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사랑하고 향유하는 사람이 진정 행복한 사람”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 굵직굵직한 대하소설을 발표, 독자들의 심금을 울렸던 조정래 작가가 지난9일 전남도립미술관을 찾아 조르주 루로 전시회를 관람했다. 이균영 문학비 제막식에  참가하기 위해 하루 전 광양을 찾은 조 작가는 8일 목요일 저녁에는 MG새마을금고(이사장 김재숙)에서 지역리더들이 해야 하는 일에 대한 강의를 하는 등 바쁜 시간을 보냈다.

미술관에 들어서자마자 80줄에 이른 老작가의 눈 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조 작가는 “프랑스를 간다고 해도 이런 대가의 그림을 보기 힘든데 이렇게 전남도립미술관에서 대가의 그림을 볼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그저 감개무량하다”고 말하며 4시간 동안 진지하게 루오 그림을 감상했다. 

그는 “루오의 그림을 찬찬히 보고 있자니 묘한 감동이 끓어오르는 것이 느껴진다”며“루오는 단순히 물감을 섞어 그림을 채색한 게 아니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연민을 담아 영혼의 붓으로 화선지를 채운 화가”라고 추켜세웠다. 이어“ 루오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고뇌하는 예수와 베로니카 등을 가만히 드려다 보고 있노라니 내 마음에 평화와 고요가 깃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감탄했다. 

도립미술관 이지호 관장은“ 조정래 선생님께서 이렇게 직접 우리 미술관을 방문해 주신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감동인데 이렇게 루오 그림을 몇 시간에 걸쳐 꼼꼼하게 감상하는 모습에 또 다른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날 함께 동행한 이백구 광양상공회의소 회장은 “그림에 조예가 없는 나 같은 사람이야 루오의 그림에 대해 왈가불가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지만, 언어로 말할 수 없는 뭔가가 가슴을 뜨겁게 한 것은 사실이었다”며“루오의 그림을 왜 인간의 존엄성을 품고 있다고 말하는지 알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경희 광양문화원 부원장은 “현재 한국 소설계의 대부이신 조정래 선생님께서 직접 도립미술관을 방문해 주셨다는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데, 무려4시간 동안 그림에 대해 묻고 설명하는 그 태도야 말로 우리 모두가 배워야할 자세”라고 말했다. 

이날 그림 관람을 모두 마친 조정래 작가는“ 이렇게 위대한 화가의 그림을 많은 사람들이 관람했으면 정말 좋겠다, “인간이 나이가 들면 결국 물질보다는 문학과 예술 등을 통해 큰 위안을 받게 되는 법”이라며“예술의 깊이를 알고 향유하는 사람이 진정 행복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모든 일정을 마친 조정래 작가는 5시30분 기차를 타기 위해 순천역으로 출발했다. 한편 조정래 작가는 자신의 신간 소설 ‘황금종이‘를 오는 2024년 6월 쯤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히자, 그 자리에서 바로 이백구 회장이 “출판기념회는 광양에서 하는 게 어떠시겠느냐”고 제안했다. 그러자 조 작가는 “한 번 생각해보자”고 응답해 가능성의 여지를 남겼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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