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천원어치 주세요”
오늘도 예외없이 자그마한 트럭 안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난다. 백운산 올라가는 삼거리에 자리잡은 일명 백운산 붕어빵 아저씨, 그는 취재를 요청하자 “제가 무슨 기사화 할 것이 있다고”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붕어빵을 요리저리 뒤집고 손님들에게 파는 시간 짬짬이 그(백순철 62세)의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40년 넘게 구운 붕어빵
“고향이 진상입니다. 사업을 하다가 실패도 하고 누구나 그러겠지만 저도 삶에 참 많은 사연이 있었죠. 지금 이곳에서 붕어빵을 구운지는 11년째입니다. 사실 아내가 진짜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요. 전 아내 손재주를 따라가려면 아직도 멀었구요” 아내가 진짜 전문가라며 아내 얘기를 꺼냈다. 그의 아내 김순심씨는 고향이 광양읍이다.

“아내가 저를 만나 고생 무지하게 했습니다. 부잣집 딸이었는데 진상 촌놈을 만나 결혼하면서 붕어빵을 부산에서 굽기 시작했어요. 제가 사업을 할 때인데 제 가게 앞에서 붕어빵을 구웠지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푹푹 쓰는 아내의 후덕한 인심 때문에 붕어빵 장사가 제 사업보다 더 잘됐었습니다. 아내는 붕어빵을 구운지 벌써 40년이 넘었습니다”

백운산 찾는 사람, 해마다 늘어나 뿌듯
“평일에는 저 혼자 하지만 토, 일요일은 아내와 둘이서 빵을 굽습니다. 아내는 저보다 손이 두 배가 빠른데도 휴일에는 구워내기가 바쁩니다. 그만큼 백운산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증거죠” 우리 고장의 명산인 백운산과 백운산 휴양림을 전국에서 갈수록 많이 찾아 오는 것을 볼 때마다 뿌듯한 기분이란다. 이런 일도 있었다.

“서울에서 백운산을 왔었는데 지갑을 주차장에서 도난을 당했답니다. 차 기름값은 커녕 점심 먹을 돈마저 없다며 하소연 하더군요. 그날 번 돈을 다 털어 줬어요” 주면 받고 아니면 좋은 일 한 셈치자는 생각으로 줬는데 돈을 보내준 것은 물론 그 이후로 해마다 백운산을 찾아온다고 했다.

봉사라면 어디든 마다 않는 부부
이들 부부는 어려운 사람에게 따뜻한 손길을 마다하지 않는다. “광양시 행사가 있으면 많이 부릅니다. 특히 옥룡면에서 하는 행사는 항상 무료로 붕어빵을 굽죠. 차를 끌고 현장으로 가면 붕어빵을 먹기 위해 줄을 서 있을 때 하나라도 더 구워 주려고 점심도 거르지요. 맛있게 먹는 것 보는 재미, 그 기분도 쏠쏠합니다” 사실 돈 버는 것 보다 사람 만나는 재미로 산다고 말하는 그는 고향 진상면은 물론이고 옥룡면 행사 때는 단골로 찾아간다.

또한 백순철씨 부부는 60세 이상 어르신들 효도 관광을 1년에 두 번씩 보내 주고 있으며 소년, 소녀가장에게 여러가지 지원을 해주고 있는 그야말로 선행 부부다. “사실 붕어빵을 구워 돈을 좀 벌었습니다. 번 것은 돌려줘야 한다는 아내의 뜻에 저는 동참할 뿐이지요” 아내에게 이런 얘기 했다고 혼날지도 모른다며 봉사하는 이야기 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걱정 어린 말도 남겼다. 그러나 요즘은 봉사하는 이야기를 널리 알려야 함께 하고 싶은 분들도 동참하여 혼자 하는 것보다 십시일반으로 도우면 사회가 더 밝아지고 그만큼 어려운 사람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법이라는 기자의 이야기에 “그러기는 합니다” 라며 말을 이었다.

‘광양사랑실은 교통봉사대’ 발족 장본인
부인 김순심씨는 ‘광양사랑실은교통봉사대’를 만들고 이끈 장본인이기도 하다. “아내는 아무리 바빠도 교통봉사대 일을 먼저 합니다. 대장을 7년 넘게 하면서 광양교통봉사대 활동을 꾸준히 해 왔어요” 지금도 교통봉사대 일이라면 달려갈 정도로 봉사정신이 투철하다는 김순심씨, 차를 타고 지나가다가도 어려운 사람이나 도와줄 일이 있으면 도움을 줘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고 귀뜸한다. 박순철씨도 어르신들이나 어린이들에게 인심이 후하다. “하나 더 드렸습니다 아니면 천원어치 더 드렸습니다 하면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요. 큰 것은 아니지만 붕어빵 인심 그거 사람들에게 끈끈한 정을 이어주는 것 같아요” 항상 붕어빵을 몇 개 더 줘야만 마음이 편하다고 말한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붕어빵 기술도 전수
“한참 어려웠던 IMF 때는 붕어빵 기술을 많은 사람에게 전수해줬습니다” 사업에 실패해 본 경험이 있는 그는 좌절했던 당시의 기억 때문에 붕어빵 굽는 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붕어빵 기술은 반죽과 팥 삶는 것, 굽는 시간입니다. 간단한 것 같지만 사실 노하우가 필요하죠. 또 비가오나 눈이 오나 항상 출근을 합니다. 오전 10시에 문 열어 오후 6시 30분 정도면 마치죠” 믿음이 제일 큰 밑천이라고 말하는 그는 매주 월요일이 휴일이며 휴일은 아내와 봉사도 하고 여행도 한다. “여행을 하면서 붕어빵을 잘 사먹습니다. 맛을 보기 위해서죠. 우리 빵보다 맛있으면 기술을 배우고 저보다 못하면 한 수 알려줍니다” 그렇다. 어떤 일이든 노하우가 필요하고 노력이 필요한 법, 빵 반죽과 팥 삶는 일은 우리 농산물을 구입해 아내가 직접 한다며 먹는 음식은 내 가족이 먹는 다는 생각으로 자신있게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양을 찾는 이들에게 후한 인심 남길 터”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죽을 때 가져갈 것도 아닌데 건강이 허락하는 한 붕어빵을 구워 봉사할 생각입니다” 그는 아내에 대한 믿음도 대단했다. “제가 사람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여자들이 지혜로워서 여자(아내)말을 들으면 안 되는 것이 없더라고... 또 백운산을 오르내리는 차 90% 정도는 붕어빵을 사갑니다. 광양의 인심이 사납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기회를 만드는데도 노력해야죠”라며 허허벌판에 앉아 붕어빵을 굽기 시작 할 때는 다들 미쳤다고 했지만 사업에 실패하고 아내 말을 잘 들은 덕에 고향을 지키며 작은 봉사를 할 수 있게 됐다고 환하게 웃었다.

아이들에겐 붕어빵 할아버지, 어른들에겐 붕어빵 아저씨로 불리는 것이 행복하다는 백순철씨, 조곤조곤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반나절이 훌쩍 지났다. 붕어빵은 물론 커피, 오뎅, 계란 등 그야말로 추억의 음식을 파는 가게, 트럭 한대가 전부인데 그의 가게를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은 붕어빵을 굽고 파는 일뿐만 아니라 사람 사는 향기를 내며 밝은 세상을 열어가기 때문이 아닐까!

조경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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