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7일(음력 1월1일)은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이다. 이번 설명절은 샌드위치데이 이틀까지 더해 약 열흘의 긴 휴가를 즐길 수 있다.

올해 설날은 긴 연휴라 고향을 찾는 귀성객 행렬이 다른 때에 비해 많을 것이라고 한다. 명절연휴가 길어지면 아이들이나 미혼 직장인들은 쾌재를 부르지만 주부들은 오히려 일할 날이 길어져 달갑지 않다는 사실, 그러나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던가! 아침 차례를 올리고 새 옷 갈아 입고 정성껏 세배를 드려 두둑한 세뱃돈을 기대해보자.

또한 모처럼 형제들이 다 모인 설날에 윷놀이 등으로 흥겨운 자리를 마련해 보는 것은 어떨까!

설날의 어원
설날은 “새해에 대한 낯설음”과 “아직 익숙하지 않은 날”이란 뜻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처음 가보는 곳, 처음 만나는 사람은 낯선 곳이며 낯선 사람이라서 설은 새해라는 정신적, 문화적 시간의 충격이 커서 ‘설다’라는 의미로 이름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설을 한자어로 신일(愼日)이라 표현했던 것과 일맥상통하니 새해 첫날부터 몸가짐을 조심하라는 뜻이 아닌가 싶다.

설날의 유래
설날이 언제부터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로 여겨지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그러나 고려시대에 설과 정월대보름, 삼짓날, 팔공회, 한식, 단오, 추석, 중구, 동지를 9대 명절로 삼았으며, 조선시대에는 설날과 한식, 단오, 추석을 4대 명절이라 하였으니, 이미 이 시대에는 설이 오늘과 같이 민족의 중요한 명절로 확고히 자리 잡았음을 알 수 있다.

설날 음식
설날의 음식을 통틀어 ‘설음식’ 또는 ‘세찬’이라 하고 설날의 술을 ‘설 술’이라고 한다. 설음식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떡국이다. 떡국은 정월 초하루 제사 때에 제물로 차리고 손님에게도 대접한다. 지금은 떡국을 쇠고기나 닭고기로 끓이지만 옛날에는 꿩고기로 많이 했다.

설날에 흰 떡을 끓여 먹는 것은 고대의 태양숭배 신앙에서 유래한 것으로 설날은 새해의 첫날이므로 밝음의 표시로 흰색의 떡을 사용한 것이며 떡을 둥글게 하는 것은 태양의 둥근 것을 상징한 것이라고 한다. 정월 초하루 날 떡국과 만두국을 먹는 것은 수복강령과 횡액예방의 오랜 풍습인데 가래떡은 그릇된 욕심 없이 흰 떡처럼 깨끗하고 길게 오래오래 살라는 뜻이고 만두는 횡액을 막아 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렇듯 떡국과 만두는 정월 초하루 날에 온 가족이 모여 먹음으로써 그 해 복을 빌고 액을 떨치려는 음식이었다. 또한 설날에 마시는 술은 데우지 않고 찬 술을 마시는데, 경도잡지에는 ‘술을 데우지 않는 것은 봄을 맞이하는 뜻이 들어있는 것이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세배를 하고 어른의 덕담을 기다리자
설날의 세시풍속으로는 차례, 세배, 설빔, 덕담, 복조리 걸기, 야광 귀 쫓기, 윷놀이, 널뛰기 등 그 종류가 다양하다. 정월 초하룻날 아침 일찍 대청마루나 큰 방에서 제사를 지내는 것을 차례라고 하며, 차례를 지낸 뒤 조부모, 부모, 이웃 어른들께 새해 인사를 올리는 것을 세배(歲拜)라 한다. 설날 세배를 할 때는 오른손을 왼손 위에 놓아서 큰절을 한다.

세배를 올리면서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고 대부분 인사를 하는데 덕담(德談)은 남이 잘되기를 비는 말로 어른이 아랫사람에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른께 세배를 올릴 때 아랫사람은 공손히 세배를 하고 어른의 덕담을 기다리면 된다. 또한 정월 초하룻날 아침에는 남녀노소 구분 없이 일찍 일어나 새 옷을 입었는데 이것을 설빔(歲粧)이라고 한다. 이 설빔은 정월 대보름까지 입는 것이 보통이었다.

