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정월 대보름을 맞이해 낙안읍성 김빈길 장군 추모제에 다녀왔다. 낙안읍성 입구에 들어서자,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없던 김빈길 장군 동상이 눈에 들어왔다. 필자에게 있어서 이 장소는 아주 특별한 곳이다. 왜냐하면 바로 김빈길 장군이 집안 어르신이기 때문이다. 김빈길 장군은 이곳 낙안읍성을 최초 축성하여 조선 태조 때 일본 왜구들과 싸웠던 곳이다. 그동안 낙안읍성을 토성에서 석성으로 축성한 임경업 장군에 대한 내용은 익히 알려져 있지만, 최초 낙안읍성을 축성한 김빈길 장군에 대해서는 대부분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다.

김빈길 장군의 역사를 잘 알고 있는 나에게 있어서는 매우 가슴 아프고 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광양시와 구례군이 지극정성으로 모시고 있는 매천 황현 선생은 광양에 태어나 구례에서 활동하시다 순절하셨지만 광양시와 구례군 모두가 애국지사로 추모하는 것은 물론 그와 관계된 사업을 활발히 하고 있는 것을 볼 때, 김빈길 장군이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들었다. 그나마 다행한 것은 순천시에서 2019년부터 학술대회를 시작으로, 2020년 창극과 동상건립 등을 추진, 김빈길 장군의 정신을 재조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빈길 장군이 누구인지 잘 모르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장군의 발자취를 잠시 더듬어 보면 이렇다.

「김빈길(金贇吉)은 승주군 낙안면 낙생동[현 전라남도 순천시 낙안면 옥산리]에서 태어나 고려 후기 이성계 휘하에서 왜구를 격퇴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1394년(태조 3) 전라수군첨절제사(全羅水軍僉節制使)로 있을 때 만호 김윤검(金允劍), 김문발(金文發) 등과 함께 왜적의 배 3척을 물리쳤다. 같은 해 투항했던 왜인이 도망치는 바람에 국문을 받은 후 유배를 떠났다.이때 우정승 김사형(金士衡)과 의성군(宜城君) 남은(南誾)이 그 죄를 감해 주기를 청하여 다시 수군(水軍)에 편입되었다. 1397년 순천 낙안에 토성[낙안읍성]을 쌓고 왜구를 막았다.

1405년(태종 5) 전라도수군도절제사가 되자 전라도 내 요해처(要害處)에 만호(萬戶)를 두고, 병선(兵船)을 나누어 정박시킬 것을 건의하였다. 또한 여러 섬에 둔전(屯田)을 설치하여 조정의 지원만으로 군비를 비축하던 폐단을 없앴다. 김빈길은 충직하고 근검하였으며 수전(水戰)에 능하였다. 병든 군사가 있으면 마음을 다하여 치료해 주고, 추위에 언 자가 있으면 자신의 옷이라도 벗어 입혀 주었으며, 항상 사졸들과 생사고락을 함께하였다. 전선을 이끌고 왜구를 쫓을 때에는 몸을 돌보지 않았으니, 군사들이 사력을 다하지 않는 자가 없어 항시 전투에 이겼다.

매사 상을 받으면 군사들 중 공이 있는 자에게 나누어 주었다. 김빈길은 1410년(태종 10) 고창현 경방동[현 전라북도 고창군 고창읍 신월리 경방]으로 이거하였는데, 세곡선과 상선이 정박하는 흥덕 사진포[현 전라북도 고창군 흥덕면 사포리]에 왜구가 침입하자 늙은 몸을 이끌고 나가 전공을 세우고 순절하였다.김빈길이 순절하자 태종이 예관을 보내 국장으로 장례를 치르도록 하고, 이듬해 7월 우의정에 추증하고 양혜(襄惠)라는 시호와 공신녹권인 『단서철권(丹書鐵券)』을 내렸다.」[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

이런 역사적 기록만 보더라도 장군의 인품과 발자취가 어땠는지 충분히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누구의 자손을 떠나, 역사를 올바르게 조망하고 이를 받아들여 미래를 열어나갈 책임을 지고 있는 우리에게 있어서 장군의 삶은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고 본다.

첫째는 양반의 자제임에도 불구하고 음서제도를 피하고 자원입대 한 점이다. 장군은 고려 때 직제학을 지낸 김미의 큰 아들로 낙안에서 태어났으며,양반의 신분이기에 군역을 면하는 위치에 있었다.하지만 뜻한 바 있어 군대에 일반병사로 자원 입대를 하였다.둘째는 자신의 입신양명보다는 자신의 공을 부하에게 돌리고 부하를 아낀다는 것이다. 조선왕조실록 1집342면에 실린 자료를 보면「항상 사졸(士卒)들과 더불어 감고(甘苦)를 같이 하였으며, 도적을 쫓아 행선(行船)할 때에는 분연(奮然)히 몸을 돌보지 않았으니, 군사들이 사력을 다하지 않는 자가 없어서, 이르는 곳마다 반드시 이기었다.

매양 상사(賞賜)를 받으면 군사의 공(功)이 있는 자에게 나누어 주었으니, 변방의 백성들이 힘을 입었다.」셋째는 늙은 몸임에도 불구하고 나라를 위해 전장에 나가 순국을 했다는 사실이다. 인간 김빈길 장군의 이러한 애국·애민정신은 현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가 아주 크다고 본다. 특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리더들이라면 반드시 본 받아야 할 덕목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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