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연재 포토에세이
‘老병사’를 향해 가시는 어머님...
  • 김영신 기자
  • 승인 2023.05.23 16:56
  • 댓글 1

출근하려고 화장대 앞에 앉아 막 화장을 하려는데 어머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평소 무엇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없고, 자식들을 귀찮게 하지 않으려는 것이 팔순이 넘으신 어머님의 철칙이다. 그래서 특별한 일이 없으면 좀처럼 전화를 하시지 않는데, 무슨 일일까 덜컥 걱정이 되어 손에 묻은 스킨을 얼른 휴지로 닦고 잽싸게 전화를 받았다. “오늘 일찍 올 수 없냐? 나를 병원에 좀 데리고 가줄래? 링거 한 대 맞아야 나을 성 싶다” 전화기 너머 목소리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기운이 하나도 전해지지 않았다. 오죽하면 아침 일찍 전화를 다하셨을까 싶어 일단 알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월요일...기사도 써야 하고, 저녁엔 또 일정이 있고...머릿속에서 시계 초침이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았다. 어머님의 상태보다 오늘 하루가 흐트러지는 것에 대해 잠시 마음이 불편해졌지만 이내 사무실에 양해를 구했다. 어머님 연세 82. 지금은 다리가 불편해 걷는 것이 힘들어서 석탄일이 되어도 가시지 못하지만 어머님은 50여년이 넘도록 사찰 한 곳에서 공을 들여 온 불자(佛子)셨다.

그래서 25년이 넘도록 며느리로 살면서 보아 온 어머님의 모습은 부처가 따로 없었다. 그런 어머님이 이제 ‘생로병사(生老病死)’, ‘사고(四苦)’의 한 가운데 와 있다. 어쨌든 어머님을 모시고 병원에 갔고, 독감과 코로나 두 가지 검사를 했다. 30분후에 나온 결과는 ‘코로나’...‘코로나’가 전 세계인을 위협할 때도 무사히 지나갔었는데, 지병이 있어서 백신접종도 피했는데, 그래도 치료약이 나와서 얼마나 다행인지 하면서 처방전을 들고 약국으로 갔다.

“내가 살면 얼마나 살겄냐? 앞으로 10년 남짓이나 더 살겄냐?” 약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아직도 명절과 제사에 많은 음식을 하기를 원하는 어머님에게 ‘하기 싫다‘고 노골적으로 투덜대자 그렇게 말씀하신 게 생각났다. 그러나 오늘 아침 전화기 속 어머님의 모습을 떠올려보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고, 무병장수는 욕심이라고 했다.

부자거나 가난하거나 권세가 높거나 낮거나...그 누구라도 생로병사의 진리를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다. 안정된 나의 일상이 깨지지는 않을까 하는 이기심을 버리고,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동안 ‘로병사’를 향해 가는 어머님의 생애에 더 정성을 다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김영신 기자  genews@hanmail.net

<저작권자 © 광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영신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1
전체보기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