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봉기 기자

탁상공론의 전형
사과나무와 감나무를 심으면 최소한 3~5년은 기다려야 열매를 따먹을 수 있다. 이것이 자연의 이치요 순리다. 지금 대한민국의 학부모들은 달라지는 교육정책 때문에 여간 신경이 곤두서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된 게 정권이 바뀌었다 하면 교육부터 손을 대기 시작한다.

문제는 역대 어느 정권도 교육문제를 속 시원하게 해결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차기 정권은 이러한 경험을 거울삼아 좀 더 신중을 기우려야 하는데, 전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을 볼 때 안타까운 마음 그지 없다. 이제 겨우 뿌리를 내리고 성장하는 3불정책(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금지)을 통째로 뽑아내려고 하는 것은 가장 치명적인 오점으로 남게 될 것이다.

아무리 튼실하고 좋은 나무라 하더라도 너무 자주 옮겨 심으면 제대로 성장을 하지 못하는 법이다. 만약 3불정책을 뽑아내고 새 묘목을 심는다면 자라다만 또 하나의 5년산(産) 나무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다. 아무리 그럴싸한 정책도 현실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그야말로 탁상공론에 불과하게 되는 것이다.

영어몰입교육의 환상
지금 모든 과목을 영어로 수업하는 문제(English immersion program:영어몰입교육)로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는 그렇게 해도 아무런 부작용이 없을 만큼 우리 교육 여건이 탄탄한가 하는 점이다. 흔한 비유로 인도나 필리핀을 예로 들면서 영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알고 보면 이들 나라는 오랫동안 영국과 미국의 식민통치를 받은 나라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언어가 영어화 된 것이지, 우리나라처럼 멀쩡한 상태에서 그렇게 영어교육을 실시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영어로 수업을 하게 되면 조기 유학과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다고 하는데, 오히려 더 많은 학생들이 유학을 떠나고 사교육비는 배로 늘게 될 것이다. 아니, 모든 과목을 영어로 수업할 수 있는 교사 충당은 어떻게 할 것이며, 그것이 5년 안에 정착이 가능하리라고 보는가? 아무래도 부작용만 심하게 남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떨칠 수가 없다.

3불정책의 문제점을 보강하는 것이 바람직
솔직히 3불정책의 단점을 조금씩 고쳐나가는 것이 훨씬 현명한 방법이다. 구정권의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새 판을 짠다는 것 또한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누적되어온 모든 문제들을 한 방에 해소할 수 있다는 생각은 아주 순진한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미래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자칫하면 손대지 않은 것만 못할 수도 있다.

지금은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정책의 문제점을 보강하는 것이 훨씬 더 바람직한 일이다. 나무를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가꾸는 것은 더 중요한 법이다.

자고로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다. 뭐든지 지나치면 모자람만 같지 않다는 것, 우리는 종종 경험해 오지 않았던가. 정말 우리는 과거를 통해 배우기는 배우는 것일까? 요즘 같아서는 그 말의 뜻도 의심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홍봉기 기자  -

<저작권자 © 광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