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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절대로 용서하지 마라임명흠 동광양중부교회 원로목사
  • 광양경제신문
  • 승인 2022.11.16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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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젓이 있어도 부를 수 없는 이름이 있다. 부모 잃은 자식은 ‘고아’라 부른다. 남편 잃은 아내는 ‘과부’라 부른다. 아내 잃은 남편은 ‘홀애비’라 한다. 그런데..그런데 말이다. 자식 잃은 부모는 뭐라고 부르지? 아무리 생각해도 아직도 그 이름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시인들도 입을 굳게 닫았다. 성직자들조차 긴 침묵 중이다. 하느님에게도 이름이 없듯이 그들에게도 이름이 없다. 없어서 부르지 못하는 이름. 있어도 부를 수 없는 이름!

기도 후에는 마음이 평안해지는 것이 정상이다. 멀쩡한 청와대를 시민에게 돌린다고 대통령실을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옮긴다고 했다. 엄청난 세금을 낭비하며 좌충우돌하는 윤 대통령의 행태를 보면서 필자는 마음이 불안해지는 것을 어찌할 수 없었다. 왜 이렇게 해야만 하는가? 그 이유를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고 문득, 또 무슨 사고가 생기려고 이러나. 불길한 예감에 제발 안전하기만을 바라는 기도밖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지난 10월 29일 세계적인 도시라고 자랑하는 서울시 한복판에서 참극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8년 전 진도 앞바다에 304명의 생명을 수장시킨 악몽이 되살아났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잊지 않겠다’고 다짐 했건만, 또다시 일어나서는 안 될 참사가 일어나고야 말았다. 156명의 꿈 많은 청춘들이 미처 꿈을 펼쳐보지 못한 채 너무도 허무하고 억울하게 생을 마감했다. 

누군가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단 하나뿐인 딸, 아들, 손주 또는 아내이자 남편이었을 젊은이들이 좁은 골목길에서 서로 뒤엉키며 숨이 멎어간 순간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이 행사가 금년 처음 열리는 행사가 아니었고 작년에도 치렀지만 예년에는 용산경찰서 경비과 기동대가 호위를 했기에 무사고로 치렀던 것이다.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옮기지 않았더라면 생기지 않았을 참사라는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다.

참사 당시 CCTV가 정보를 보냈지만 행정안전부 상황실 정보망은 먹통이었다. 지휘체계가 잠자고 있었다. 참사가 발생한 그 시간 빈집이었던 한남동 관저에 경찰 3개 중대가 배치되었고, 5분 거리인 자택 인근엔 4개 기동대가 배치되었다. 이런 상항을 보면서 우리는 할 말을 잃었다. 말도 안 되는 참사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헤아릴 수 없는 절망에 빠진 이들을 무슨 말로 위로할 수 있을 것인가? 유가족들의 상실감과 비통한 아픔을 감히 누가 어루만져줄 수 있을까?

정의가 숨 쉴 수 없는 땅에서는 온갖 부조리와 거짓과 폭력이 날뛸 뿐이다. 하여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참사가 일어났다. 사람보다 돈과 권력을 우선시하며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는 일에 소홀한 우리 사회에서는 언제든, 누구든 희생자가 될 수 있음을 우리는 보았다. 정부는 11월 5일까지 참사 애도 주간을 발표했기에 광양시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가 어디 있을까 하여 신문사에 물었다. “광양에는 없는데 순천시에 있습니다.” 하여 기간이 지나면 철거할 것같아 순천대학교 건너편에 설치된 분향소를 찾았다. 광양시 금호동 주소를 ‘방명록’에 남기고 국화꽃 한 송이를 올리며 기도했다. “여러분의 생명은 온 천하보다 더 귀한 것입니다”라는 성서를 되새기며 돌아오는데 가슴속 울분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대량참사 대한민국, 미래가 보이지 않으니 다시 촛불을 들어야 할 것인가? 참사를 당한 현실에 통분한 창원시 촛불시민연대, 김의곤 시인의 ‘미안하다, 용서하지 마라’는 시를 올린다. ‘이태원 173-7/그 좁은 골목길에/꽃조차도 놓지 마라/꽃들 포개지도 마라/겹겹이 눌러오는 공포 속에서/ 뒤로, 뒤로, 뒤로,/꺼져가는 의식으로 붙들고 있었을/너의 마지막 절규에/ 꽃잎 한 장도 무거울 것 같아/ 차마 꽃조차도 미안하구나/ 반성 없는 어른들 끝없이 원망케 하라/그리하여 아이들아 용서하지 마라/ 304명 생떼같은 아이들 /하늘의 별로 떠나보낸 지 얼마나 됐다고../또다시 너희들을 허망한 죽음으로 내몬/어른들의 안일과 무책임이 부끄러워/ 슬픔조차도 차마 드러내 보일 수가 없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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