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동윤 광양태금중학교장

여름방학이 끝나고 개학과 동시에 2학기가 시작되었다. 이 무렵, 학생들은 학교생활을 매우 힘들어 한다. 방학 동안의 자유로웠던 생활이 관성이 되어 규칙적인 학교생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학업 성적이 다른 학생들에 비해 떨어지는 학생들의 경우, 그 정도는 매우 크다. 더구나 이런 학생들은 심리적으로 심한 열등감, 좌절감, 무기력감에 빠져 있기 십상이므로 그들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갈등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클 것이다.

그런데 이런 자녀들을 바라보는 부모들의 마음은 초조하고 불안하다. 그리고 그런 마음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모들은 경제적인 부담에도 불구하고 자녀들을 학원으로 내몬다. 학원에서 행해지는 선행학습이 학생들의 학습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심리 때문이다.

이렇게 사교육 기관에 자녀를 맡기는 것이 부모에게는 일시적인 위안을 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좀 더 먼 미래를 생각한다면 결코 바람직하지는 않은 일이다. 이러한 교육은 우리의 자녀들이 배움의 과정에서 길러야할 고등정신능력(분석적 사고, 비판적 사고, 창의적 사고)과 덕성(자립심, 개척정신, 모험심) 등을 오히려 저해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예증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지난 2000년 OECD에서 실시한 수학, 과학 과목에 대한 소양평가에서 우리나라가 수학에서 1위, 과학에서 2위의 좋은 결과를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읽기와 수학 흥미는 끝에서 두 번째, 자신감은 꼴찌, 협동적 학습과 자기 주도적 학습은 최하위였다.

이 통계 자료에 의하면 우리의 자녀들은 자신이 하는 공부에 스스로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부모나 주변 사람들의 강요에 못 이겨 타율적으로 공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공부에 대한 흥미나 자신감 뿐만 아니라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까지 최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우리 자녀들이 공부에 재미를 느끼고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로 성장하도록 부모들이 충분히 조력하는 일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고등정신능력을 기르고 올바른 덕성을 함양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부모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전라남도 교육청에서 요약 정리한 ‘스스로 공부하는 자녀가 21세기를 지배한다.’라는 책자에서는 공부 잘하는 아이로 기르기 위한 부모 역할을 제시하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리 자녀를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로 길러내기 위해 부모들이 해야 할 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자녀들과 지속적인 대화를 하는 것이다. 특히, 아버지와의 대화가 중요한데,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에 의하면 아버지와 대화를 많이 하는 자녀일수록 학업 성적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한 달에 한 번쯤은 자녀의 손을 잡고 서점에 들러 함께 읽을 책을 구입하고 함께 독서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부모가 책을 가까이하면 자녀도 책과 가까워진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같은 책을 함께 읽고 토론 및 감상을 나눈다면 이보다 더 좋은 공부 방법은 없을 것이다. 21세기는 글로벌 정보화 사회이다. 이런 사회에서는 스스로 생각할 줄 알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갖춘 창의적인 인재가 요구된다고 미래학자들이 얘기하고 있다. 우리의 귀여운 자녀들이 미래사회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스스로 공부하는 힘을 길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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