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가 등교하면서 열음이를 봐 달라 했다. 나는 우의 방문을 열고 들어섰다. 창문 커튼을 젖히려다 책상 위 수조를 보았다. 우가 키우는 개구리 집이다. 진초록 몸통에 밤색 무늬가 새겨진 팩맨이다. 우는 팩맨을 열음이라 부른다. 열음이 먹이는 살아있는 귀뚜라미와 밀웜이다. 그것들은 우의 침대 밑이 집이다. 우는 포식자, 피식자들과 동거한다. 열음이 수조에 하얀 달이 눈에 띄었다. 흰 달은 부르르 떨다가 멈췄다.

그 달은 열음이 배였다. 열음이가 뒤집혀 버둥댔다. 열음이는 버둥대는 것조차 힘든지 잠잠해졌다. 나는 열음이를 돌려놓지 않았다. 뒤집힌 그대로 두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뒤집힌 열음이로 외출하는 것마저 불편했다. 제 몸 하나 뒤집지도 못하는 개구리 때문에 내 시간이 묶이니 짜증스러웠다. 열음이가 불쌍하기보다 내가 힘들었다. 조금만 모른 체하면 정리될 상황이었다. 저러다 죽고 말겠지. 나는 식사 준비를 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나는 우의 부탁이 귓가에 맴돌아 방에 들어갔다. 개구리는 그대로였다. 나는 팩맨의 끈질긴 생명력 앞에 숙연해졌다. 작은 생이라도 죽음을 결정짓는 건 사람의 영역이 아니었다. 나는 열음이를 원상태로 돌려놓고 등을 다독였다. 열음이는 우가 인터넷에서 주문했다. 열음이는 택배차에 실려 왔다. 열음이는 오백 원짜리 동전만 했다. 나와 우는 수조에 흙 매트를 깔아 열음이가 살 새집을 마련했다. 열음이를 수조에 넣는데 뭔가 이상했다. 열음이는 왼쪽 눈을 뜨지 못했다. 우는 팩맨 눈을 확인하고 시무룩해졌다. 까만 눈동자인 오른쪽 눈과 달리 왼쪽은 눈꺼풀이 닫혔다. 닫힌 눈꺼풀에 흠집이 나 군데군데 까만 눈동자가 들여다보였다.

보름 가까이 되자 열음이는 살이 오르고 처음보다 서너 배 커졌다. 그때부터였다. 성하지 않은 건 왼쪽 눈만이 아니었다. 왼쪽 앞다리가 오른쪽 앞다리처럼 몸통 안으로 자연스럽게 접히지 않았다. 왼쪽 다리는 움직일 때마다 제대로 힘을 받쳐주지 못해 몸이 휘청거렸다. 열음이는 흔들거릴 때마다 중심을 잡지 못하고 뒤집혔다. 우는 주문한 인터넷 게시판에 열음이의 사진과 상태를 올렸다. 판매자의 답변이 없었다. 우와 내가 원한 건 판매업체의 잘못 인정과 열음이를 반품하는 것이었다. 업체는 사과나 어떤 후속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나는 차라리 열음이가 죽기를 바랐다. 우는 살리고 싶은 눈치였다.

뒤집히는 횟수가 잦아지자 열음이는 거식증까지 왔다. 잘 먹던 귀뚜라미나 밀웜도 먹지 못했다. 나는 팩맨 푸드에 칼슘을 넣어 물에 개었다. 팩맨 푸드는 가루 형태에 떡밥 냄새가 났다. 열음이는 팩맨 푸드를 먹고 안정을 찾아갔다. 뒤집히는 횟수도 눈에 띄게 줄었다. 우가 말했다. “엄마, 우리 열음이 잘 키워봐요.”
우가 한 말이 맞다. 하지만 나는 힘들다. 아이 하나가 늘어난 거니까. 여전히 열음이는 발라당 뒤집힌다. 나는 열음이를 견딘다. 고뇌와 고난이 없는 건 사랑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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