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극한 대치를 벌이고 있는 간호법이 일단 오는 27일 본회의로 연기됐다. 간호법을 반대해온 대한의사협회·대한방사선사협회 등 보건복지의료연대 소속 13개 단체도, 대한간호협회도 강경한 입장을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이 문제를 지켜보고 있는 시민들도 도대체 간호법이 뭐길래 이런 혼란과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의료전문가들의 주장에 의하면 현재 상정하고자 하는 간호법은 ‘있으나 마나한 ‘법안이라는 것. 다만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이 ‘간호사의 업무’인데, 이 부분 역시 기존의 의료법 조항을 그대로 가져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광양읍에서 활동하는 모 의료관계자는“솔직히 별다른 내용은 없다. 단, 제5장 간호사  권리 및 처우 개선 등은 새롭게 추가된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와 지자체가 간호사 확보, 근무 환경과 처우 개선을 위해 병원에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것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법안만 보면 논란이 될만한 게 별로 없다는 게 간호사들의 주장이다. 사실 간호법은 2005년부터 추진돼 온 해묵은 이슈 중의 하나다. 2005년에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의원 그리고 2019년에는 자유한국당과 민주당이 각각 발의했지만 제대로 진도를 내지 못하고 폐기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 21대 국회들어 2021년 3월 민주당 , 국민의힘 국민의당이 각각 발의했고, 지난해 5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여야 합의로 3개 법안을 합쳐 ‘위원회 대안’을 만들어 통과시켰다. 그 법안이 올 2월 민주당 주도로 국회 패스트트랙에 따라 본회의에 직권회부 되면서 갈등의 불이 붙었다. 가장 큰 논란이 된 것은 간호사의 업무 범위다. 

현재 조항대로라면 간호사의 ‘단독 개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중마동 모 의료관계자는 “내가 보기에는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어 보인다. 의사들이 걱정하는 게 간호사들이 개인 병원을 열고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데, 이는 조항을 지나치게 침소봉대시킨 것에 불과하다”며“ 이런 문제로 사회적 갈등을 야기시킨다는 자체가 더 문제”라고 꼬집었다. 

간호협회 관계자는“ 열악한 간호사 근무환경을 개선하려면 간호법이 필수적”이라며 “간호법은 결코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보건의료정보관리사, 응급구조사 등 타 직역의 업무를 침해, 침탈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타 직역의 업무를 침탈하는 일이 병원 내에서 발생하고 있다면, 이는 병원의 경영자이자 병원장인 의사가 불법적으로 타 직역의 업무 수행을 간호사에게 지시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일부 전문가는 간호사의 부분적인 독자적 의료행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초고령화 시대에 돌봄을 활성화하려면 간호사의 방문간호 단독개업도 고려해 봄 직하다“며“ 간호법도 시대에 맞출 필요가 있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한편 국민의힘과 보건복지부는 지난 11일 관련 단체와 회의를 열어 ‘지역사회’ 조항을 삭제하는 것을 비롯해 간호사 업무 관련 내용은 간호법에서 제외하고 기존 의료법에 존치하는 중재안을 만들었지만 간호협회가 반발하는 것은 물론, 민주당도 중재안을 거부한 바 있어 이 문제가 어떤 결론을 맺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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