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변변한 이정표 하나 없고 담장 바로 옆 닭 키우는 축사도 있어
잘 관리해서 역사적 의미 살리고 문화관광자원으로도 활용되길
 

120년 역사를 간직한 봉강면 비봉길 56-25에 있는 ‘거연정’은 2015년 2월에 광양시 향토문화재 제 14호로 지정됐다. 하지만 아직까지 변변한 이정표조차 하나 없고 거연정 담장 바로 앞에는 닭 키우는 축사마저 있어 광양시의 문화재 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이다.

거연정은 광양 최초의 근대교육자로 알려진 박희권이 독서를 하던 곳으로 매천 황현과 교류하던 곳이자 광양에서 초중고를 다닌 정채봉 시인이 봉강의 친구들을 만나러 와서 놀다간 곳으로 알려졌지만 광양시는 그 역사적 의미를 살리지 못하고 문화관광자원으로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지정된 지 8년째, 광양시가 문화재로 지정 할 때는 그만한 가치와 의미를 인정해서이겠지만 아직도 거연정으로 향하는 도로의 이정표도, 정자 마당에 문화재라는 그 흔한 안내판조차 세워져 있지 않아 ‘향토문화재’라는 말이 무색하다는 말이 나온다.

거연정을 관리하는 후손 박판기 씨는 “문화재 옆 100미터 이내에는 불법 건축물이나 가축을 기를 수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축사마저 있어 여름에는 악취까지 풍겨 온다”며 “이정표도 세원 준다는 말은 하고 있지만 언제쯤이나 세워질지 모르겠다. 문화재로 지정해놨으면 그만한 관심을 갖겠다는 뜻인데 큰 기대를 하는 것도 아닌데 너무 무관심한 것 같아 아쉽다. 

이정표 세우는 예산은 300만원 정도가 소요된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매천선생님이 거연정 앞 바위에 대해 칭찬을 많이 했다고 하는데 잡풀이 우거지고 심지어 잘라 낸 나뭇가지를 냇가에 무단으로 버리기도 해서 옛 정취가 사라졌다”며 아쉬워했다. 1898년에 건립된 거연정은 단층 팔작지붕형 건물로 1938년에 그의 후손 박종린(朴鍾麟)과 박종룡(朴鍾龍)에 의해 중건되었다. 정면 3칸, 측면 2칸의 재실형 구조이며 정자 오른쪽 암벽에 거연정(居然亭)이라 새겨져 있다.

한편, 같은 시기에 광양시향토문화재 제 15호로 지정된 진월면 차사리 용암세장 역시 지정된 지 6년째가 되도록 문화재 알림 안내판이 없다는 기사가 2021.6.23.일자 본 紙에 보도되자 광양시는 뒤늦게 이정표를 세웠다. 향토문화유산은 국가지정문화재나 도지정문화재(문화재자료 포함)로 지정되지 않은 문화재 가운데 중요한 것을 지정하는 제도로 문화재보호법에는 문화재청장이 국가지정문화재, 시·도지사가 시·도지정문화재외 문화재자료를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영신 기자  g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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