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자주 활용되는 고사성어는 아니지만 친구불피(親仇不避)란 고사가 있다. 친척이나 원수(仇)나 상관없이 능력에 따라 인재를 추천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 원수(怨讐)를 추천한단 말인가! 그렇다고 해도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물이라면 비록 자기와 사이가 좋지 않더라도 그렇게 하는 게 현명한 태도다. 

문제는 사사로운 감정에 얽매이지 않는 대인배가 되어야 가능한 일인데  세상에 이런 대인배가 몇 명이나 되겠는가. 일찍이 그리스의 철인으로 불리는 헤라클레이토스는 “우리의 눈과 귀는 사악한 증인”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사물의 겉모습만 보다 보면 그의 진면목을 놓치기 쉽다는 것을 꼬집는 말이다. 

그러므로 사람을 천거할 때 말이 착하거나 현명하다고 해서 벼슬자리에 앉혀서는 안 된다. 막상 그 자라리에 앉혀 놨더니 말과 행실이 딴판인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또한 그 사람의 신분이나 외모가 변변치 않다고 해서 그의 본심까지 무시해서도 안 된다. 누군가를 들어서 쓸 때는 일단 편견이나 선입관에 사로잡히지 않고 냉철한 판단력을 가져야 한다. 아무리 시스템이 완벽해도 그 시스템을 사용하는 사람이 엉망이면  제구실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고위직이나 기업 리더자들은 사람을 보는 안목이 탁월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그렇지 않고 자기 비위나 맞추는 사람을 천거해 쓰다 보면 아무리 탄탄한 조직도 쉽게 무너지고 마는 법이다. 흔히 말하는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두고두고 사람들 입에 회자 되는 것도 다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가 되지 못할 때는 망사(亡事)가 될 위험성이 크다는 것, 잊지 말아야 하겠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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