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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작심삼일 벗어나기소설가/양관수
  • 광양경제신문
  • 승인 2023.01.31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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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에도 체중계에 오른다. 아침마다 하는 일이다. 몸무게를 몰라서가 아니다. 내가 짐작한 수치가 맞는지 확인한다. 내 몸은 뭘 먹는지 어떤 운동을 얼마나 하는지 깊은 늦잠을 몇 시까지 자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오늘 아침에는 72.3이다. 하룻밤 새 1.0이 줄어들었다. 내 키가 172니까 거기서 100을 빼면 72가 남는다.

그 정도로 몸무게를 유지할 때 몸이 가뿐하다. 오늘 아침 몸무게가 최적이리라. 그 이하로 내려가면 얼굴에 주름이 늘어난다. 한 주 전 만 해도 68.5가 기본이었다. 그때는 몸이 가벼운데 얼굴 주름이 눈에 띄었다. 주름이 나쁜 건 아니지만 가족이나 지인들이 살 좀 더 붙이라는 말들을 자주 했다. 내 눈살에도 얼굴 주름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는 얼굴 주름을 좀 펴기로 했다. 보톡스를 맞아야 하나. 그건 싫다. 체중을 늘려 얼굴을 팽팽하게 만들면 된다.

나는 저녁 식사를 하면 살이 1.0씩 불어난다. 밤에 술자리를 하면 밤새 2.0이나 늘어난다. 그걸 잡지 않으면 한 달에 30~40은 쉬 살찌우는 것이다. 그런 탓에 밥친구 술친구를 만들지 못한다. 그뿐 아니다. 하루 칼로리 섭취를 오후 2시에 마감한다. 누군가는 내가 다이어트하는 걸 알고 놀란다. 그 몸에 다이어트할 게 뭐 있냐고 반문하는 것이다. 내가 식이요법을 잘한 덕에 이 몸을 유지한다. 복부 둘레는 88.0이고 체지방 21.3 BMI는 24.8이다. 모두 다 건강한 수치에 포함된다. 그냥 잘 조절한 게 아니다. 죽기 아니면 살기로 섭생을 관리한다.

나는 살이 쉽게 불어나는 체질이다. 빼기는 쉽지 않다. 하룻밤에 1.0이 찌면 그걸 회복하는 덴 사나흘이 걸린다. 그나마 빠지면 다행이다. 찐 살을 털어낸다는 건 말 그대로 ‘죽을 맛’이다. 아예 체중을 늘리지 않는 게 최선이다. 음식을 적게 먹어야 한다. 하지만 내 입에는 모든 음식이 다 맛있다. 의식은 소식하자는데 입은 군침을 흘린다. 말하자면 ‘머리는 똑똑한데 입은 멍청한 것’이다.

그 탓에 나는 한때 90.0이 넘었다. 서른 살 즈음이었다. 그때 나는 입이 원하는 대로 뭐든 다 먹었다. 어떤 음식이든 맛없는 게 없었다. 입에 당기는 게 있으면 자다가 일어나 먹곤 했다. 그때 허리둘레가 38인치인 기성복 바지도 허리춤이 작았다. 당시엔 신혼이고 이태리식 집 2층을 전세 내 살았다. 대문을 열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한번 쉬어야 했다. 젊은 나로선 충격이었다.

그때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내 살 빼기 역사는 수십 년이 넘은 셈이다. 작심이 흔들리거나 무너진 때도 있다. 그때마다 나는 마음을 다잡곤 했다. 작심삼일이 아닌 작심 수십 년에 다가서는 것이다. 거기에 가장 크게 이바지한 건 체중계다. 매일 체중계에 올라서지 않는다면 내 다이어트는 작심삼일이리라.

그런데 얼굴 주름을 잡으려 다시 살을 찌워야 하다니. 빼기가 아니라 늘리려는 체중계로 바뀐 것이다. 나는 작심 사십, 오십 년을 향해 날마다 저울 눈금을 살핀다. 오늘은 살을 찌려는 거지만 사실은 빼려는 것이다. 이 다짐을 한 게 일주일 전이다. 체중계를 사랑하자. 설날에도 올라가 짓밟는다. 탈 작심삼일은 멀고도 힘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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