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자체들이 다양한 자전거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광양시의 자전거 인프라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자전거 한번 타려면 ‘식은땀 나’
광양시에서 자전거를 이용하는 인구는 총 1만1,233명으로 이중 일반인이 4,096명, 학생들이 7,137명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광양읍과 중마동, 금호동에서의 이용률이 높게 나왔다.

광양시에는 현재 광양읍, 중마동, 금호동 등에 자전거 도로가 개설돼 있다. 그러나 이 도로의 길이는 총 71.5km 정도에 불과해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려면 자전거 도로와 일반 도로, 인도를 번갈아 가며 곡예운전을 해야 한다.

교통 및 도로행정이 차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일반 도로 이용시 운전자들의 난폭·위협 운전, 불법 주정차 등으로 위험천만한 광경을 연출한다. 때문에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인도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이마저도 도로와 인도의 연결 턱이 너무 높거나 잦은 공사에 따른 공사차량·건설 장비 자재의 인도 점령, 차량진입 방지 볼라드 등은 큰 장애물이다. 그뿐 아니다. 갖가지 도로안내 표지판과 홍보 입간판 및 점포의 차양 시설, 전기·통신관련 시설물들은 자전거 운전자들과 비슷한 높이여서 종종 흉기로 변한다.

또한 자전거 도로로 개설된 기존도로는 보행자 겸용도로로 폭원이 협소해 자전거 이용 시 보행자와의 충돌 등 안전사고 위험률이 높고, 곳곳에 가로수가 식재돼 있으며 도로가 끝나는 지점에는 차량들이 불법 주ㆍ정차 돼있어 통행에 불편을 겪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인도를 점령한 노점상들과 상점 앞 물건 진열 등으로 인해 보행자마저 불편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자전거를 이용한다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이유로 투자비용에 반해 시민 이용도가 낮고 자전거 이용률도 점차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창덕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창덕 입구 인도가 자전거도로 겸용으로 만들어져 있어 자전거를 타고 도서관을 오간 적이 있는데, 겸용 도로 곳곳의 농경지 진입도로로 인해 수시로 턱을 오르내려야 하고 경운기나 트럭 등이 자주 운행되다보니 도로가 엉망이라 자전거 타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또한 구간이 짧다보니 어차피 일반도로를 이용해야 하고,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려다보면 오히려 일반도로를 가로 질러 가는 것보다 먼 길을 돌아서 가야하는 등 불편한 점이 많아 자전거 이용을 꺼리게 된다”고 전했다.

각 지역별 이용 실태 ‘천태만상’
광양읍은 특히 일반인의 이용률이 학생보다 2.7배 가량 높은 편이다. 이는 농가에서 이동수단으로 자전거를 많이 이용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러한 지역에는 인도도 제대로 확보되지 않는 상황으로 이용자들을 위한 별다른 안전장치도 없어 위험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

자전거 보유대수가 가장 높은 중마동의 자전거 이용지역은 학교주변이나 학원단지 등으로 편중돼 있다. 그러나 학교주변 등의 자전거 겸용도로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학교 정문에서부터 시작되는 자전거 겸용도로는 도보로 오르내리기에도 턱이 매우 높고 도로 곳곳이 침하되거나 돌출돼 있어 자전거를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아파트단지로 이어지는 인도는 노점상들과 상점 앞 물건 진열, 차양막 등이 인도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어 보행자들의 통행마저 불편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직장인과 주부, 학생 등 대다수가 자전거를 이용하고 있는 금호동은 주택단지로 개발할 당초부터 주민들이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도로를 잘 구축해 놨고 이에 대한 주민들의 의식수준도 안정돼 자전거 이용이 비교적 잘 정착된 편이다. 특히 학생들의 이용률이 일반인보다 4.8배 가량 높아 많은 학생들이 등하교시 이동 수단으로 자전거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택 단지와 학교, 상가 등의 동선이 원활하게 구성돼 있고, 차량 운전자들 또한 자전거가 우선이라는 인식으로 양보하고 있다. 다만, 인도와 도로로 이어지는 턱과 가로수, 돌출된 맨홀 뚜껑, 침하된 보도블럭 등의 정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자전거 이용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도 낮은 수준이다. 이렇듯 자전거 이용에 많은 불편이 따르다보니 가까운 거리일지라도 대부분 차량을 이용하고 있고 자전거 이용자들을 보호하기는커녕 위협적으로 운전해 위험으로 내몰고 있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각 아파트 단지 내에 설치된 자전거 거치대에는 오랫동안 방치된 녹슨 자전거들이 골칫덩어리로 전락하고 있다.

중마동의 한 자전거대리점 대표는 “최근 고유가와 건강상의 이유로 자전거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루 평균 3대 정도씩 팔리고 있으며 문의 전화도 많이 걸려오고 있다. 그러나 광양은 타지에 비해 자전거를 탈만한 곳이 없다는 것이 손님들의 가장 큰 불편사항으로 자전거 도로와 기타 시설물, 교통체계, 자전거 이용 홍보에 대한 다양한 방안들이 요구되고 있다”고 전했다.

자전거 사업 미미한 수준에 불과
한편 광양시는 오는 2013년 이후까지 광양읍과 중마동, 금호동 일원 31개 노선 208km구간에 사업비 187억4,600만원을 투자해 자전거 이용시설을 정비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올해와 내년에는 사업 계획이 없을뿐더러 2010년에서야 3km를 정비, 2011년 3km, 2012년 3km 등으로 사업량은 미미하고, 나머지 구간에 대한 정비는 2013년 이후에나 실시될 계획에 있어 자전거 도시를 향한 인프라 구축은 매우 더딘 상황이다.

광양시 관계자는 “광양은 특성상 각 지역 내에서도 구간별로 거리가 떨어져 있어 자전거도로 연계가 힘들다. 향후, 지역 내에서도 원활한 이동이 가능하도록 도로를 구축할 계획이지만, 현재 시에는 이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직원이 따로 없어 체계적인 업무가 어려운 형편이다”고 전했다.

많은 예산을 투자해 정비하고 있는 광양시 자전거 도로와 거치대 등의 시설은, 효율성과 시민 의식 수준 저하 등으로 실질적으로는 이용도가 낮을 뿐더러 실제 이용객들마저 어려움을 겪고 있어 자전거를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전거를 이용해 하교 하고 있는 제철고 학생들의 모습. 그러나 자전거로 등하교 하는 학생들은 예전보다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도로를 점령한 노상점 물건들과 도보로 오르내리기에도 힘들 정도로 높은 턱.

주현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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