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4월 20일 ‘장애인의 날’ 기념행사에 일본의 오토다께 히로타다 라는 대학생이 초청을 받고 우리나라에 왔다. 오토다께는 태어날 때부터 팔다리가 없이 태어나서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 그런데도 그는 늘 싱글벙글하는 명랑한 청년이다. 사람들이 팔다리가 없어서 얼마나 불편하느냐고 물으면, 그는 ”처음부터 팔다리가 없었기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다“고 대답한다. 

그는 키 큰 사람이나 키 작은 사람, 뚱뚱한 사람이나 마른 사람이 있는 것처럼 팔다리가 없는 것도 ‘신체적인 특징’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오토다께는 팔다리가 없다고 해서 자기 일을 남에게 맡기거나 부탁하지 않았다. 글씨를 쓸 때에는 입으로 쓰거나 뺨과 10여cm밖에 없는 팔 사이에 연필을 끼고 글을 쓴다. 장애인은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그는 척척 해내고 있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써서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었다. 그 책의 이름이 <오체 불만족>이다. 

이 책은 일본에서 단기간에 300만부 돌파라는 사상 초유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오토다께는 2박 3일 동안 한국에 머물면서 kbs텔레비전에 출연하여 자신의 즐거운 삶을 시청자들에게 소개하는가 하면 장애인에 대한 마음의 장벽을 없애기 위해 서울의 초등학교에서 강연회를 갖기도 했다. “인간은 한 방울의 물과 같단다. 한 방울의 물이 바다에 떨어지면 그 존재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보잘 것 없는 것에 불과하지. 그러나 바다는 그 한 방울 한 방울의 물로 이루어진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하나하나의 인간으로 구성된 이 세계를 생각해 보면 그 모두가 한결같이 소중한 생명을 지닌 존재란다”. 

필자는 이 대사가 좋았다. 그러나 물과 인간의 결정적인 차이를 깨달았다. 물은 어떤 모양을 주어도 결국은 물일뿐이다. 하지만 인간은 저마다가 모두 개성을 갖고 있지 않은가. 오토다께는 팔다리가 없는 몸으로 달리기, 수영 등을 즐기며 초, 중, 고등학교를 마치고 와세다대학에 진학했다. 그는 신체적 정상인 앞에 기 죽지 않고 떳떳하게 살았기에 행복했다. ‘우리는 똑같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믿음으로 신체적 불편함을 극복했던 인간 승리의 모델이다. 오토다께가 한국을 다녀간 뒤 국내에서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2005년 ‘교통약자의 이동권의 증진법’이 제정되었다. ‘이동권’이란 기본적으로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이동할 때 그 수단 및 동선(動線)을 확보함에 있어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다는 권리’를 말한다.

이동권은 건물이나 구조물에 대한 접근권, 지하철, 버스, 열차 등 대중교통 수단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권리 등을 포괄한다. 그러나 법은 제정 되었지만 실천은 여전히 지진부진해 아쉽기 짝이 없다. 20년에 이르는 장애인의 이동권 투쟁! 이제는 국가가 답해야 한다. 이에 대하여 정부의 교육혁신위원장을 지낸 전셩은 거창고등학교 교장은 국가교육의 첫 번째 원칙으로 장애인교육에 우선순위를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같은 교육철학으로 학교를 운영하기에 거창고등학교는 우수한 인재들을 배출하고 있다. 가장 위험한 건 인간의 고립이다. 

따라서 사회 구성원 전체가 장애인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으로 보살펴야 복지 국가가 될 것이다. 장애인도 우리의 ‘동료 시민’이기 때문이다.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이한다. 전 세계를 돌아보아도 자기와 완전히 똑같은 사람은 없다. 생김새도, 성격도, 사는 방식도, 환경도 모두 각각이기에 차이점이 많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함께 살아가려면 상대의 입장에서 이해해줄 수 있어야 한다. 

또 나는 주위 사람들에게 얼마나 배려하고 따뜻한 존재가 되고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자신이 단 하나의 존재이듯이, 상대도 단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존재이다. 건강한 몸으로 태어났지만 어두운 인생을 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팔다리가 없는데도 활짝 웃으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그러므로 장애 따위는 큰 문제가 안 된다. 삶은 경주가 아니라 함께 걷는 여행길이다. 마음을 모아 기도를 드리면 거기에 희망이 있고 기적이 일어난다. 어렵지만 이런 일들을 실천할 때 우리 공동체는 행복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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