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수요가 줄고 가격이 떨어지면서 폐지가 산더미처럼 쌓이고 있는데 더 이상 모아둘 곳이 없어 걱정입니다” 광양읍에서 폐지(종이자원)를  모아 압축상에 공급하는 고물상 A사 대표 김모씨는 폐지값 가격이 하락하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아무리 폐지값이 하락했지만 폐지로 생계를 유지하는 노인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는 것. 그는 “특히 압축상인들이 폐지 수요가 줄었다며 폐지를 받으려고 하지 않아 더 골치가 아프다”고 한숨을 쉬었다. 폐지는 고물상이 수거해온 폐지를 사서 압축상에 넘기고, 압축상이 폐지를 종이 원료로 가공할 수 있게 압축해 제지사로 넘기면, 제지사가 골판지를 생산하는 3단계를 거친다. 

하지만 폐지 수요가 줄고 가격이 급락하면서 고물상마다 폐지가 쌓여 가고 있는 실정이다. 제지업계 관계자에 따르며 현재 폐지(OCC폐골판지) 가격은 1㎏당 100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지난해 초만 해도 ㎏당 140~150원씩 하던 폐지 가격이 50%나 급감한 것이다.

2021년에는 잠깐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며 폐지를 원료로 하는 골판지 수요가 늘어 한때 ‘금(金)판지’로 불릴 만큼 가격 급등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찬밥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덩달아 골판지 원지 생산량도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골판지는 포장용 박스를 만드는데 활용되기 때문에 골판지 수급은 경제지표와 흐름을 같이 하는 지표로 읽힌다. 

경기가 좋으면 소비가 활발해져 박스 수요와 폐지 배출량이 많아지는 탓에 골판지와 폐지 수급이 원활하지만 반대로 경기가 침체될수록 수급이 막히는 구조다. 폐지 가격이 급락하고 생산량이 줄었다는 것은 확연한 경기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이유다. 여기에 세계적 경기 침체로 종이 수요가 줄고 생산량도 감소하면서 일정 부분 종이의 원료로 쓰이는 폐지 수요가 급감한 것도 폐지가격이 떨어지는 원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정부가 서둘러 재고 비축에 나섰다고 밝히고 있지만 단기처방에 급급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폐지를 모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송 모씨는 “하루 종일 폐지를 모아 팔아도 1만원 벌기도 힘들다”며“정말 앞이 캄캄해 절망스럽다”고 한숨을 쉬었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정부미를 비축하는 것처럼 제지사에 선매입을 요청하기보다 정부가 직접 매입에 나서고 비축량도 더 늘려서 어려울 때 업체에 제공하는 방식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저작권자 © 광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