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조선업 육성정책이 ‘적중’

대우조선 인수합병에 대한 물밑작업이 뜨겁다. 현재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는 조선업계의 특성상, 욕심내지 않을 수 없는 사업이다. 그래서 박태준 전 포철 회장은 이제 포스코가 조선업에 앞장서야 할 때라며 한마디 거들고 나섰다. 특히 광양 제철소는 조선소가 들어 설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기 때문에 포스코의 조선업 진출은 한결 전망이 밝은 편이다. 그렇다고 낙관만 할 수는 없는 문제다.

10여 년 동안 부동의 1위를 차지하며 호황을 누려온 한국 조선업도 2010년을 분기 점으로 고비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조선업계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중국은 물론, 필리핀과 베트남까지 대형 조선소 건설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고 있는 추세라 경쟁은 더욱더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본지는 3회에 걸쳐 한국조선업의 성장배경과 세계 조선업의 흐름을 조망함으로써 광양시가 유치하고자 하는 조선업발전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부동의 1위를 차지한 조선산업
한국 조선업은 세계조선업사상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큰 호황을 누리고 있다. 6·25전쟁 이후 붕괴한 한국경제를 재건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던 조선업은 현재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국내무역흑자를 달성하는 데 효자종목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한국은 올 상반기 분야별 시장 점유율이 수주량 43.4%, 수주잔량 37.9%, 건조량 38.5% 등으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올 상반기 시장점유율만 해도 50%(발주량기준)를 넘는다. 이처럼 높은 점유율은 국제선급연합이 2005년 4월부터 선박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벌크선과 유조선의 선체 두께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이에 선주들은 선박 가격 상승을 우려해서 기술력은 물론, 적정한 가격으로 원하는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업체를 찾나 나서야만 했다.

그러나 유럽은 조선업의 불황을 겪고 난 상태라 그럴 여력이 없었고 일본 역시 모든 면에서 한국에게 뒤지고 있었다. 이는 당연히 한국의 조선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 형성됐다. 거기에다 한국의 기술력은 이미 세계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수준을 확보하고 있었다. 아니, 이미 한국은 LNG선,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거의 모든 고부가가치 선박시장에서 독주하고 있었다. LNG선은 세계시장의 75.9%를 차지하고 있으며, 초대형 컨테이너, 유조선 등에서도 50% 정도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수요가 확대 되고 있는 심해 유전탐사장비 시장에서도 삼성중공업이 드릴쉽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등 시장점유율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한국의 독주는 계속 될 듯
한국의 조선산업의 독주는 향후 10년 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법. 언제까지 이런 호황을 누릴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현재 중국이 바짝 우리 뒤를 쫓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인도, 베트남, 필리핀 등에도 대형조선소를 잇따라 건설하고 있는 중이라 한국의 일방적인 성장세는 2010년이면 고비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향후 3년 내에 선박건조 능력이 2배로 증가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2010년이면 중국이 대형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도크 수가 23개나 돼 현재 15개인 한국을 앞서게 된다는 사실만 해도 위기위식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조선산업은 현재까지 전 세계 선박 수주량, 수주잔량, 건조량의 세계 시장 점유율에서 단연 최고 수준에 이르고 있다. 한국이 여전히 중국과 일본을 따돌리고 세계 조선 1위를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조선업이 어느 날 갑자기 이렇게 성장한 것은 아니다. 그러한 배경 뒤에는 기업과 정부 그리고 근로자들의 끊임없는 노력 덕분이었다.

한국의 조선업을 거슬러 가면
한국의 조선업이 세계 시장을 싹쓸이 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역시 선조들의 뛰어난 업적을 빼놓을 수 없다. 한국 조선술은 16세기 말 임진왜란 때에 가장 큰 전공을 세운 탁월한 군선인 거북선에서 그 뿌리를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조선 후기에 이르기까지 임진왜란 당시의 수군제도와 군선(軍船) 건조방법을 제대로 전수하지 않아 결국 선박에 대한 기술력은 낙후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일본에 강점당한 이후, 그 당시의 일본 우선주식회사와 오사카상선 등의 공동참여로 조선우선주식회사(지금의 대한선주의 전신인 것으로 추정됨)가 창설됨으로써 조선소 설립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그러던 중 동해 바다에서 조업하는 어선 수리를 위해서 울산 방어진에 방어진철공소가 설립하게 됐으며, 10여년 쯤 뒤에는 현재 대한조선공사의 전신인 조선중공업주식회사가 설립되면서 한국 근대 조선공업이 본격적으로 닻을 올리게 됐다.

1950년대의 한국 조선공업은, 태풍피해 복구를 위한 산업 부흥국채자금, 정부보유외화, 그리고 외국원조자금 등에 의한 연안소형선박(주로 목선) 건조로 그 첫발을 내딛게 되었으며, 1950년대 말에 들어서면서 정부당국도 조선공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돼, 조선장려법(造船奬勵法)을 제정, 공포함으로써 조선공업육성을 정부가 주도하기 시작했다.

