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보름이던 지난 5일, 망덕 장재마을에서 달집태우기, 쥐불놀이, 농악놀이 등 다양한 전통 민속놀이가 펼쳐졌다, 마을 앞 공터에서는 남자 어르신들이 달집을 만들고, 마을회관에서는 부녀회원들이 음식을 준비해 농경시대 설날 보다 큰 의미를 갖고 치러지던 대보름날 행사 준비로 주민들은 한 마음이 되었다.
 

달집이 완성되고 행사준비가 마무리되자 주민들은 마을회관으로 이동해 잠시 다과를 즐긴 후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합동세배를 했다. 이 마을 최고령 99세 이순이 어르신은 “고맙소, 새해에는 우리 동네 복 받는 마을이 되고 또 모든 사람 자녀들까지 건강하고 복 많이 받으시오”라고 덕담을 건넸고, 교회를 다니는 95세 장원순 어르신은 “예수님의 이름으로 복을 많이 내려주십시오.아멘” 하며 주민들의 세배에 화답했다.
 

오후 5시로 예정된 달집태우기에 앞서 섬진강 시 쓰는 농부로 알려진 최선주 어르신(75)의 집례로 차경주(85) 경로회장이 동방청제장군 초헌관을 맡고 남방적제장군 헌관에 문순용 진월면장이, 서방백제장군 헌관에 엄용남 주민이, 북방흑제장군 헌관에 조옥순 이장이, 축관 강경구 주민이 정갈한 마음으로 마을의 안녕과 복, 풍년을 기원하는 제를 지낸 후, 신명나는 농악놀이 한마당을 열었다. 달집 앞에 마련된 ‘소원써주기’ 데스크에서는 광주에서 장재마을로 귀농한 2년차 범진삼·김연옥 부부가 주민들의 소원을 정성껏 화선지에 꾹꾹 눌러 써주었다.

김연옥(56)씨는 “켈리그라피를 배우고 있는 중이라 잘 쓰지는 못하지만 전통놀이를 이어가는 마을주민들의 노력에 작은 도움이라도 되고 싶어 참여하게 됐다”며 “고생하신 분들 많은데 제 이름이 기사에 올라가는 것은 면목이 없는 일이다. 다른 분들 이름을 많이 올려 달라”고 아름다운 사양지심의 말을 전했다.

이들 부부는 박사, 석사 학위를 가진 공학도들로 마을 행사에 언제나 적극적으로 나서서 참여하고, 또 돕고 있어서 주민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가 질 무렵 달집 속에 불을 지피자 달집이 훨훨 타올랐고, 달집이 타는 동안 달집 주변에서는 ‘불깡통’을 만들어 쥐불놀이를 하며 아이들은 익숙하지 않은 전통놀이에 신기해했고, 어른들은 어린 시절 추억에 흠뻑 빠졌다. 

조옥순 이장은 “코로나19로 한동안 보름날 행사를 하지 못하다가 올해 다시 하게 됐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행사준비가 원활하게 이뤄졌다”며 “계묘년 새해에는 장재마을 모든 주민들이 더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두둥실 떠오르는 보름달을 보며 기원하겠다”고 말했다. 50가구 80여명이 사는 장재마을은 마을공동체가 활성화되어 지난해 광양시 마을공동체 한마당 행사에서 우수사례로 선정되었다.
 

한국 공군 최초의 전투기 조종사들 가운데 한 명으로 한국 공군 창설에 노력한 강호륜 준장, 초대 광양시장을 지낸 윤원보(尹元普)씨, 전라북도 경찰청 차장과 TBN전주교통방송 본부장을 지낸 강이순 씨 등이 이 마을 출신이다. 이날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 행사는 옥곡, 봉강, 옥룡, 봉강, 광양읍, 다압 등 광양지역 곳곳 자연마을에서 진행됐다.

한편, 광양시지에 따르면 장재(長在)마을은 본래 광양현 동면 진하리 지역으로 추정되며 1700년대 초기 이후에는 진하면에 속하였고 1872년 왕명으로 제작된 광양현 지도에는 진하면 장치리라고 나와 있다. 장재마을은 천황산 동남쪽에 위치한 마을로 약 400여년전에 진주 강 씨가 처음 입촌하여 마을을 형성하였다고 한다. 장재라는 마을 이름은 진상면과 진월면의 경계지점인 배암재에서부터 시작된 산등성이가 진목항 구룡을 거쳐 장재마을 뒤까지 산날이 길고 곧게 이어져 처음엔 장치라 하였다가 후에 장재로 부르고 있다.           

김영신 기자  g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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