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결정 단 10%...‘여순사건특별법 조사기간 조속히 연장하라 ‘촉구’

교육부 검정을 통과한 한국사 교과서 5종이 여순사건을 ‘반란’이라고 표현한 것과 관련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여순사건 관련 단체가 ‘여순사건과 제주4·3은 반란이 아니다’라고 외쳤다.

역사왜곡저지범국민비상대책위원회(이하 범국민 비대위)와 여순사건유족비상대책위원회(이하 유족 비대위)는 13일, 순천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사 교과서에 여순10·19와 제주4·3에 대해 ‘반란’이라는 표현을 삭제하고 여순사건 특별법 개정 조사 기간을 연장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찌는 듯한 폭염 속에서 40여분간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은 여수, 광양, 구례, 순천 등에서 모인 고령의 유족들과 관계자들 ‘여수·순천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목적과 정의’를 되새기고 ‘여순사건 특별법의 목적과 정의를 저해하는 모든 시도를 규탄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석 순천YMCA사무총장의 사회로 진행된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서 양 비대위는 여순사건특별법의 ‘목적’은 민주주의 발전과 국민화합이고 ‘정의’에 반란은 없으며 희생자와 유족은 있어도 가담자는 없다고 주장했다.

1948년에 태어나 여순사건 당시 아버지를 잃고 갓 스물이던 어머니와 힘들게 살아왔다는 박선호 광양유족회장은 “농사만 짓고 살아온 할아버지, 할머니가 왜 어떻게 빨갱이냐, 사람들에게 총을 쏜 사람들은 국가유공자가 되었고, 죄 없는 우리 가족들은 빨갱이로 낙인이 찍혀 평생을 숨죽이며 살아왔다”며 한 맺힌 울분을 토해냈다.

이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여순사건 특위(위원장 주철현)는 지난 5일,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가 여순사건을 '반란'등으로 표현한 것을 비판,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정 한국사 교과서의 여순사건 반란 표현을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실제로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9종 중 5종 등은 여순사건을 '반란'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반군', '반란 폭도', '반란 세력' 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씨마스 한국사 교과서는 '반군'과 '반란 폭도'라는 표현을 사용했고 ▲동아출판은 '반란 세력', '반군', '반란 가담자', '반란 가담 혐의자'로 서술하고 있다.

리베르와 뉴라이트 교과서로 지목받은 ▲한국학력평가원도 '반군', '반란 가담자'라는 용어를 사용했으며 ▲비상교육 역시 '반군'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진행한 더불어민주당 권향엽 의원(순천광양곡성구례을)은 "현재 문제가 되는 한국사 교과서 9종 중 5종이 여순사건을 '반란'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여순사건을 반란으로 규정하는 것은 2021년 6월 29일, 여야 합의를 통해 국회를 통과한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의 정신을 훼손하고 희생자와 유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무자비한 만행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순사건을 왜곡하고 희생자와 유족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한국사 교과서의 '반란'등의 표현을 즉각 삭제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학생들에게 국가폭력 사건인 여순사건을 정당화하는 역사관을 주입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여순사건특별법에서 '여순사건'은 정부 수립의 초기 단계에 여수에서 주둔하고 있던 국군 제14연대 일부 군인들이 국가의 '제주4·3사건' 진압 명령을 거부하고 일으킨 사건으로 인해, 1948년 10월 19일부터 지리산 입산 금지가 해제된 1955년 4월 1일까지 여수·순천지역을 비롯해 전라남도, 전북특별자치도, 경상남도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혼란과 무력 충돌 및 이의 진압 과정에서 다수의 민간인이 희생당한 사건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역사왜곡저지범국민비상대책위원회와 여순사건유족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30일, 국회도서관에서 여순사건특별법 개정을 위한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김영신 기자  g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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