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광 동광양중학교장

교육의 씨를 뿌리며 살아온 40년
누구나 그렇겠지만, 오랫동안 하던 일을 공식적으로 그만두게 된다고 생각하면 마음에 야릇한 감회의 물결이 출렁거리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매일 만나던 사람들은 물론, 자기가 쓰던 여러 가지 사무용품 하나에도 새삼스런 감동을 받게 될 것이다.

현재 이렇게 정년퇴임에 관한 글을 쓰고 있는 필자 역시 그런 감정을 느끼고 있다. 나는 평생을 학교와 함께 생활하며 보냈다. 흔한 말로 교편을 잡으면서 한 생을 다 보낸 것이다. 반세기 가까운 세월을 보냈으니 오죽이나 하겠는가. 그래서인지 요즘 나는 많은 것을 생각하며 하나하나 정리하고 있다. 흘러가는 세월을 어떻게 막을 재간은 없지만, 그 시간 속에 의미 있는 흔적은 남길 수 있을 것이라는 심정으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리고 교사는 씨를 뿌리는 농부와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학생들의 마음속에 열심히 교육의 씨를 뿌려왔다. 물론, 열매를 일일이 내 손으로 확인을 할 수는 없었지만, 그런대로 교육농사는 잘 지었다고 자부하고 있다. 이제 그런 일을 그만 접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법적으로 내 사명기간이 다 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서류상 그렇다는 것이지, 내 인생의 2모작은 지금부터 시작일 것이라는 기대를 동시에 하면서 두 번째 밭을 개간할 준비를 하고 있다.

나이는 정년이 있어도, 열정에는 정년이 없어
요즘 출퇴근을 하는 필자의 눈에는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이제 인생을 살만큼 살았다는 깨달음에서 오는 것인지는 몰라도, 시간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중이다. 인생이란 결국 시간의 열매인 것이다. 교직 생활의 마지막 2년간은 이 지역 중학교 제자들의 권유로 동광양 중학교를 희망해 이곳에서 교장의 직분으로 열심히 교육농사를 지으며 달려왔다. 1969년에 교직 생활의 첫발을 딛었으니, 햇수로 무려 40년이 된 것이다.

이제 그 시간을 모두 접고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할 시점에 섰다고 생각하니 개인적으로 감회가 새로울 뿐 아니라, 무엇을 해야 가장 뜻 깊은 노후 생활을 보낼 수 있을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두 자녀를 결혼시키지 못하고 퇴임하게 되어 조금은 아쉽지만, 다달이 나올 연금이 있으니 네 식구의 건강만 허락한다면 경제적으로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본다.

그래서 교직 생활과 함께 30여년 동안 스카우트 봉사활동을 통해 갈고 닦은 기능을 퇴직 후에도 학생들, 노인들, 장애인들을 위해 자원 봉사자로 활동하는 길에 들어서기로 결심했다.

봉사하는 여생을 보내고 싶어
뿐만 아니라, 지금 다니고 있는 성당에서도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면서 어려운 이웃을 위해 열심히 봉사활동을 해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봉사 활동 중에서 매력을 느끼는 것은 웃음치료 봉사이다.

웃음치료 봉사는 봉사자 스스로가 상대방을 웃게 만들도록 부단히 공부하고 연구해야 하는 봉사로서, 비록 상대편을 웃길 수 있는 능력이 기술적으로는 좀 미진해 걱정되지만, 외롭게 사는 노인들에게 잃어버린 웃음을 찾아드리고, 행복하게 사시도록 해드리고 싶다. 그러나 여러 사람들 앞에서 생소한 분야를 강의한다는 것이 긴장되고 걱정이 된다.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두렵고 떨리지만, 교육을 통해 웃음치료 봉사에 매진하기로 마음먹고 있다.

늘 마지막이 아름다운 삶을
다음으로는 그 동안 하던 서예활동과 동양화 그리기에 더 힘을 써 볼 생각이다. 이럭저럭 붓을 잡은 지 30여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너무 서툴고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지금 이 분야의 전문가 스승님의 제자가 돼 개인 사사를 받고 있다. 퇴임 후에는 계속해 열심히 가르침을 받아 국전 대상에도 한번 도전해 보고자 한다.

이렇게 인생을 보람되게 가꾸다가 하느님이 부르시면 조용히 떠나야 하지 않겠는가? 떠나기 전 인생을 돌이켜 볼 때 지금까지 그런대로 주변 이웃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을 주면서 살았구나’ 하고 기쁨과 만족의 미소를 지을 수만 있다면 그 보다 행복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남은 인생도‘ 최선을 다하면서 살자’고 스스로 다짐해 본다.

지난 40년간 참 많은 학교에서 많은 분들과 인연을 맺었다. 함께 했던 동료 교원들은 물론, 인연이 닿아 만날 수 있었던 수많은 제자들에게도 고마웠다고 말하고 싶다. 특히,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잠깐의 인연을 잊지 않고 가끔 건강을 묻고 안부를 전해준 제자들, 스승의 날 잊지 않고 화분과 꽃을 보내준 모든 제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동광양 중학교에서 별 탈 없이 정년퇴임식을 맞이할 수 있도록 큰 힘이 되어준 모든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데스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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