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연히 바람을 쐬려 금호동 다리를 건너가는데 금호대교 사거리에 여러 단체들의 이름을 내건 수십 장의 현수막이 어지러이 내걸린 것을 보았다. 그 순간 기분이 묘했다. 나야 70줄을 넘겼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니었지만, 근래 들려 오는 소리들이 참으로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현수막에 쓰인 문구들 대부분이 “동반성장”과“포스코 힘내라”라는 구호들이었다. 

포스코 밥을 먹고 살아야하는 기업인들의 고충을 느끼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역 소상공인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꼭 그렇게 해야 할까? 싶은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내 생각에 기업들이 그처럼 상생을 외치고 있는데 그렇게 상생하려면 먼저 지역상권부터 보호하는 게 도리가 아닐까 싶었던 것이다. 사실 ‘상생’에서 자음 하나만 바꾸면 ‘살생’이 되는데, 그러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겠는가! 

특히 광양시가 포스코와 관련하여 제조,납품하는 소상공인들이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그들을 보호해 주는 것이야말로 기업이 지역과 상생하는 첫걸음이 아닐까 싶다. 포스코는 매년 동반성장이라는 구호 아래 협력업체 및 광양시와 협약서를 주고 받지만 동반성장을 위해 무엇을 구체화 하는지 그 실체가 잡히지 않는다는 게 지역 소상공인들의 하소연이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최근 포스코 자회사로 출발한 엔투비라는 MRO업체가 활개를 치고 다니는 것에 대해서 그 누구나 주목하지 않는 것만 봐도 그들이 얼마나 단발성 구호만 외치는지 알 수 있게 하는 부분이다. 

특히 그런 이유 중의 하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온라인 입찰사이트를 통해  활동하기에 더더욱 그러한 것 같다는 생각이다. 한마디로 교묘하게 소상공인들을 죽이고 있는 셈이다. 특히 수십 년간 지역 소상공인들이 포스코에 납품해 온 영업권을 엔투비가 슬금슬금 빼앗아 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다. 

내가 알아본 결과 이미 많은 품목이 엔투비로 넘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포스코가 묵인하지 않으면 엔투비라는 회사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기에 더욱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 대목이다. 소위 돈(?)되는 품목을 엔투비가 하나하나 집어삼키고 있는 상황에 대해 광양시는 침묵하는 것인지 아니면 모른 체 하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 과정들을 볼 때 그들이 그처럼 주장하는 동반성장과는 전혀 거리가 멀어 보인다는 사실이다. 

업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엔투비라는 회사는 포스코 OB들이 주축인 회사로, 그 구성원부터가 심상치 않은 회사라고 한다. 더욱 2017년 2월2일자 매일경제(이지용기자) 기사에 최순실게이트와 관련한 엔투비 인사개입정황은 의심을 살만하고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엔투비가 광양시에 제대로 세금을 납부하고 있는가 하는 부분이다. 이 부분은 광양시가 좀 더 명확하게 파악해 조치를 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소상공인 말에 의하면 머지않아 지역업체는 볼펜 한 자루까지 납품할 수 없는 상황이 다가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광양시 중소상인의 생태계가 몰락한다면 광양시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은 불을 보듯 뻔해 보인다. 현재 자회사 설립을 위해 기존 회사들을 통합한다면 이에 납품하던 납품업자들은 물론이고 회계사,노무사,보험사,자동차관련 영업소, 인쇄소, 의복 수선, 식음료 등 모든 것이 한꺼번에 영향을 받는, 그야말로 광양경제의 재앙적 몰락을 가져올 위험성도 다분하기 때문에 광양시와 광양시의회는 물론, 시민들도 이런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혹자는 원가절감을 위해 어쩔 수 없다고 변명을 하지만 제조,유통기반이 약한 지역경제가 어느날 갑자기 무한 입찰경쟁으로 내몰리는 현실은 광양시의 무책임한 행정의 결과이자 포스코의 동반성장과는 무관한 것이다. 지역경제는 지역에서 보호해야 한다. 광양시가 앞장서야 하고 국회의원은 물론 시장, 시의원, 지역유관단체 및 지역리더들이 나서서 보호해야 한다. 

그나마 조금 위로가 되는 것은 중앙방송과 신문사들이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조금씩 떠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포항모신문사는 포스코 정비협력사 통폐합은 도를 넘은 독선과 횡포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제 정치권이 적극 자기 목소리를 가지고 나서야 할 때다. 

지금 광양소상공인들은 생존의 귀로에 선 채 살얼음을 걷고 있는 심정이라고 한다. 이들의 목소리에 모두가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들 문제가 바로 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광양경제신문  webmaster@genews.co.kr

<저작권자 © 광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