 되어 있지 않고, 그냥 일상적으로 해 왔듯이 원어민과 한국인 선생님에 따라 모든 학습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원어민들의 수업 내용도 많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대부분 원어민들은 1년 계약이다 보니 대충 시간을 때우는 식이 많아 본래취지의 의도에 많이 멀어져 있다. 처음에는 컬리큘럼에 맞추어 하는듯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몇몇 흥미로운 게임이나 chatting을 하면서 40-50분 수업을 때우는 수준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물론, 광양용강타운은 성실한 수업으로 정평이 나 있지만, 한 사람의 원어민이 8시간 강의를 한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물론, 한국어 선생님이 있지만, 하루 70여명(현재 용강타운의 수강생)의 수강생들과 50분을 원어로 말을 나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이런 가운데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1년마다 원어민이 바뀌고 있는 실정이니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우리 지역에 영어타운이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자부심을 갖게 만든다. 그리고 전액 시의 지원을 받아 무료로 운영되고 있는 점도 타 지역과 상당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한 단계 더 나아가 우리지역에 맞는 영어교육은 물론, 지금까지의 실효성에 대한 근거도 산출 되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또한 이를 근거로 하여 지속 발전 가능한 영어타운을 만들어 가기 위한 미래의 지표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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