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햇살만큼이나 고마움도 넘쳐나는 계절, 5월은 계절의 여왕임과 동시에 사랑의 계절이다. 하늘이 아무리 맑은들, 신록이 아무리 푸른들, 햇살이 아무리 따사로운들 사람의 마음만 하겠는가. 진정으로 아름다운 것은 사람이고 사람의 마음이다. 그래서 5월은 사랑으로 돌아보는 날들로 촘촘히 채워져 있지 않을까!

“사람은 사랑을 먹고 살 때가 가장 행복”

금정식당을 운영하며 매년 어버이날이면 어르신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최금순 씨

마음이 따뜻한 사람을 만나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어른들을 돌보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오후 늦게 광양시 중마동에 위치한 금정식당을 찾았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뿐이며 언론에 내비칠 정도로 좋은 일을 한 것이 없다”고 손사래를 치며 인터뷰를 거절하던 최금순 씨.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의 고운 얼굴에서 5월의 장미 같은 웃음을 만났다.

작은 것에 기뻐하는 어른들 뵐 때가 행복
언젠가 우연히 들린 식당에는 노인들로 꽉 차 있었다. 그래서 더 이상 손님을 받을 수 없는 상태였기에 무슨 이유냐고 직원에게 물었더니 “사장님이 어르신들을 초청해 식사를 대접하는 중”이라고 귀띔했다. 바쁜 점심시간에 손님을 받지 않고 식사대접을 하는 그에게 “식당 운영하기도 바쁠텐데 나이 많은 사람들께 베풀고 위로해주는 고마운 사람이 있어 오래오래 살고 싶다”는 어르신들의 칭찬이 자자했다. 최금순 씨는 “사실 어른들은 조금만 잘해드려도 크게 좋아하신다”며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 것뿐이며 더 잘해드리지 못해 부끄럽다고 말했다.

광양 토박이라선지 광양이 좋아요
최금순(금정식당대표. 58세) 씨는 그야말로 광양 토박이다. 광양읍이 고향으로 광양서초등학교와 순천여고를 나왔고 결혼해서 잠깐 수원에서 산 것 말고는 광양에서만 지금껏 살고 있다고 한다. 봉강에서 목련가든이란 식당을 하다 중마동에서 지금의 금정을 시작한지는 5년째로 그동안 어버이날이면 봉강에서 이웃 어르신들께 대접해드렸던 것을 이어서 할 뿐이라고 말했다.

기독교 신자인 그는 “대광교회와 봉강 어르신들을 함께 대접하고 있는데 봉강 어르신들은 이제 너무 나이가 많아 모시고 오는 것도 힘든 상황이다. 하루가 다르게 늙어 가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내 부모라고 생각하면 식사 대접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는 일이다”며 내년부터는 음식을 싸 가지고 봉강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봉사하는 삶이 그의 꿈
사실 그는 작년에 남편을 떠나보냈다. “올해 5월 딱 1주년이 됐다. 남편이 사회복지학을 전공했을 정도로 어르신들을 좋아해서 함께 대접했는데...” 인터뷰 도중 눈물을 보이는 그. 어찌 그 아픔을 다 헤아릴 수 있을까. 그는 이러한 마음을 담아 어르신들과 함께 살 계획을 하고 있었다. 그는 “결혼해서 시부모님과 외할머니를 모시고 살면서 어르신들께 마음을 다해 잘해드리는 것이 큰 기쁨이라는 것을 알았다.

특별한 계기가 되어 봉사하고 싶다는 생각보다 아마 자연스럽게 이어졌지 않나 싶다. 앞으로 공기 좋고 물 좋은 봉강에 노인 복지관을 건립해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선행을 하는 데에도 집안 내력이 있는 것일까. 얼마 전 아들에게 애기했더니 아들내외가 선뜻 그를 돕겠다고 하더라며 체육학과(발레전공)를 나온 아들 내외인지라 안성맞춤이 아닐까 싶고 노인전문 시설을 운영하는 그의 꿈이 이뤄질 것 같아 기쁘다며 밝게 웃었다.

백내장, 녹내장 무료 수술 지원
사랑의 집짓기 회원이기도 한 그는 ‘광양가야라이온스클럽’에서 활동하고 있다. “봉사는 혼자 하면 어렵지만 십시일반으로 힘을 합하면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 얼마 전 포스코 프렌즈봉사단과 손잡고 다문화가정 5쌍을 결혼시켰는데 신랑에게 필요한 것은 프렌즈 봉사팀에서 신부에게 필요한 것은 클럽 회원들이 맡아서 준비했다. 봉사는 행복플러스라는 말이 있다.

어려운 다문화가정에게 뜻있는 일을 해줬다는 생각에 오히려 행복해졌고, 어쩌면 봉사는 남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며, 혹시 주위에 백내장이나 녹내장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이 있으면 연락해달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가야라이온스클럽에서는 순천 성가롤로병원과 손잡고 백내장과 녹내장을 어려운 사람들에게 무료로 수술해주고 있다고 한다.

남들에게 내비치고 자랑할 만한 것이 없다던 속 깊은 그를 취재하며 가정의 달을 맞아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기 위해 수소문 하던 차에 최금순 씨를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에서도 쉽게 도울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느끼게 해줬고 세상은 아름답고 맑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요즘 매스컴을 통해서 우리에게 전해지는 것은 끔찍한 사건, 사고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야기가 부지기수다. 그러나 작고 소박한 사랑으로 이웃들 마음에 다가가는 사람들 또한 많은 것이 사실이다. “사람은 사랑을 먹고 살 때가 가장 행복한 것 같다”던 최금순 씨. 5월은 날씨만큼이나 푸르른 사람들이 많아 더더욱 아름다운 계절 아닐까.

