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진
관악회계사무소 대표

이솝 이야기 중 시골 쥐와 서울 쥐라는 이야기가 있다. 모두 알고 있는 것처럼 그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시골 쥐를 찾아온 서울 쥐는 서울이 얼마나 살기 좋은 곳인지 얘기했고 시골 쥐는 서울 쥐를 따라 서울 여행을 떠난다. 밝은 불빛과 높은 빌딩 그리고 맛있는 음식을 보고 시골 쥐는 감탄을 하지만, 잠깐 사람에게 쫓겨 다니는 불확실한 생활에 혼이 난 시골 쥐는 다시 시골로 내려와 화려하지는 않지만 여유롭게 살 수 있는 내 집이 더 좋은 곳임을 깨닫게 된다는 이야기다.

지난 주 금년부터 수행되는 ‘지방자치단체 복식부기에 대한 회계검토 교육’이 행정자치부 주관으로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있어 2박3일 동안 서울에서 교육에 참가하였다. 매일 8시간씩 진행되는 교육이 무척 견디기 어려웠지만 올해부터 참여하여야 하는 실무와 관련된 직접적인 교육이기에 무척 흥미롭게 참여하였다.

교육일정을 마친 이후로는 그 동안 만나보지 못했던 회계사 동기들을 만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매일 저녁 도심에서 약속을 잡아 동기들과 술 한잔하며 그 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무척이나 즐거운 일이었고 비록 서울에서 10년 이상 생활하고 개업한지 이제 5년이 지났기에 서울을 방문한 시골 쥐처럼 밝은 불빛과 높은 빌딩 그리고 맛있는 음식에 주눅이 들지는 않았지만 5년 동안 무척이나 많이 변하고 있는 서울의 모습에 역시 서울이구나 하는 감탄은 내심 어쩔 수 없었다. 지난 5년 동안 광양의 변화에 비해 너무나도 많이 변해버린 서울 거리의 모습이 왜 지역 균형개발을 그토록 외치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광양과 비교하여 너무나 화려한 서울의 모습에 감탄사를 연발하던 시골 쥐는 동기들과 헤어지고 난 뒤 숙소까지 5Km 남짓의 거리를 1시간 30여분 동안 지하철, 버스 등에서 시달리면서 역시 여유로운 시골 생활을 그리워했고 이는 이솝 이야기의 결말과 같았다.

하지만 이솝의 시골 쥐와 서울 쥐에서의 결론과는 달리 나름대로 이번 서울구경에서 시골 쥐로 이렇게 살아가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 부분이 있어 살아가는 태도에 있어 반성을 하면서 이렇게 글을 쓴다.

동기들과 이야기 하는 내내 일상적인 생활에 관한 이야기에서는 나름 화제를 주도할 수 있었지만 업무적인 이야기에서만큼은 주변인이 된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런 이유는 시골이라는 지리적 거리 때문만은 아니고 현재 하고 있는 회계사 업계의 전반적인 이슈가 무엇인지, 업계는 어디를 향하여 발전하고 있는지 등 문제에 대하여 그 동안 너무 여유로움에 묻혀 잊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이러한 이유로 여유로운 시골 생활을 그리워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시골 쥐구나 하는 자괴감까지 느꼈다.

서울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삶의 여유를 비교한다면 시골 쥐로 사는 것이 물론 즐겁고 행복한 생활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솝의 시대와는 달리 현재는 변화가 그 때에 비하여 빛의 속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시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변화에 조금만 무감각해진다면 영원히 그 변화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여유로운 시골 생활에 만족하며 행복하게 살았다는 시골 쥐와 서울 쥐의 결론은 서울의 변화에 충격을 받은 시골 쥐는 여유로운 시골생활 속에서도 시대의 변화에 발 맞춰가고자 끊임없이 노력하며 살았다라는 결론으로 바뀌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서울 쥐가 부러워하는 시골 쥐의 모습이 되지 않을까. 2박3일의 교육일정에서 실무적인 지식을 습득한 것보다 변화에 뒤처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자극이 내가 얻은 더 큰 교육효과인 것 같다.

데스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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