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시 세계를 확고하게 유지하며 지켜나가는 김은우 시인이 또 한 권의 시집을 출판했다. ’시와 사람’으로 등단한 김 시인은 그동안 ‘바람 도서관’, ‘길달리기새의 발바닥을 씻겨주다 보았다’, ‘귀는 눈을 감았다’ 등 세 권의 묵직한 시집을 펴낸 중견 시인이다. 이번 시집을 논평한 이철주 문학평론가는 “홀림이라는 천형, 그 참혹(慘惑)으로의 초대”라는 문장으로 이번 시를 요약했다.

눈 밝은 독자들 중에는 참혹(慘惑)이 아니라 참혹(慘酷)이 맞는 말이 아니냐고 따져 묻고 싶겠지만, 이철주 평론가는 ‘독할 혹(酷)’ 대신 ‘미혹할 혹(惑)’자를 써서 이 시가 어떻게 독자들을 시속으로 빠져들게 하는가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김은우 시인이 펴낸 이번 시집은 매혹의 순간들에 대한 뼈아픈 이별의 노래다”라며“ 살갗 깊숙이 파고들어 제 문장이 품은 열로 읽는 이의 말로 몸을 뜨겁게 데운다”고 평했다. 이어“ 가끔은 물집이 잡히기도 하겠지만, 그 물집이 잉태해 낼 어둡고 비릿한, 그러나 한없이 예리한 매혹에의 예감이 단 한 순간만이라도 선명한 의미로 존재하고 싶었던 모든 生들에게 마지막 열기를 불어넣는 것” 이라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불가해한 참혹은 우리 현실 속의 덧없음과 아름다움을 오롯이 증명한다는 것. 김은우 시인은 “시를 너무 쉽게 쓰는 시인들이 늘어나는 요즘 시대에 시를 어떻게 써야 독자들과 교감을 나눌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이번 시를 집필하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독자들이 내 시 앞에서 많이 서성거렸으면 좋겠다. 내가 보여 주고 싶은 것은 피상적인 언어를 넘어 삶의 또 다른 이면을 발견해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이번 시집을 세상에 내어 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시인은 책 서문에 자신의 내면을 이렇게 고백하고 있다. /핏줄처럼 어둡고 환한 어제로부터 달아나는 이야기 완성할 수 있겠습니까 불이되고 싶어요 천천히/ 현재 광양시 광영동에 거주하고 있는 시인은 사람들의 일상을 관조하면서 그들이 말하지 못한 슬픔과 고독 그리고 온갖 애환을 시의 행간에 담아내기 위해 사투(思透) 중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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