‘다문화가정 예림이 집 소원은 아빠가 건강해지는 것’

한국에 온지 12년째인 다문화 가정의 채릴린 씨와 딸 예진, 예원, 예림

급속도로 증가하는 다문화 가정
한국사회가 다문화사회로 급속도로 변화함에 따라 결혼 이민, 외국인 노동자 등 다문화 가정의 한국 적응, 교육, 한국과의 따뜻한 소통 등 다양한 과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제 다문화가정은 우리에게 생소하지 않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사회는 다문화 가정에 대한 편견과 이해 부족, 가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정이 많고 결혼 이주여성도 한국말과 한국사회에 대한 이해부족과 부적응으로 갈등과 위기를 맞기도 한다. 이러한 결혼 이주여성과 가족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사회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다문화 가정이 겪는 어려움을 알아보고 그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문화 가정 예림이 집
고국을 떠나 머나먼 한국으로 이주해온 여성이 한국에서 가정을 꾸리는 것은 이제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필리핀에서 온 채릴린(37) 씨는 한국문화를 잘 몰라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었고 본인이 한국말을 잘 못해서 아이도 말을 배우는 것이 더디고 어려웠다고 말했다.

중마동 부영아파트에 사는 채릴린 씨는 한국에 온지 12년 째로 김재석(39세)씨를 만나 예림(9세), 예진(6세), 예원(4세), 세 딸을 낳았다. 첫 딸 예림이는 초등학교에 다니는데 방과 후 대광교회가 운영하는 ‘이주여성도우미센터’에 다니고 있고 둘째와 셋째는 소망 어린이집에서 맡아 지도를 해주고 있다. 그는 ‘이주여성도우미센터’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에게 한국어 및 부족한 교과를 지도하는 교육프로그램이라며 따뜻하게 보살펴 주는 주위 사람들이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우리가족 소원은 아빠가 건강해 지는 것
성황이 고향인 김재석 씨는 선천성 장애(농아인)를 가지고 있다.
남편과 결혼할 때 남편을 소개하는 분이 장애를 가졌다고 말해줬는데 착하게 생긴 사람이라 마음이 끌려서 결혼을 하게 됐다고 한다.

그러나 남편은 영어를 모르고 채릴린 씨는 한국말을 모르니 처음에는 고생이 많았다. 무엇보다 언어소통과 음식이 맞지 않아 가장 힘들었지만 시댁 어른들을 모시고 살면서 한국음식과 문화를 배웠다. 그는 “4년 만에 첫 딸 예림이를 낳았을 때는 시어른들이 잘 보살펴줘 눈물이 났다. 비록 말은 못하지만 제가 고생한다고 집안 일을 거들어 주고 필리핀 부모님께 자주 전화하라는 다정한 남편과 시댁 어른들은 어려운 형편인데도 따뜻한 사람들이다”고 말했다.

그런데 올 2월, 큰 불행이 찾아왔다. 조그마한 회사에 다니던 남편이 급성 간암 판정을 받고 현재 투병 중인 상황이다. “아직 아이들에게는 아빠의 병명에 대해 이야기를 못해줬다”며 눈물을 훔치는 채릴린 씨. 병원비가 없어 수술은 받지도 못하고 서울 아산병원에 입원 중인데 지금 3차 항암 치료를 받고 있다며 말이 통하지 않고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고생할 때가 가장 힘들었는데 지금 그것보다 더 힘든 일을 겪으면서 기도만 할 뿐이란다.

영어 강사로 일하는 채릴린 씨
“필리핀에서의 직업은 간호사였다. 그러나 이곳에 와서는 영어강사로 일한다. 고정 수입이 있는 직업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래야 남편 병원비와 아이들 교육을 시킬 수 있을텐데 걱정이다” 많은 병원비와 한참 커가는 아이들 교육 문제가 큰 고민이다.

“남편이 병원 가면서 걱정을 많이 해서 집 걱정은 말고 빨리 치료해서 내려오라고 말했다. 이제 한국사람 다 되서 말도 알아듣고 일도 할 수 있으니 이젠 부지런히 돈 벌어 행복한 가정 꾸리겠다고 큰소리 쳤지만 남편이 병원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걱정이다”는 채릴린 씨의 큰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동안 남편이 회사에서 벌어온 돈으로 생활을 하고 조금씩 저축을 해 놓았으나 병원비를 감당하느라 다 쓴 상태. 지금은 세 딸을 돌보면서 청소년문화센터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며 가장의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그들도 당당한 우리 이웃
일반 학교에서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적응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예림이도 얼굴색이 다르고 말이 서툴러 마찬가지였다. 예진, 예원이가 다니고 있는 소망어린이집 장삼희 선생은 “아직까지 한국은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을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아니라 아이들이 왕따를 당하거나 상처를 받기도 한다.

비록 피부색이 다르고 말도 서툴지만 국제화 시대인 만큼 마음의 문을 열고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아픈 마음을 돌봐주고 들어주면서 조금씩 길을 찾아가도록 도와주는 것이 우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조경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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