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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질 줄 아는 지도자중마장애인복지관장 정헌주
  • 광양경제신문
  • 승인 2022.11.30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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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한음 이덕형과 더불어 장난꾸러기 소년으로 더 많이 알려진 조선 선조 때 명재상인 오성 이항복이 있다. 그는 아랫사람의 허물까지도 책임져주는 도량이 참으로 넓은 존경받는 인물이다. 어느 날 그가 조정에서 회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한 여인이 행차 앞을 가로 지나가자 앞에서 대감을 모시고 가던 하인들이 여인을 꾸짖어 땅바닥에 넘어뜨렸다. 잠시 뒤 집으로 돌아온 오성대감은 하인들을 불러놓고 꾸짖었다. “내가 거느린 사람 중에 혹 잘못이 있으면 그것은 바로 내 잘못이다. 길 가는 사람을 밀어 땅에 넘어지게 한 것은 나의 권한을 빙자하여 그 사람의 권한을 무시한 것이다. 너희들은 조심하여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말라.”

그런 일이 있은 얼마 뒤 하인들로부터 수모를 당한 여인이 그동안의 울분을 참지 못하고 오성대감의 집 앞 언덕에 올라가서 큰 소리로 갖은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네가 정승이 되어 나라에 유익한 일이 무엇이기에 머리도 허연 늙은이가 종들을 시켜서 행패를 부리냐?”

오성대감은 못 들은 체하고 하인들에게도 모두 안으로 들어앉도록 한 뒤 밖으로도 나가지 못하게 하였다. 
그런데 마침 그 자리에 한 손님이 있다가 여인이 퍼붓는 욕설을 듣고 해괴하게 여겨서 물었다. “도대체 저 여인이 누구한테 욕하는 것입니까?” 오성대감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우리 집에 머리 허연 늙은 것이라면 내가 아니고 누구겠소?” “왜 내쫓거나 잡아들여서 혼내지 않고 함부로 지껄이도록 내버려 둡니까?” 하고 손님이 깜짝 놀라 묻자 오성 대감이 대답했다. “내가 먼저 잘못했으니 설사 내 집 앞이라 해도 그 여인이 성내고 욕하는 것은 마땅하지요.”

참으로 우리 역사에 이런 호탕하고 도량이 넓은 인물이 있었다는 사실에 그저 흐뭇하고 감동이며 자랑스럽다. 자신이 직접 행한 실수와 잘못도 아니고 자신이 거느리던 하인들이 저지른 여인에 대한 실례와 무례에 대해서 다시는 자신의 권한을 빙자하여 범하지 못하도록 단속하면서 하인들의 잘못까지도 자신의 잘못으로 통 크게 인정하고 여인의 욕설을 끝까지 듣고 감내하는 책임지는 자세야말로 오늘날 우리나라 정치지도자들이 꼭 본받아야 할 모습이며 닮아가야 할 귀감이며 표상이 아닐까 싶다.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부터 자신이 직접 한 실수도 기억이 안 난다고 모르쇠로 일관하며 끝까지 남 탓으로 돌리며 위기를 모면해보려고 특정 언론사를 탄압하고, 21세기 대명천지에 도저히 있어서는 안 될 압사 참사가 일어나 1백58명의 젊은 청춘들이 소중한 꿈을 펴보지도 못하고 억울하게 유명을 달리했는데도 이들에 대한 진정한 추모와 진상규명은커녕 어떻게 해서든 책임지지 않으려고 서로 그 책임을 전가하고 회피하는 일부 정치지도자들과 행정 관료들의 모습을 보면서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젊은 세대들에게 심히 부끄럽고 낯 뜨거워 얼굴을 들 수가 없고 심지어는 분노의 마음이 들 지경이다. 

21세기를 열어갈 미국 최고의 젊은 강연가인 제이크 듀시는 “자신이 한 행동들에 책임을 지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고 심리적으로 위축된다. 실수와 약점을 인정할 때 오히려 삶이 더 나아지는 법이다. 책임을 지는 태도는 자신을 사랑하는 행위다.”라고 했다. 

책임지는 태도가 어찌 자신만을 사랑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겠는가?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이 속한 직장이나 단체, 그리고 이웃을 사랑하고 사회와 국가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하며, 세계를 평화롭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따라서 책임지는 태도는 사람 기본 중의 기본이기 때문에 각계의 지도자들은 그 기본 중의 기본을 버리거나 절대로 놓아서는 안된다. 

원불교 2대 종법사를 역임한 정산 송규 종사는 “머리가 어지러우면 끝이 따라서 어지럽고 머리가 바르면 끝이 따라서 바르나니, 고로 일체의 책임이 다 지도자에게 있나니라.(국운편 25장)”고 하여 지도자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아랫사람의 허물조차도 통 크게 인정하고 책임져주는 제2, 제3의 수많은 오성대감과 같은 도량이 넓은 지도자들이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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