정부의 조선업육성정책이 주효
그 후 정부는 제1차, 2차 경제 개발5개년 계획과 5·16군사정변 이후 강력한 조선장려정책 강화로 건조선가보조금지급, 건조선박을 담보로 하는 정부보증융자실시, 수입하는 조선용기자재의 관세감면조치 등이 이뤄져,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기간 중에는 연평균 약 1만 G/T의 신조선을 건조할 계획을 세웠다. 제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서는 조선공업의 수출산업화 육성을 위한 조선시설 및 기술의근대화를 지원하기 위해 1967년 조선공업 육성기본법인 조선공업진흥법(造船工業振興法)을 제정, 공포함으로써 조선공업은 물론, 그 관련기자재 제조업 육성에도 주력하게 됐다.

이와 같이 조선공업 육성정책을 펴나간 결과, 1971년에 신조선 건조능력 19만 G/T, 건조 실적 4만3000 G/T, 선박 수출도 베트남에 바지선 30척을 수출하면서 선박수출 제조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다시 타이완에 어선 20척 수출에 성공함으로써, 본격적인 수출산업에 뛰어들게 됐다.

선박 설계표준화 작업 완성
한편, 선박설계도의 표준화를 위해 정부당국의 보조지원으로 대한조선학회가 중심이 돼 학계·관련단체 및 기관, 그리고 업계의 적극적인 참여로 연근해 어선·원양어선·객선 및 각종 화물선 등 총 60여 종의 표준형선 설계를 실시, 제정 보급한 것은 한국 조선 근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업적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특히 1971년에 착수한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는 당초 연간 건조능력 150만 dwt(재화중량톤수)를 300만 dwt 규모로 확장, 수정해 1973년부터 초대형 유조선인 벌크선을 조선소 건설과 동시에 수주 건조함으로써 한국 조선공업을 세계 10위권 내로 도약시키는 쾌거를 이뤘다.

또한 중화학공업화 선언 이후,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건설로 한국 조선시설 호칭능력(呼稱能力)은 260만 G/T로 급신장하였으며, 연간건조실적은 65만 5000 G/T로, 그리고 신조선 수출실적도 1억 9000만 달러로 급증함으로써 세계 제5위권으로 도약하게 되는 발판을 만들었다. 이처럼 정부의 꾸준한 지원과 기업의 노력으로 현재 한국의 조선업은 1위에서 5위까지 선점을 하는 계기가 됐다.

기업의 노력과 선박금융지원 효과
현재 선박건조에 있어서 1~6위까지가 우리나라 조선소가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불과 20년 전만 해도 한국의 조선업은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처음 국내에서 조선소를 시작할 때만해도 모두들 긴가민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과연 조선업으로 승부수를 낼 수 있는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 상태에서 출발을 했지만, 20여 년이 흐른 지금 우리나라 조선사들은 세계 조선업계의 최고로 이름을 날리고 있으며, 2000년부터는 세계시장 1위로 부동의 입지를 굳혀오고 있다.

우리 조선업의 발전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기업들의 부단한 노력과 정부의 전략적인 육성 의지가 완벽하게 맞아 떨어진 결과였다. 한국의 조선업은 1970년 제3차 경제개발계획에 따른 중화학 공업육성 정책에 의한 정부차원의 전폭적인 지지를 입음으로 말미암아 그 도약의 발판을 맞았던 것이다. 문제는 선박금융이었다.

선사들이 배를 확보하기 위해 이용하는 선박금융은 조선업과는 실과 바늘처럼 밀접하게 연결된 관계다. LNG선 한 척 가격이 2억5,000억달러(한화로 약 200억)로 워낙 고가이기 때문에 선사들이 일시에 자기자금만으로 조달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선박금융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데, 이때 경쟁력 있는 선박금융을 제공하는 게 조선사의 수주경쟁을 가르는 분기점이 된다. 물론, 선박금융은 금액이 너무 많기도 하지만, 기간도 통상 12년에서 최장 20년에 달한다.

즉, 선사들이 선박을 운용해서 벌어들인 수익으로 원리금을 갚기 때문에 위험부담도 다소 큰 편이다. 이를 위해 우리 정부는 선박수출금융 전담지원기관인 수출입은행을 설립했다. 이 은행의 금융 지원은 1970년대 후반에 불어 닥친 세계 조선 시장의 장기 불황을 이겨내고 우리나라가 조선강국으로 세계시장에 우뚝 서는 데 일등 공신역할을 했다.

당시 우리나라 조선소는 대형 선박 건조 경험이 전무했음은 물론, 일본과 유럽에 비해 모든 면이 상대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에서 수출입은행을 통해 제공하는 각종 선박금융의 지원의 힘을 입은 덕분에 수출선 수주에 결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했다.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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