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찬바람을 피해 남으로 가던 철새 떼들이 첫날밤 어느 농부의 밭에 내려앉아 옥수수를 마음껏 먹고 있었다. 배부르게 먹은 후 떠날 채비를 하는데 그중 한 마리가 한사코 하루만 더 쉬었다가 가겠다고 했다. 맛있는 옥수수를 두고 떠나기가 아쉽기는 동료 새들도 마찬가지였으나 갈 길이 바빠서 미련을 둘 수 없었다. 다음 날, 한 마리만 남고 모두 날아갔다. 남아 있는 새는 말했다. “이렇게 맛있는 옥수수를 두고 떠나다니..... 하루만 더 쉬었다 내일 남쪽으로 가야지.” 

그러나 그다음 날도 떠나기로 했던 마음이 다시 변했다. 지천에 깔린 수많은 양식을 놓고 떠나기가 섭섭해서 포만감에 사로잡혀 또 하루를 보내고 미루다 보니 어느새 날씨가 추워져 동사할 것만 같았다. 그제야 방심한 철새는 황급히 길을 떠나려고 있는 힘을 다해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러나 그동안 너무 많이 먹어 뚱뚱해져서 날아갈 수가 없었다. 결국 그 새는 남쪽으로 날아가지 못하고 눈 속에 파묻혀 얼어 죽고 말았다.

이 철새 이야기는 철학자 키에르 케고르가 자주 인용했다고 한다. 무슨 일이든지 다음 날, 다음 날로 미루다 보면 결국 성취할 수가 없고 실패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또 다음 날, 다음 날 하고 미루면서 “하루쯤 어쩌랴!” 하는 안일한 태도가 엄청난 결과로 결국 죽음까지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해주고 있다. 키에르 케고르는 이 이야기를 하면서 “오늘 더 편히 쉬려고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다면, 밝은 내일은 다가오지 않는다.”고 했다. 

이 이야기는 또한 ‘좋은 것이 다 좋은 것이 아니다’는 교훈도 주고 있다. 좋다고 과하게 취하고 좋다고 과하게 먹으면 결국 해가 되고 독이 되어 나중에는 스스로를 파멸에 이르게도 한다는 사실이다. 재색명리와 권력도 우리들이 살아가는데 누구나 원하는 좋은 것이지만 과하게 취하면 문제가 되고 패가망신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따라서 적당하게 취하는 중도 정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더불어 이 이야기는 안일이나 순경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철새와 같이 편하게 먹이를 계속 먹다 보면 나중에 살이 쪄서 날아갈 수 없어 추위에 얼어 죽게 되듯이 우리 인생도 편하다고 계속 편한 것만 취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나약해져 패가망신에 이르게 된다는 사실이다. 역경이나 난경은 경계인 줄을 알기나 하지만 순경은 경계인지도 모르게 우리들을 파멸에 이르게 한다.

이제 온갖 꽃들이 오감을 기쁘게 하는 4월도 마무리하고 가정의 달 5월이 시작되고 있다. 5월은 가정의 달로써 사람의 도리를 하기 위해서는 매우 바쁜 달이다. 바쁘게 보낼 5월 한 달을 눈앞에 보이는 먹이에 취해 주어진 현실에 안주해 멀리 나는 것도 잊어버리고 방심하고 살다가 살이 쪄서 하늘을 날지 못하고 얼어죽는 어리석은 철새와 같은 꼴이 되지 않도록 부지런히 적당히 중도에 맞게 취하면서 주어진 역경과 난경을 감사히 여기며 지혜롭게 헤쳐가는 행복한 나날이 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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