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옥 조선대경영대학원장

마음과 육체, 심신(心身)은 하나일까? 하지만 얼마전 전까지만 해도 마음과 육체는 분리해서 생각해 왔다. 의학적으로는 이분법적 논리가 우세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심신의학이 관심을 끌면서 육체의 병이 마음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마음과 육체 그리고 심신은 하나라는 주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몸과 맘은 하나
아무리 현대의학이 첨단을 달린다고 해도, 병은 더 심해지고 환자 또한 더 많이 늘어 나는 것으로 보아서 단순히 육체적인 증상만 치료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스스로들 잘 알고 있다.

마음은 객관적으로나 물리적으로 실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배제시켰는데, 그것이 얼마나 큰 오판이었는지 이제사 깨닫게 된 것이다. 옛말에도 심외무병(心外無病)이라고 했다. 마음 밖에서 병을 찾지 말라는 뜻이다. 하지만 현대 의술은 지금까지 육체적 증상에만 몰두 했지 마음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하루가 다르게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건강하지 못하고 수명만 길어진다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것이다.

마음과 육체는 건강과 질병 또는 삶과 죽음의 문제에 심각하게 영향을 미친다. 사랑이나 연민과 같은 따뜻한 마음에서부터 공포와 분노 같은 격렬한 마음에 이르기까지 각종 감정 상태나 태도 그리고 신념과 같은 심리적 요인들은 혈액의 화학적 상태나 심장박동 그리고 위나 장의 기능까지 신체내의 모든 기관과 조직에 연쇄적인 반응을 일으킨다. 이러한 심신관계의 연쇄반응은 오늘날 의심할 여지없이 객관적 사실로 제시되고 있다.

건강은 내적 적응력이 결정
스텐포드대학의 심리학자 펠레티어에 의하면, 미국의 저명대학의 부속병원이나 큰 메디컬센터 그리고 개인 클리닉들이 심신 의학적 치료법들을 채택해 활용하고 IBM, GM들과 같은 세계적 대기업도 이 치료법을 건강증진 프로그램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심신건강프로그램이 주목 받고 있는 주된 이유는 개인의 건강증진은 물론 관리기술 습득에도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마음이 신체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견해는 의학의 역사와 더불어 지속돼 왔다. 기원전 4세기경 서양의학의 창시자인 히포크라테스(Hippoc rates)는 마음, 신체 그리고 환경 이 세가지 요소가 조화롭게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건강이며, 부조화를 이루는 것이 질병이라고 했다. 히포크라테스는 ‘자연이 질병의 치유자(Nature is the healer of disease)’라고 했다.

현대의학이 이 견해에 충실했으면 한다. 희랍의사 칼렌(AD 2세기)은 감정의 부조화가 질병을 야기한다고 했다. 예를 들면 ‘정서적으로 우울한 여성이 유방암에 잘 걸린다’고 했다. 르네상스시대에 토마스 시덴햄은 일찍이 히포크라테스가 언급했던 ‘자연 치유력’을 더욱 확신해, 한 개인의 건강과 질병이란 외적인 힘의 작용에 대한 개인의 내적 적응력에 의해 결정된다고 믿었다.

19세기 중엽 현대 생리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프랑스의 클라우드 베르나르(Claude Bernard)는 건강과 질병을 이해하는 핵심적 내용으로 ‘내적환경’이란 개념과 역할을 강조했다. 20세기 하버드대학의 생리학자 월트B, 캐논은 외적 위협에 대한 신체의 내적 적응 반응을 ‘공격 또는 도피반응’이라 불렀는데 이것이 베르나르의 ‘내적환경’ 견해를 과학적으로 뒷받침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건강뿐만이 아니라 행복하기 위해서도 외부환경을 바꾸려 하지 말고 내적환경을 정리해 내 마음에 질서와 평온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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