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경쟁력과 新성장동력을 찾아야’

10여 년간 우리나라 조선업이 호황을 누리자, 바다를 끼고 있는 지역은 너나 할 것 없이 조선업을 육성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최근 들어 호남지역의 조선산업 육성정책이 빛을 발하면서 목포, 여수, 광양, 군산, 진도 등에 신생 조선사들의 시설 투자가 왕성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와 발 맞춰 광양시도 조선업육성대책을 제시 하면서 적극적으로 조선업을 유치하고 있다. SNC 조선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조선업 경쟁에 뛰어들고 있으며, 가까운 율촌산단에도 오리엔트 조선이 조업을 시작하고 있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이라 화려한 조선업의 뒷면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짙어지고 있다. 세계 시장경제가 극도로 침체기간에 빠질 조짐을 보이면서 대형 조선소 물량수주에도 비상이 걸릴 전망이다. 물론, 빅 3사 조선소는 이미 3년 치 수주량을 확보한 상태라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중소형 조선소는 심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할 현실이다.

조선업의 양극화 현상
산업자원부와 한국조선공업협동조합의 발표에 의하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진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조선소가 국내 조선 물량의 90% 가까이를 생산함으로써 오랫동안 대형·중소형 조선소의 양극화가 계속돼 왔다고 밝혔다. 이러한 양극화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도 중형 조선소는 하루가 다르게 새롭게 생겨나고 있는 반면에 어선과 관공선 등을 만들어온 소형 조선소들은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인수합병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처음 광양에 조선소 건립의 꿈을 안고 창업한 대경조선도 SNC 조선으로 흡수 합병되고 말았다. 세계 조선시장의 흐름으로 볼 때 조선시장은 당분간 정체될 것으로 보이며 국내 조선업은 과잉공급에 이를 전망이다.

원자재 값 상승도 문제
현재 SNC조선이 광양조선업의 시초가 되겠지만, 제철소에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서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한국조선업시장은 또 한 번 지각변동을 가져올 수도 있다. 특히 제철소가 가지고 있는 산업 인프라는 그 어떤 조선소 못지않게 뛰어나기 때문이다. 현재도 원자재 값 상승으로 국내조선업은 애를 먹고 있다.

왜냐하면 그동안 국내에서 생산된 후판(厚版)은 조선업계가 필요로 하는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모자라 어쩔 수 없이 해외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국내 조선업의 빅3로 알려진 대형조선소가 사용하는 일본의 후판 사용 비중을 보면, 삼성중공업은 40%, 현대중공업은 25%, 대우조선 해양은 17%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때는 어쩔 수 없이 가격인상으로 인한 고역을 면치 못할 가능성도 많은 게 조선업의 현실이다.

후판(厚版)공급이 중요
실제 일본의 신일철강이 후판 가격을 인상하자 국내 조선업은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일본에 비해 가격이 싼 중국이 있지만, 아직은 품질의 질이 떨어진다는 생각 때문에 상당한 고민에 빠져있다. 그러다 보니 국내 조선업끼리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만약 대우조선해양이 철강회사와 관련 없는 곳으로 인수될 시에는 더욱더 치열할 수밖에 없으며 결국 제살 깎아 먹기에 이를 수도 있다.

하지만 포스코가 인수 할 경우는 모든 정황이 유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후판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광양제철소가 있기 때문에 그동안 수급에 애를 먹었던 후판공급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이점을 확보하게 된다. 그래서 포스코가 대우해양을 인수하는 것이 국내 조선업을 위해서도 유리하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향후 국내 조선업은
조선업 시장이 조금은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수주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03년부터 선박수주, 건조, 잔량 등 조선 3대 지표에서 모두 세계 1위를 석권해오고 있는 한국 조선산업은 고부가 가치가 높은 LNG선과 해양설비 등에서 선전을 보이고 있어 큰 이변이 없는 한 당분간 조선업의 호황은 계속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조선업이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나라는 역시 중국이다. 중국이 향후 세계 조선업 시장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예상 수주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곧 일본을 제치고 조선업 2위로 우뚝 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기술 인프라 구축은 아직도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라 기술적인 면은 물론, 물량적인 면에서도 한국의 조선업을 따라 잡기에는 역부족으로 보고 있다. 물론, 시장경제의 흐름에 따라 조선업 판도가 바뀔 우려도 있지만, 현재 추세대로 간다면 한국의 조선업이 계속 호황을 누릴 것으로 보고 있다.

선박 교체시기와 맞물려
무엇보다도 희소식은 저 개발 국가들의 성장과 현재 운행 중인 4000척의 탱크선 중 3500척에 이르는 선박이 노후 돼 새롭게 건조해야하는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체로 선박 수명을 30년으로 감안할 때, 대부분 선박이 교체할 시기에 가까웠기 때문에 한국 조선업은 또 한 번 호황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고부가 가치가 높은 LNG선박은 200척에 불과하지만 향후 LNG 수요가 급증할 것을 감안한다면 적어도 1000척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 세계 에너지 1/3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도 LNG비율을 꾸준하게 확대할 계획이어서 한층 더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또한 2006년 IMO가 환경오염문제를 줄이기 위해 벌크선과 유조선 후판 두께를 강화할 공동규칙을 세움과 동시에 선박에 대한 규제강화를 하기로 함에 따라 조선 주문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플랜트 수주액도 두 배 이상 증가하고 있을 정도로 크게 늘고 있다. 플랜트 수주가 이처럼 증가한 데는 조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동식 해저 유전과 가스전 생사설비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물론, 수주 취소가 몇 권 있었지만 이미 삼성, 현대, 대우 는 3년 치 이상의 충분한 건조물량을 확보해 놓은 상태다.

