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조선업은 아시아의 독무대가’

모든 시장 흐름의 특징은 간단하다. 늘 주기적으로 변하면서 성장과 후퇴를 반복한다는 사실이다. 조선업도 그와 같은 주기를 반복하고 있다. 세계조선업의 호황은 주로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에 최고조에 달했다.

이 때는 주로 중동지역의 국지전이 자주 발생한 시기다. 그래서 해상화물수송 수요가 격증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해운시황의 급등과 미국의 원유수입 의존도가 급상승 했고 수에즈운하가 강제 폐쇄 당함에 따른 해운경제성 패턴의 변천으로 신조선 대량발주는 폭발적인 수요를 창출하게 되면서 조선시황을 사상 최대의 호황으로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찮았다.

선박공급능력이 최상치를 기록하게 됨으로써 세계 선복의 수급균형이 무너졌으며, 1973년 제1차 석유파동이 해운불황의 가속요인으로 작용하여 유조선(tanker) 부문은 1974년부터, 그리고 건화물 부문(dry cargo)은 1975년부터 급격한 하락세로 바뀌었다.

따라서 1976년 초의 유휴선복량은 최악의 상태인 6,000만dwt를 초과함으로써 세계 조선시장은 불황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주기를 반복으로 현대 조선업은 성장 발전해 왔으며, 특히 한국의 조선업이 세계시장을 석권함으로 말미암아 빠르게 기술이전이 이루지고 있다. 아마 이런 추세로 간다면, 미래 시장은 한국 중국 그리고 일본의 독무대로 재편되면서 세계조선업 시장을 이끌어 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경제성장을 시작으로
1975년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제6조선 작업부회(作嶪部會)라는 선진국간의 조선업 문제 국제협의기구의 일반 지도원칙에 의한 서유럽 조선공업연합회 및 일본 등 선진조선국들의 조선시설 삭감과 조업감축정책을 펴나감에 따라 선박공급능력이 축소되는 한편, 1973년 이후 계속 장기화했던 세계 해운시황의 하락추세도, 1978년 중반을 지나면서 조금씩 회복되는 조짐을 보였다.

또한 유가급등으로 인한 경제선속(經濟船速:고속운항은 과도한 주기관 출력을 요함으로써 연료 소모량이 과다함) 유지를 위한 20% 전후의 감속운항 등의 요인으로 유휴선복량이 1978년 중반을 고비로 증감됨으로써 세계선복 과잉현상이 점차로 해소되고, 신조선 수요도를 자극함으로써 선복수급이 균형을 이루는 상태로 접근하게 됐다.

이와 함께 1974년 이후 하향추세를 계속해오던 조선업 시황 곡선은 1979년 회복추세로 방향을 전환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런 성장은 다시금 하향곡선을 그리게 됐는데 1978년에 이르러 1,000만G/T를 밑도는 802만G/T로 최하위 수주량을 기록함으로써 세계 조선시황은 그 바닥을 들어내게 됐다.

이와 같이 조선업불황이 심화 및 장기화돼감에 따라서 선진조선국은 조선시설 감축, 조업도의 하향구제 등으로 선박공급능력을 축소시키는 한편, 감속운항 등으로 유휴선복을 흡수·감소시키는 등 조선업 불황타계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쳤다. 그러던 중 미국을 비롯한 경제개발 회원국의 꾸준한 GNP 신장추세로 해상물동량 증가함에 따라 점차적으로 다시 조선업이 회복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유럽 조선업의 불황
1970년대 후반 조선불황이 닥치자, 일본 과 유럽의 조선소는 연쇄 부도를 맞아 통폐합에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조선업계의 수출선 건조량은 연 평균 24.5%의 고속성장을 거듭했다. 국내 조선업계의 건조 경쟁력에 더해 이 같은 선박금융 경쟁력을 기반으로 2000년 한국조선은 선박수주량과 수주잔량, 고부가가치선 수주분야 등 전 부문에 걸쳐서 일본을 제치고 세계1위의 조선강국으로 우뚝 서게 됐다. 우리나라 조선소에 배를 주문한 외국 선주들에게 빌려주는 수출자금은 2000년부터 해마다 2조원 수준에 달하고 있다.