세뱃돈은 중국에서 전해 내려온 풍습
세뱃돈 풍습은 중국에서 시작되어 우리나라와 일본, 베트남 등으로 퍼졌다. 중국은 설이 되면 결혼하지 않은 자식에게만 ‘돈을 많이 벌라’는 뜻으로 붉은 봉투에 소액의 돈을 넣어 주었는데 붉은 색을 행운의 색으로 믿는 중국인들은 새해 첫 출발에 대단한 가치를 부여했다.

또한 베트남에서도 빨간 봉투에 신권으로 소액의 지폐를 넣어 주는 ‘리시’라는 풍습이 있지만 세배는 받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체면을 중시하던 조선시대에 돈 대신 세배하러 온 사람들에게 떡이나 과일 등 먹을 것을 내줬으나 해방 이후 경제가 나아지면서 점차 돈으로 변해 갔다.

어른들은 복주머니에 세뱃돈을 넣어 주기도 하고 세뱃돈을 봉투에 넣어 줄 때 겉봉에 ‘책값’등 어디에 쓸 것인지 용도를 적어 아이들에게 돈을 어디에 써야 하는지 가르치는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설에 관한 속담
자주 등장하는 속담 중에 ‘서러워서 설, 추워서 추석’이라는 것이 있다. 3일 낮 밤으로 설 차림을 준비하는 권문세가나 만석지기와는 달리 대부분 민초들은 설날이지만 일년 중의 하루와 다를 바 없었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은 “서러운 설이여!”라고 울부짖었다고 한다.

또한 ‘처갓집 세배 미나리 강회 먹을 때나 간다’는 속담은 사위들이 봄철 미나리 강회를 먹을 때나 돼야 처갓집에 세배하러 간다는 의미로 사위들의 처갓집에 대한 무관심을 꼬집은 속담이며 지금도 자주 쓰는 ‘꿩 대신 닭’은 설날 차례상과 관련된 것이다. 조상들은 차례나 제사에 적을 올릴 때 ‘치적제일(雉炙第一)’이라 하여 꿩고기를 썼다. ‘꿩이 없으면 닭으로 대신 한다’는 차선의 방법을 뜻하는 속담이다.

까치 설날의 유래
까치설날의 유래는 국어학자 서정범 교수가 제시한 설이 정설로 ‘한국문화상징사전’에 수록되어 있다. 옛날에는 작은 설을 가리켜 ‘아치설’, ‘아찬설’이라고 했다.

‘아치’는 ‘작은(小)’의 뜻을 지니고 있는데, 아치설의 ‘아치’의 뜻을 상실하면서 ‘아치’와 음이 비슷한 ‘까치’로 엉뚱하게 바뀌었다. 이것의 근거는 음력으로 22일 조금을 다도해 지방에서는 ‘아치조금’이라 하는데, 경기지방에서는 ‘까치조금’이라고 했다. 이렇게 아치조금이 까치조금으로 바뀌었듯이 아치설이 까치설로 바뀌었다고 한다.

따라서 1927년 ‘설날’이라는 노래를 작사 작곡한 윤극영 선생님은 이북출신인 서울 사람이었다. 동요작가였던 윤극영 선생님이 경기도 지방의 언어에 영향을 받았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한편 섣달 그믐날을 ‘까치설’이라고도 하는데 ‘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라는 ‘설날’ 노래가 있기 전에는 까치설이 없었다고 한다.

예전에는 가장 기다리는 것이 명절이었지만 긴 설 연휴 어떻게 보내면 좋을것인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가족들과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세계 최고의 명승부를 펼친 여자핸드볼 선수들의 감동 실화를 그린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보는 것도 좋겠고 동심으로 돌아가 각가지 벌칙을 정한 윷놀이, 또는 설날 노래 등을 불러 화합한마당을 이끌어 내는 것, 센스만점인 당신만이 할 수 있을 것이다.
설날 아침에

김종길

설날 아침에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 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조경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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