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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이 오면 생각나는 ‘택시 운전사’
  • 광양경제신문
  • 승인 2023.05.17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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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내가 살기 위해 누군가를 짓밟아야 하는 무한 경쟁사회 속에서 살고 있다. ‘각자도생’ ‘약육강식’ 지금의 각박한 사회를 표현한 사자성어다. 아프리카 반투족이 쓰는 말 ‘우분트’ubuntu’란 ‘우리가 있기 때문에 내가 있다’는 의미를 지닌다. 우분트는 개인주의가 팽배한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존재론적 관점이다. 2017년 영화 <택시 운전사>가 떠오른다.

택시 운전사 김만섭(극중 송강호)은 라디오를 들으며 투덜거렸다. ‘이러다 손님 또 끊기는 거 아니야?’ 비상 계엄령 소식에 불평을 쏟아냈다. 국가의 폭력에 대한 저항이 아니라 대학생들의 시위 때문에 택시 영업에 지장이 생길까 하는 불평이었다. 오직 자신의 밥벌이만을 생각할 뿐인 만섭은 우연히 동료 택시 기사들이 하는 대화를 들었다. 누군가 광주로 간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돈을 벌기 위해 몰래 손님을 가로챘다. 다른 택시 동료의 기분은 안중에도 없었고 오직 돈을 벌기 위해 만섭은 광주로 나섰다. 만섭은 독일인 기자 피터를 태우고 광주에 도착했다. 광주 금남로가 시민들의 용기와 군인들의 광기, 피와 아우성으로 넘쳤다. 만섭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서둘러 서울로 돌아갈 생각이 더욱 짙어졌다. 만섭은 광주의 일이 전혀 자신과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 서울로 올라간다던 피터를 어떻게든 빨리 데려가고 싶을 뿐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분신 같은 택시가 퍼져버렸다. 오도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 속에서 태술(극중 유해진)과 그의 동료가 나타나 도움을 주었다.

그들은 직접 수리해주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고, 택시를 수리하기 위해 자기 차의 부품과 바꿔주기까지 했다. 만섭은 군용 트럭에 처참하게 묶인 학생들의 모습을 보았고, 피터의 도움을 받아 태술의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생명의 위협에 만섭은 겁에 질려 있었다. 피터는 만섭이 없으면 서울로 돌아갈 수 없다. 

하지만 이른 새벽녘, 만섭은 혼자서 도망치듯 집을 나셨다. 서울로 올라가려고 운전대를 잡은 만섭을 태술이 막아셨다. 그의 손에는 전남택시 번호판과 피터가 전달한 택시비가 들려 있다. 광주 사람이 아닌 만섭이라도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려 온 것이었다. 

서울로 달리는 길에서 만섭은 광주에서 겪었던 일들을 떠올린다. 그때였다. 그들과 함께하라는 명령이 만섭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그들에게 돌아가라. 그들이 만섭이다’라는 음성이 들렸다. 만섭은 북받치는 감정을 억누르며 핸들을 다시 광주로 꺾었다. 광주로 돌아가는 만섭은 더 이상 아무런 경제적 이익을 얻는 것이 없다. 자칫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다른 사람이 고문당하고 억압당할 때 그들과 함께 고통을 나누기로 결단했다. 지금까지 경험해본 적이 없는 새로운 자기가 내면에서 뿜어져 나온 것이다.

1980년 5월 광주, 군인들은 시민들에게 무자비하게 총을 난사했다. 눈앞에서 다른 사람이 피 흘리며 쓰러지는 모습에 누구도 선뜻 부상자들을 구하러 가지 못했다. 그때 태술과 만섭을 비롯한 택시 기사들은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택시를 끌고 시민들을 위한 총알받이가 되었다. 자신의 고통을 뛰어넘어 다른 사람의 고통에 참여한 것이다. 하지만 압도적인 폭력은 그 택시마저 뚫고 무고한 시민들을 덮쳤다. 그 순간에도 신의 명령에 응답한 만섭은 지금까지 한 번도 되어보지 않은 자기로 새롭게 변화된 것이다.

우리의 현대사는 불의에 대하여 시대정신으로 저항한 역동적인 역사였다. 4,19 민주혁명, 5,18 민중항쟁, 6월 항쟁, 촛불혁명이 그것이다. 민중이 주인이 되는 민주화의 실현에 그 초점이 있었기에 개인적 이기심의 경계를 넘어 상생의 공동선을 향한 역사참여의 철학이다. 어제의 5월에 머물지 않고, 광주만이 아닌,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로 퍼져나가는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5월이다. 5,18 정신을 지구상에 널리 알려 어느 국가든지 더 이상의 비극이 없게 해야 한다. 닫힌 사람에서 열린 사람으로, 위험한 고립에서 사랑의 연대로, 사람을 하늘처럼 모시는 만인 평등 대동 세상을 향하여 진리와 평화의 대로가 열리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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