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민 백운중학교장

조상의 얼을 기리며
유난히도 폭염이 기승을 부렸지만 이제 만물을 성장케 했던 위대한 여름은 가고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비옥한 시간을 가꿔야 하는 계절이 되었다. 가을은 1년 중 가장 풍요로운 결실의 계절이다. 9월 14일은 음력으로 8월 15일 추석날이다. 추석은 우리의 고유 명절로 1년 중 가장 풍요롭고 즐거운 날이다. 추석은 풍성한 오곡백과의 추수에 감사하며 조상의 얼을 기리는 뜻 깊은 민족 전통의 한가위다.

한가윗날은 농사를 지어 거기서 나온 농산물로써 먹고 살았던 우리 민족에게는 설날 다음 가는 큰 명절이었다. 논밭에 가득 여물어 있는 곡식과 열매를 추수하는 농부들은 한여름 동안 고생한 보람을 비로소 맛보게 되며, 더 이상 농사일에 대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니,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을 것이다. 그리하여 속담에 ‘오월농부(五月農夫) 팔월신선(八月神仙)’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5월에 농사짓느라고 애쓴 농부들이 8월이 되면 신선처럼 한가롭고 풍요로워진다는 뜻이다.

가배라는 베짜기 대회
원래, 추석을 명절로 지내기 시작한 것은 신라 때부터라고 한다. 옛날 신라 유리왕(儒理王) 때에는 이 날에 가배(嘉俳)라는 행사를 베풀었다고 한다. 8월 한가위의 한 달 전인 음력 7월 16일부터 전국 여섯 마을의 여인들은 두 편으로 나뉘어, 각각 한 명의 공주가 지휘하는 가운데 베를 짰다. 양편의 여인들은 정성을 다하여, 밤낮을 가리지 않고, 상대편에게 지지 않으려고 부지런히 베를 짰다. 그렇게 한 달 동안을 보낸 뒤, 이윽고 추석날이 되면, 양쪽 편의 여인들은 자기들이 그 동안 짠 베를 전부 모아 두 편의 베를 비교한다. 이 때, 상대편보다 더 많이, 더 고운 베를 내놓은 편이 이기는 것이다.

진편은 이긴 편에게 음식과 술을 대접해야 하고, 또한 춤과 노래로써 이긴 편을 축하하는 행사를 열었다.
이 가배라는 베 짜기 대회의 이름은 훗날, 추석을 일컫는 이름으로 변하였는데, 그 변화된 이름이 바로 한가위이다. 한가위란 이름은 신라 유리왕 때에 가배라고 불리던 것이 변화되면서 내려온 것이니, 추석이라는 말보다 훨씬 역사가 깊은 우리 고유의 이름이다.

공동체로서 결속력을
이 날은 1년 내 지은 햇곡식으로 정성껏 음식을 장만하여 조상을 추모하면서 효심을 일깨우고 이웃과 상부상조하여 지은 농사가 풍년을 맞게 된 기쁨과 감사를 나누면서 순수한 인정을 나누는 날이다. 그러나 추석날은 먹고 즐겁게 노는 날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성묘를 통해 조상을 생각하고 고향의 훈훈한 인심과 맑은 공기와 함께 자신을 돌아보며 재충전하는 날이다.

우리 민족의 숭고한 전통에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추석의 의미를 잘 생각해서 효심을 기르고 이웃과 함께 하는 지혜를 가져야 하는 날이다. 특히 오늘날 우리 사회는 가치관의 혼란, 윤리 규범의 붕괴로 우리의 정체성과 공동체의 결속이 약화되어가고 있어 추석이 주는 의미를 더욱 살려야 할 때다.

추석 때 고향에서 친척들이 모여 귀속 요인인 혈연을 기초로 결속도 하고 집단 속에서의 규범이나 윤리를 배워 흩어져 가는 자신을 성찰하면서 위상을 확립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우리가 매년 추석 차례를 지내는 것은 이런 때를 계기로 흩어져 살던 가족들을 만나고 혈육의 정을 나누는 것이다.

그러기에 아무리 교통이 막히고 고향 가기가 힘들어도 추석 때는 국민들이 대이동을 한다. 우리 조상들이 이런 전통 명절을 만드신 그 슬기로움을 알아야 한다. 급변하는 사회에 서구화가 몸에 밴 우리들에게 문화 종속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추석은 전통 문화의 창조적 계승이 있어야 한다. 우리 민족만의 우월성을 지닌 우리 문화를 더욱 발전시켜 민족적 정체성과 공동체로서의 결속을 더욱 다지는 지혜를 얻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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