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청부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남성 둘이서 한 여성을 차량으로 납치해 살해한 것이다. 여자가 가진 재산 탓이었다. 얼마 전에는 현직 대학교수가 정부(情婦)와 짜고서 네 번째 결혼한 아내를 살해했다. 그 아내도 재산이 많아 살해당했다. 교수의 정부도 돈을 받고자 범행에 참여했다.

요즘 떠도는 ‘전세 사기 사건’이 있다. 아파트 주인(사기꾼)이 시세보다 많은 전세금을 받고 세입자를 들인 후 그 아파트를 경매에 넘어가게 만든 사건이다. 한두 건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만 건을 넘는다. 건물주와 부동산 중개인 등 여럿이 사전 모의한 조직범죄다.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의 전세금 피해 금액이 모두 수조 원에 이른다.

피해자들 대부분 20·30대 젊은이들이다. 미혼이거나 신혼이며 직장을 다닌 지 얼마 안 됐다. 대출받아 전세금을 낸 이들은 빚을 갚지 못하고 길거리에 나앉아야 한다. 직장마저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 사회에 뿌리내려야 할 초년생들이 통째 꺾이는 것이다. 이로 인해 좌절한 젊은이들 셋이 자살하고 두엇은 미수에 그쳤다.

전세 사기 사건이 대량으로 발생한 건 범인이나 피해자의 개인 문제가 아니다. 어찌 똑같은 범행이 만 건 넘게 발생한단 말인가. 이건 개인 문제를 넘어선 사회 문제다. 청부 살인에도 돈이 개입되고 사람이 살해됐다. 교수의 아내 살인도 재산이 끼고 사람이 죽었다. 전세 사기도 돈이고 젊은이들이 자살하거나 초주검 상태다.

이건 국가가 헌법 전문에 명시된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를 수행하지 못한 상태다. 이건 단순치 않다. 정부를 포함한 이 사회 구성원들이 ‘사회적 안정보다는 불안정하더라도 나만 잘살면 된다’는 풍토에 빠졌다고 보아야 한다. 기성세대들이 ‘남의 것을 빼앗아 내 것으로 만들면 된다’는 인식을 바로 잡으려는 의지가 부족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기성세대들은 정치권이거나 공직자들이라 하겠다. 그들은 국민들이 선거로 뽑고 세금을 내 운영하는 조직들이 아닌가. 국민들로부터 신세 지는 이들이 미리 할 일을 하지 않은 결과라 하겠다. 돈을 최고로 여기는 가치가 나중엔 국민 누군가의 생명이나 재산을 해친다는 생각을 못 하거나 방관한 것이다.

몇 년 전쯤 필자는 사기당할 위기를 겪었다. 필자가 공무원을 만나 사기 치려는 자를 처벌해달라 했다. 공무원이 ‘아직 피해 없잖아!’라고 딱 잡아뗐다. 필자가 사기 피해를 보지 않았으나 그 공무원을 사기범과 동일시하는 생각이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다. 그 사기꾼은 누군가에게 사기 쳐 국민 행복에 피해를 줬을 것이다.

철학적으로도 범죄는 개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 문제라 했다. 대한민국에는 그 어떤 가치보다 돈을 삶의 목적으로 삼는 풍토가 짙다. 그건 내세울 문화가 아니라 지워야 할 퇴폐인 것이다. 더는 방치하면 안 될 우리 과제다. 그를 해결하려 정치권과 공직자들이 범죄자들보다 앞서 나서야 한다. 머뭇거린다면 직무유기라 하겠다.

전세 사기에 당한 피해자들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데 정치권과 공직자들이 솔선수범해야 하고 사회가 도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뒷날 돈밖에 모르는 범죄자들에게 우리의 목숨도 빼앗길 것이다. 나와 젊은이들을 지키기 위해 사회가 미리 범죄에 대처해야 한다. ‘아직 피해 없잖아!’는 사기꾼들이 두고 쓰는 말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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