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직장에 다닐 때였다. 나는 컴퓨터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었다. 도면과 견적서를 만들다 보면 온몸이 찌뿌둥했다. 사무실과 공장 사이에 마당이 있었다. 거기서 나는 줄넘기를 시작했다. 마당에는 탱자나무가 군락을 이뤄 옆집 밭과 가름했다. 탱자나무는 참새들 소굴이었다. 가시 사이로 드나들어 탱자를 쪼아대는 참새들은 소란스러웠다. 그런 참새들과 어울려 나는 줄넘기를 했다. 줄에 여러 색동 구슬이 달린 줄넘기였다. 참새들이 놀라서 날아올랐다. 줄넘기가 잦아지자 참새들은 날아가지 않고 덩달아 떠들어댔다. 나는 참새들이 깔아주는 음악에 줄넘기 횟수를 더했다. 나중에 나는 줄넘기 숫자 대신 오가는 참새를 세는데 바빴다.

결혼하며 회사를 그만뒀다. 참새나 줄넘기도 멀어졌다. 한동안 나는 집 주변 바닷가를 산책했다. 줄넘기를 다시 잡은 건 가을이었다. 현관 서랍 정리 중에 줄넘기를 발견한 것이다. 나는 집안일이 갈무리되면 줄넘기를 챙겨 놀이터로 나갔다. 미끄럼틀과 철봉 사이에서 뛰었다. 놀이터에는 나무들이 많았다. 잎새에 머무는 새들도 나랑 함께 놀아주었다. 처녀 시절 직장의 마당 앞 탱자나무 틈 참새들이 떠올랐다.

나중에는 둘째 우가 따라나섰다. 아들과 줄넘기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우리는 줄넘기로 유대감이 더 생겼다. 서로 줄넘기 개수를 확인해주고 더 하려 애썼다. 줄넘기하는 동안 나무에서 나는 새 소리를 들었다. 어두워 새는 확인하지 못했다. 늦은 밤, 새가 나뭇가지에 앉아 줄넘기에 답하는 거라 믿었다. 그 지저귐은 응원가처럼 내게 미혼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내가 우에게 새 소리가 들리냐고 물었다. 우는 무슨 소리냐는 반응을 보였다. 새들이 부르는 노래를 못 듣다니, 무뚝뚝한 녀석이라 그러려니 하며 넘어갔다. 우가 고교생이 된 후로 줄넘기를 못 했다. 여전히 새는 내 귓바퀴를 쪼았다.

나중에 나는 혼자 줄넘기를 즐겼다. 주로 밤에 했다. 반가운 소리가 또 들렸다. 내가 줄넘기를 멈추니 그쳤다. 나는 어둠 속 나무를 살폈다. 가로등 불빛으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나무를 흔들어 보았다. 나무 말고는 어떤 움직임도 없었다. 다시 나는 줄넘기를 시작했다. 또 새들이 떠들었다. 아, 구슬! 색동 구슬이 우레탄 바닥을 스치는 마찰음이었다. 그 향음이 어두운 나무로 뛰어올라 새의 노래가 되었나. 탱자나무에서 노닐던 참새들을 몰아왔나. 처녀 시절 뛰놀던 마당이 뚜렷하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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