기술경쟁력을 높여야할 때
현재 한국조선이 주로 만들고 있는 유조선과 컨테이너선 등은 중국과 동남아 국가에서도 쉽게 만들고 있기 때문에 가격경쟁력까지 떨어뜨릴 수 있어 고부가가치와 기술경쟁력이 높은 LNG선, FPSO(부유식 원유 생산 및 저장 설비), 더 나아가 크루즈선 등과 같은 신규 고부가가치에 도전을 해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말을 하기도 하지만, 이미 LNG선은 우리 기술력으로도 충분히 수주가 가능한 상태다. 다만 크루즈선과 같은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하는 선박은 아직 힘들겠지만 반드시 도전해야 할 부분이다. 물론, 크루즈선 시장에도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국내 조선사들은 LNG선의 핵심기술인 화물저장고 단열기술의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프랑스 GTT사에 1척 당 약 100억원, 선박가격의 4%에 해당하는 엄청난 기술료를 지불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04년부터 산업자원부 중기거점사업의 일환으로 거액의 사업비를 지원받아 가스공사와 조선3사가 공동으로 ‘한국형 LNG선 화물저장고 개발사업(KC-1)’을 진행하고 있다. 만약에 한국형 LNG선 화물창 기술(KC-1)개발이 상용화 된다면 6조9,00억원의 수입 기대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국내 조선 산업이 적어도 2010년까지는 고부가가치선인 액화천연가스(LNG)선 수주를 통해 성장세를 이어가겠지만 그 다음부터가 문제라, 차세대 성장 동력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 그 동력으로는 위그선이 가장 유망한 수익성으로 떠오르고 있다.

위그선이란 수면 3~5m 위에서 뜬 상태로 최고시속 550km까지 달릴 수 있는 초고속선으로 기존 선박과는 달리 급선회나 급상승이 가능하며, 엔진고장 등 비상사태 발생 시 수면위에 연착륙도 할 수 있다. 기상악화 등에도 신속히 대처할 수 있어 항공기에 비해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위그선은 항공기와 선박의 장점을 결합한 선박이다. 한국의 조선업이 세계 조선업에서 경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신개념의 고부가가치 선박 설비와 시스템 개발, 첨단 공학을 이용한 기술 향상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함은 물론, 중국에 대한 후발주자를 멀리 따돌릴 수 있는 기술력과 신기술 개발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어려워지고 있는 인력난

현재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조선강국의 위상을 유지하려면 기능인력 양성이 무엇보다도 시급한 실정이다. 한국조선협회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계가 3년 내에 7,000명 이상의 기능인력 부족 사태를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조선 기능 인력이 지난해 9만6,000명에서 오는 2010년 14만 명으로 증가, 향후 3년간 전국적으로 연간 약 1만5,000명의 신규 인력이 필요하지만 현재 인력공급 능력은 연간 1만2,000명에 불과해 3년간 7,000명 가량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과 삼성, 대우, 한진중공업 등 기존 6개 조선사는 자체 기술교육원을 통해 연간 8,000여 명의 기능 인력을 양성하고, 한국폴리텍대학 등 공공훈련기관을 통해 연간 1,200여 명을 배출, 인력수급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신규 조선인력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어서 조선 전문 인력난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실제 전남도는 조선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해 대한조선, 고려조선, 신안중공업, C&중공업, 세광조선, 목포조선 등이 신조에 참여하거나 선박건조 능력을 확대해 조선인력 수요를 증가시키고 있는 중이다.

호황만 믿고 뛰어 들었다간 낭패보기 쉬워
또한 수주가 늘어날수록 부채비율도 늘어나는 기이한 현상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조선업은 수주 산업이라 선주문을 먼저하고 결제 대금은 배를 양도하기 전까지 다섯 차례 걸쳐 대금을 받는다. 조선업체들은 앞으로 받을 달러 대금이 환변동에 노출 되는 것은 막기 위해 수주와 동시에 선물을 통해 달러를 미리 매도하는 계약을 맺고 있다. 이런 구조 때문에 환율이 오를 때마다 손실이 발생하게 되고 이는 바로 자본을 잠식하는 기이한 현상을 낳고 있다.

이러한 외환 시스템을 완화하는 것도 현재 선박회사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볼 때, 광양시에서 성장 발전시키고자 하는 조선업에 대해 보다 더 심혈을 쏟을 필요가 있으며 채산성 문제도 깊이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조선시장의 호황은 당분간도 계속 되겠지만, 중소형 조선소는 양극화 현상을 겪을 위험도가 훨씬 높기 때문에, 처음부터 시장 진출에 대해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출발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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