智(지혜 지) 慧(슬기로울 혜)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저물고 새해가 밝았다. 돌아 보면 늘 아쉬운 마음 가득하지만 또 새날을 향해 앞으로 나가야 한다. 그래서 인생을 맹목적인 질주라고 했는지 모른다. 누군가 말하기를 과거는 히스토리(역사)요, 미래는 미스테리요, 현재는 기프트(선물)라고 했다. 생각하면 일리가 있는 말이다. 신은 모두에게 공평한 24시간을 주었는데, 이것이 바로 ‘지금(只今=只金)’이라는 시간의 금덩어리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재물을 잃은 것에 대해서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시간을 낭비하는 것에 대해서는 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산다. 하지만 어떻게 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삶인지 한 마디로 정의 내릴 수는 없다. 사람마다 다양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면 좀더 지혜롭게 살고 싶다는 열망일 것이다. 물론, 지혜가 하루 아침에 생기는 것은 아닐 테지만, 하루하루의 경험을 내면화시킬 때 지혜도 더불어 조금씩 자라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개중에는 ‘알 지(知)’와 ‘지혜 지(智)’를 혼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知)’는 ‘지식(知識)’이라는 말과 함께 짝을 이루고, ‘지(智)’는 ‘지혜(智慧)’와 짝을 이루며 즐겨 쓰이는 낱말이다. 또한 ‘지(知)’는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을 말하고, ‘지(智)’는 알고 있는 사실을 명백하게 밝힐 뿐 아니라, 생활에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날 일(日)’이 함께 쓰이게 된 것이다. 문제는 ‘슬기로울 혜(慧)’자인 데, 마음 심을 빼면 ‘빗자루 혜(彗)’또는 ‘날카로울 혜’자가 된다. 빗자루의 기능은 더러운 것은 쓸어서 내다 버리는 것이고, 좋은 것은 안으로 쓸어 모으는 것이다.

이처럼 사물의 이치를 빨리 깨닫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정신적 능력이 지혜다. 이제 무자년 쥐띠 해가 시작되었다. 비록 쥐라는 동물이 약간은 혐오스럽지만, 쥐의 장점인 민첩함과 부지런함을 최대한 닮아서 지혜롭게 사는 새해가 되길 바란다.
때때로 지혜는 고난 속에서 피어나는 한송이 꽃과 같을 때가 있다. 용광로가 철을 강하게 만들 듯이, 고난이 우리를 지혜롭게 만들기도 하는 것이다.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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