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립미술관(관장 이지호)이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기념하는 이색 전시 ‘시의 정원, Poetic Paradise’을 오는 6월 4일까지 전시한다. 한국 미술사 및 문학의 대가들을 배출해 온 전남이 예향의 고장임을 살려 전남도립미술관은 이번 미술과 문학이 만나는 전시를 기획했다. 문학에서 영감을 얻은 이매리와 안유리, 전남의 소설가 정지아와 세계적인 미술작가 리밍웨이의 공동 창작 작품, 그리고 여순사건을 비롯하여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다룬 임흥순 작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강진 출신 이매리 작가는 전남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하나로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은 물론, 뉴욕·베이징·광저우·시에나·크레타 등을 오가며 전 세계 미술계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안유리(1983~)의 영상 작업으로 문을 여는 이번 전시는 해남 출신 고정희 시인의 ‘프라하의 봄 7:85년의 C형을 묵상함’과 더불어 일본의 구리하라 사다코, 폴란드의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미국의 마야 안젤루의 시를 통하여 작가는 역사적 사건 속에서 개인이 체험하고 목격한 바를 어떻게 기록으로 남겼는지를 보여주고 있으며, 지역을 넘어 세계 역사의 아픔을 다루고 인류애적인 공감을 구하고자 한다.

영국 테이트모던, 프랑스 퐁피두센터,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등 유수 기관에서 앞 다투어 전시를 개최한 대만 작가 리밍웨이(1964~)는 ‘소통’과 ‘관계 맺기’를 키워드로 작업하는 작가로 알려졌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구례 출신 소설가 ‘빨치산의 딸’, ‘아버지의 해방일지’의 정지아 작가와 함께 정 작가의 고향인 구례를 여행하며 ‘The tourist(2023)’를 함께 작업했다.

이번 전시에서 눈에 띄는 리밍웨이의 작품은 자신의 대표작인 작품 ‘편지쓰기 프로젝트(1998-현재)’에 관객을 초대, 관객들이 직접 편지를 써서 타인들과 공감하는 기회를 갖게 해준다.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은사자상을 수상한 영화감독이자 미술작가인 임흥순(1969~)은  완도 출신 소설가 임철우의 ‘백년여관’에서 영감을 받은 동명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 신작은 전남도립미술관의 커미션워크로 제작된 것으로, 여기에는 여순사건과 제주4·3사건 등 한국 현대사의 비극적인 사건에 대한 작가의 시선을 담은 영상과 설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임흥순 작가는 작품을 통해 지치고 상처받은 영혼을 위로하는 치유의 메시지를 전한다. 특히 사진작품 ‘자화상-여수호텔’에서 ‘주철희의 여순항쟁 답사기1‘이 펼쳐져 있어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예술에 담아내 큰 공감을 자아낸다.
 

한편 전남도립미술관은 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와 예술적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자 아티스트 토크를 개최한다. 지난 22일 리밍웨이와 소설가 정지아에 이어 이매리, 임흥순, 안유리 작가가 3,4,5월중에 아티스트 토크를 차례로 진행한다.
 

김영신 기자  g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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