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추워지니 햇살의 소중함을 알겠고배가 고파보니 음식의 소중함을 알겠고, 마음이 허기지니 당신의 소중함을 알겠네

광양의 겨울은 웬만해서는 영하의 날씨로 내려가지 않는데 올겨울은 수시로 영하의 수은주를 타고 오르내린다. 이게 이상기온의 영향인지 아니면 자연의 순리인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역시 겨울은 추워야 제맛이기는 하다.

요즘 옷을 모두 벗어 던진 나무의 속살을 볼 때마다 사람도 한 번씩 존재의 뼈만 남긴 채 자신을 비우는 게 필요하다는 교훈을 배운다. 나무는 바람이 불어도 무더위가 내려 쪄도 제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의 속살을 키워간다. 아니 환경이 불리할수록 나무의 나이테는 더 견고해지고 여물어진다.

혹시 요즘 마음 한 자락 둘 곳이 없어 쓸쓸하고 공허한 생각이 든다며 호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가까운 공원을 산책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수면 위를 헤엄치는 오리들의 모습과, 흔들리는 갈대와 한번씩 옷깃을 여미게 하는 찬 바람은 온갖 세파에 찌들린 영혼을 맑게 씻어 줄 것이다.

사람이 여물어지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고독한 시간이 필요하다. 의미 없는 고독은 권태의 신을 부르지만 의미 있는 고독은 창조의 신을 부르는 법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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