또한 수출자금처럼 직접 빌려주는 돈은 아니지만, 조선업체들이 배를 다 완공할 때까지 외국 선주에게 금융보증을 해주는 혜택도 아주 높은 편이다. 이러한 보증 규모만 해도 10조에 육박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조선업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배경은 역시 기술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선주들이 어떤 주문을 요구해도 이에 대등할 수 있는 기술력 덕분에 우리 조선업은 빠르게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또한 끊임없는 신기술은 해외 선주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레이스를 펼치게 됐다. 심지어 배를 발주하고 양도한 후에도 선주들의 요구가 있으면 기꺼이 그 요구에 응할 수 있는 서비스와 얼마든지 수정할 수 있는 기술력이 바로 세계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현재 국내 조선업의 선두에서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턱없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거대한 선박을 제 때 맞춰 척척 만들어 낸다는 것은 거의 신기에 가까울 정도다. 물론 빠르게 우리를 추격해 오고 있는 중국은 아직 선박 설계능력이 뒤처지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한국의 독주 시대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이런 기술력은 세계 어느 선박회사도 만들지 못했던 신개념의 배를 제작하는데 톡톡한 몫을 하고 있다.

무섭게 질주하는 중국
한국조선협회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계는 지난 2003년부터 세계시장의 35~40%의 점유율를 기록하며 세계 1위를 지속해왔다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 중 국내 조선업체들의 선박수주량은 전년 동기대비 약 20% 감소했지만, 세계시장 점유율은 50.6%를 기록하며 확고한 시장지배력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말 수주잔량 기준으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STX조선은 세계시장 1위부터 5위까지를 모두 휩쓰는 쾌거를 달성했다. 하지만 중국도 조선업의 탄력을 받으면서 우리나라 조선업을 넘보고 있다.

현재 중국은 세계시장에서 34.3%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며 국내 조선업계를 긴장하게 만들고 있을 뿐만 아니라, 2015년쯤에는 한국을 따라 잡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조선업은 보통 3~5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이 번갈아 진행된다. 지난 10여 년간 세계 조선업은 호황을 이어왔고 이에 업계에서는 조만간 시황이 나빠지는 사이클이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그 시점이 언제일지와 어떤 조선소가 그 대상이 될지에 대해서는 모두가 우려하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중국이나 전남지역의 신규 조선업체들이 무리하게 시장에 진입한 상태여서 후발주자들의 피해가 먼저 예상된다.

세계경제침체와 수주계약 해지
'장기호황'을 누리던 조선업에 노란불이 들어오고 있다. 국내 대형 조선업체의 기존 수주 계약의 해지가 잇달아 발생했기 때문이다. 관계자들의, 호황시기가 지났다는 신호가 아닌가 하는 성급한 판단도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 조선업은 다른 업종과는 달리 지난 10년간 최고의 호황을 누려왔다. 향후 최소 3년 이상의 수주물량이 확보돼 있고,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가 많아지면서 앞으로 5년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세계경제 침체와 더불어 조선업도 조금씩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 중에 대우조선해양은 컨테이너선 8척(6190억원), 현대미포조선은 석유제품운반선 4척(1970억원)의 수주계약을 해지했다. 그리고 이에 앞서 STX조선은 2200억원 규모의 벌크선 2척 수주계약을 해지하는 등 좋지 못한 해약 해지가 잇따르고 있다. 물론, 시장 거래상 충분히 그럴 수는 있는 부분이지만, 뭔가 뒤가 개운치 않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해당 조선업체는 해지된 계약분을 메우기 위해 노력하고는 있지만 이 과정도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은 최근 세계경제가 침체 양상을 보이는 것과 연관된 것으로 해석된다.

경쟁력 상실한 조선업체들은 힘들 듯
조선업은 특성상 신규투자 후 정상적인 선박 건조까지는 5~10년이 소요된다. 그러기 때문에 중국과 국내 신규 조선업체들이 실질적인 경쟁상대로 성장하는 데는 상당 시간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공급과잉으로 인해 경쟁력 없는 조선업체들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정리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는 견해도 많다. 물론, 경제적 논리로 본다면 공급 캐파(용량)는 늘고 있는 반면, 선박 수요는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조선업체들의 자연스러운 정리가 곧 일어나야 하지만, 정치적인 논리 등 외적인 요인들이 변수가 얼마든지 작용할 수 있다.

조선업을 수주 측면에서 볼 때는 과거와 같은 피크는 끝났고, 실적(이익률) 측면에서도 상품가격이 7월 중순 이후 조정을 거쳤고 후판가격 인상으로 인해 내년 상반기에는 이익률이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리고 다시 점진적인 회복을 보여 2010년부터는 이익이 많이 생길 것으로 전망하는 등 조성선업호황은 계속 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물론, 중국과 주변의 여러 동남아 국가들이 조선업에 뛰어 들고는 있지만 기술력이라고 하는 것이 마음만 먹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의 조선업은 세계시장을 꾸준히 선점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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